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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인터뷰] 크리스토퍼 그린 교수가 본 ‘대만해협과 한반도 안보’ 

“한국인들, 대만해협 위험성 알지만 외면”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윤석열 정부, 미래 급변 사태 제대로 준비하고 있다는 확신 못 줘”
“대만 유사시 한국엔 선택권 없어… 미국, 대만, 일본과 함께할 것”


▎크리스토퍼 그린 라이덴대학 교수는 대만해협에서 미·중이 충돌할 경우 오산과 군산의 미 공군이 동원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 사진:크리스토퍼 그린
최근 미국과 영국, 호주는 3개국 영문 이니셜을 조합한 ‘오커스(AUKUS)’ 동맹을 결성했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중국과 서방세계와의 힘겨루기가 점점 고조되는 가운데 등장한 가장 새로운 대(對)중국 포위망이다. 이 오커스 동맹 정상이 호주에 핵잠수함을 공급하기로 하자 중국은 “엄중한 핵확산 위험을 초래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므로 결연히 반대한다“며 반격에 나섰다.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는 지난 1월 19일 ‘What now for a China in decline?’(인구가 줄어드는 중국은 지금?)이라는 기사에서 중국 내부의 정세가 유동적이며 심지어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을 보도했다. 예컨대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40년 이래 최저 경제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부동산 버블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IT 기업인 화웨이는 기술 도용을 의심받는 등 국제사회의 견제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경제, 기술적 중국 봉쇄에 나섰다. 이런 마당에 중국 인구는 1960년대 대약진운동 이래 처음으로 사망자가 출생자를 앞지르는 등 인구 노쇠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나아가 권위주의 정권의 지도자들은 내부의 불안과 불만을 정치, 경제 분야 개혁으로 해소하기 어려울 때 외부의 모험으로 해결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미국 조야(朝野)에서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날로 커진다고 보는 편이다. 월간중앙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는 중국의 대만공격, 대만해협의 미·중 충돌을 전제로 현지 실사에 들어가는 등 유사시 대응 전략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대만도 올봄 중국의 상륙을 전제로 하는 반격 시뮬레이션 훈련을 하기로 하는 등 이 지역에서의 전운이 점점 짙어지는 양상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고 미국이 대만해협에 군사력을 투입할 경우,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어떤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할까? 그전에 대만해협 문제를 한국인들은 어떻게 인식해야 할까? 월간중앙은 크리스토퍼 그린(Christopher Green)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한국학과 교수와 대만해협의 군사적 충돌 등 비상사태가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안보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보는 e메일 인터뷰를 3월 15일 진행했다. 크리스토퍼 그린 교수는 한반도 안보와 평화 문제 전문가이자 비영리 국제단체인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 ICG)의 한반도 수석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남북한의 정치, 안보, 경제 등 다양한 이슈에 관한 글을 발표했다.

“대만 사태, 한국에 심각한 정치적·경제적 파장”


▎2021년 방독면을 쓴 채 생화학전 훈련을 하고 있는 대만군. / 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주석의 중국 정부가 경제와 인구 위기 등 내부의 위기를 대만 침공 등 대외 강경책으로 다스리려 들 가능성도 있을까?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중국이 어느 날 군사적 조치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우리는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중국 정부는 대만을 점령하는 기회의 창(窓)이 열려 있지만, 이 창이 언젠가는 닫히리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중국은 이제 인구가 줄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추세를 뒤집을 수 있는 뾰족한 수단도 없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흐름도 중국에 유리하지 않다.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경제 위기가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환경은 대한민국을 많은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고, 그 어떤 것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미사일 시험 발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에 올인하는 배경을 중국이 처한 국제사회에서의 경제, 안보적 입지에 결부시켜 해석할 수 있을까?

“북한은 2021년 1월 소형 전술핵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과 같은 5대 주요 군사 목표를 수립했고, 이후 이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1년 앞서 벌어진 일이다. 미·중 간 대립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두둔하면서 북한이 이런 목표를 추구할 지정학적 기회를 갖게 됐다. 현재 유엔 안보리는 핵실험을 제외한 북한의 어떤 군사적인 조치에 대해서도 일원화된 대응을 못하고 있다. 심지어 안보리 제재 자체도 지속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대만은 중국과, 남한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대만의 운명은 대한민국의 운명과 어느 정도 밀접하게 연동되고 있다고 보나?

“우리는 중국과 대만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일본과 미국이 개입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일본과 미국 모두 이를 비교적 분명하게 밝혔고, 중국도 그 점을 알고 있다.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은 한반도 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약 3만 명의 주한미군을 가진 대한민국이 동중국해 지역의 분쟁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한국이 이 분쟁에 어떤 수준으로 개입하든 그건 중국을 화나게 할 것이다. 현 상황에서는 한국에 심각한 정치적·경제적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본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마당에 미국이 대만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면, 북한은 더욱더 모험주의에 빠질 위험도 있다. 때문에 한국의 운명은 대만의 운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대만과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아마도 그렇게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이는 한국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사안이다. 한국이 이 상황에서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고 여기는 것은 현명치 못한 처신이 될 것이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대비하는 편이 더 이롭다.”

