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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사건리포트(5)] 송지원 변호사가 말하는 몸캠 피싱 범죄 실태 

“당신이 반한 인스타그램 여성 뒤에는 몸캠 피싱 조직원이 웃고 있다”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몸캠 피싱 범죄 치솟는 가운데 20대 남성 피해자 급증
이미 당했다면 협박 응하지 말고 수사기관부터 찾아야


▎몸캠 피싱 범죄가 20대 남성을 상대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메신저 피싱 범죄의 전문가인 송지원 변호사(29·법률사무소 사유)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잘 모르는 상대의 접근은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사진:get ty images bank
온라인에서 인스타그램을 즐기는 김상준(가명·24)씨. 그는 사진을 올린 뒤 한 여성에게서 팔로를 받았다. 여성이 누구인지는 몰랐으나 김씨의 지인들과도 팔로가 돼 있던 터라, 김씨는 별 의심 없이 여성과 맞팔로(서로 팔로어 관계가 되는 것) 했다. 대화는 여성 쪽에서 먼저 메시지를 걸어오면서 시작됐다. “팔로 된 지인들과는 어떤 사이예요”라는 질문에 여성은 답하지 않았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며칠 안 돼 둘은 빠르게 친밀해졌고, 어느 순간 여성이 ‘라인’으로 대화하자면서 자신의 아이디를 알려왔다. 라인을 통해 더 깊은 대화가 이뤄졌고, 성적인 대화도 오갔다. 서로의 신체 일부를 보여주는 몸캠(Body cam)도 이뤄졌다. 이때 여성이 영상 화질을 좋게 하려면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며 애플리케이션(.apk) 파일을 보냈고, 김씨는 별생각 없이 이를 설치했다. 하지만 김씨는 곧바로 이어진 상대의 문자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계좌로 100만원을 넣지 않으면 너희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 영상을 유포하겠다.”

한 달 전 월간중앙에 제보된 사례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몸캠 피싱’ 범죄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최근 들어 20대 남성을 상대로 몸캠 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발생한 몸캠 피싱 범죄 건수는 총 4313건으로, 2018년(1406건)보다 3배 늘었다. 2022년 몸캠 피싱 피해자의 약 40%(1723건)가 20대로 나타났다.

“당신을 유혹하는 SNS 사진은 모두 가짜”


▎송지원 변호사는 법조계에서 메신저 범죄에 밝은 변호사로 꼽힌다.
“어차피 돈을 보내봐야 또다시 협박을 받게 된다. 이미 몸캠 피싱 범죄에 당했다면 증거를 수집해 수사기관부터 찾아라.” 송지원 변호사(29·법률사무소사유)의 조언이다. 송 변호사는 로맨스 스캠 범죄 피해자의 집단 소송을 대리할 만큼 메신저 범죄에 밝은 변호사다.

몸캠 피싱 범죄는 20대 남성 피해자가 많다. 원인을 뭐라고 보는가?

“20·30대는 인터넷을 활용하고 온라인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을 편하게 여기는 세대다. 온라인에서 이성과 연결되는 데이팅 앱 문화에도 익숙하다 보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이성의 접근을 크게 경계하지 않는 것 같다. 피해자를 만나 보면 ‘대화를 해봤는데 믿을 만했다’ 혹은 ‘SNS 계정에 일상적인 사진이 다 올라오는데 사기꾼일 리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가해자 쪽에서 그런 점을 역이용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사실 몸캠 피싱 범죄에서 가해자들의 SNS 계정에 올라온 사진은 전부 도용된 것이다. 브런치 카페에서 식사하는 사진이나 한강 공원이나 수영장 풀 파티에서 노는 사진들 모두 그럴듯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남의 사진을 가져온 거다.”

그런 여성에게 팔로 요청이 오면 경계하더라도 일단 말은 붙여볼 것 같다.

“거기서 이미 절반은 넘어간 단계라고 보면 된다. 대화를 통해 신뢰관계가 형성됐다고 판단될 때, 가해자들은 카카오톡과 라인처럼 제3의 메신저 앱으로 피해자를 끌어들인다. 피해자는 좀 더 사적인 관계로 발전하고 싶은 마음에 흔쾌히 수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마음이 열린 상태여서 상대가 서로의 성적인 영상을 공유하는 몸캠을 제안하면 아무래도 쉽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이 과정에서 상대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화질을 높이자’는 등 갖가지 이유를 대며 앱을 설치하라고 하는데, 이 단계가 몸캠피싱 범죄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이런 악성 앱을 깔면 개인정보를 전부 탈취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

“보통 앱을 설치하면 권한 설정을 하게 되는데, 가해자는 이런 악성 앱을 통해 피해자 휴대전화의 사진, 미디어 파일 접근, 위치, 전화 걸기, 연락처, 카메라, 통화기록, 마이크 사용 등 모든 권한을 받게 된다. 심지어는 신용카드 정보까지 빼낸 사례도 있다. 가해자는 이런 방식으로 피해자의 영상을 빌미로 본인이 습득한 연락처에 영상을 모두 뿌리겠다며 협박하는 것이다.”

눈속임을 위해 이런 악성 앱을 게임처럼 둔갑하는 사례도 있다는데?

“퍼즐 게임처럼 비교적 만들기 간단한 게임을 개발하는 조직도 있다. 대화 중에 게임을 같이 하자며 설치를 권유한 뒤에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전부 빼돌리는 것이다.”

앱을 설치하지 않는다면?

“이미 신체 영상을 공유한 상태라면 늦었다고 봐야 한다. 피해자 인스타그램에 팔로 된 계정 수십, 수백 곳에 유포하겠다고 협박을 이어간 경우도 있다.”

보통 얼마 정도를 요구하는가?

“사건별로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100만~200