머지않아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대만이 무력 충돌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안(兩岸) 갈등이 군사적 대결로 치달을 가능성을 점쳐본다면?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대만이 충돌할 가능성은 크지 않고,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고전할수록 그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이유로 인해 충돌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계획된 충돌뿐만 아니라 중무장한 대만해협에서 오해와 실수가 빚어질 여지를 고려하면 충돌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봐야 한다. 이런 위험을 줄이자면 상대방과 소통하면서 단호한 억제 의지를 밝혀야 한다.”

“대만 무력 충돌에도 북한은 섣불리 못 움직여”


▎지난 2월 부산작전기지에 정박한 마라도함에서 만난 한·미 연합 훈련 양국 지휘부와 장병들. / 사진:연합뉴스
만약 중국과 대만이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하는 경우 대한민국은 동맹국인 미국을 어떤 형식으로든 지원하게 될 것이고, 이는 중국에 불이익을 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중국과 대만이 무력 충돌하는 경우 중국은 대한민국이 어떻게 대처해주기를 바랄까?

“중국은 이런 갈등 국면에서 한국이 소극적 자세를 취해주기를 바라지만 결국엔 한국이 미국, 대만, 일본과 함께할 것으로 본다. 중국은 한국을 비교적 약한 고리로 간주, 한국에 압력을 가해 제한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과 대만이 무력 충돌하는 경우 미국의 전력을 분산하고자 북한이 남한에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군은 확실히 무장이 잘 된 대규모의 군대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이 대만 문제로 중국과의 갈등에 휘말리는 경우에도 북한이 아무런 대가 없이 행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만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주한미군이 일본 오키나와 기지를 지원하는 후방 기지로 활용된다면, 주한미군 기지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따라서 북한의 도발에 미군이 교란되는 상황은 예상하기 어렵다.”

중국과 대만이 무력 충돌하는 경우 미국이 한국에 운용 중인 미군을 양안 충돌 현장에 투입할 수도 있나?

“한국에 배치된 미군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에 특화된 군대다. 나중에 결국 일부 주한미군이 대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전쟁 초기에는 주한미군이 직접 관여할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오산과 군산에 배치된 미 공군 부대는 예외적으로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주한미군이 양안 충돌에 개입하게 되면 중국은 미군 주둔지를 자국 내에 제공하는 한국에 대해 어떤 판단과 감정을 갖게 될까?

“주한미군이 대만에 재배치되는 건 중국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한국에 있는 미군 기지가 전쟁을 수행하는 데 활용된다면, 이는 한국을 중국의 적(敵)으로 돌리는 것이며 상당한 파문을 불러올 수 있다.”

“한국, 중국 경제와 분리하는 과정 고통스러울 것”


▎지난해 중국군은 당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대만해협에서 포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과 미국이 대만 문제로 무력 충돌하는 경우와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충분한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보는가?

“한국의 국방부는 확고한 태세로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정부가 다 그렇지만 원래 실현 가능성이 낮은 미래의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대비가 서투르다. 심지어 이 사안과 같은 파멸적 시나리오조차도 그렇다. 한국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인들은 얼마 전부터 준비를 해왔지만, 한국 내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 현안을 ‘의식적으로 외면(rationally ignoring)’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태도는 기존의 첨예한 두려움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일본의 분석가들은 한국이 중국 경제로부터 필요한 정도로 경제를 분리하지 못하리라고 본다. 이 문제에 나는 좀 더 희망적이지만 분리 과정은 어렵고 큰 비용을 요구할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은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만해협 군사적 충돌과 같은 유사시 행동 방침에 대해 국민적 합의나 공감대는 갖춰지고 있다고 보는지?

“앞서 언급했듯이 나는 한국인들이 위험을 이성적으로 외면한다고 본다. 입장을 바꿔 내가 한국 시민이더라도 그럴 것이다. 그들은 정부가 그런 일들을 처리하리라 기대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 한국 정부는 미래의 급변 사태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다는 확신을 내게 주지 못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군사적으로는 미국에 의존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여 있다. 한국엔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는 게 고민이다. 중국보다 가파른 인구 감소 추세는 더 큰 숙제를 한국에 안겨주고 있다.”

밖에서 봤을 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한국은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 사안들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한국이 대비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정부와 기업은 경제 분야 공급망 복원력을 강화하고 자주국방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공교육도 중요하다. 세상은 전환기에 접어들었으며 많은 것들이 변화하는 시대다. 정치, 경제, 군사, 사회 등에서 급변하는 현실이 매우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런 혼돈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데 있어 공교육의 역할은 매우 요긴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한국이 처한 상황은 어렵지만 나는 여전히 희망적으로 본다. 윈스턴 처칠은 영국 총리 재임 시절 역사적인 연설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입니다(We shall fight on the beaches)’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자신의 의무를 다한다면, 그 어떤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최선의 준비를 한다면 승리할 수 있다’고 말이다. 나는 한국도 이런 자세를 통해 오늘날의 지정학적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202304호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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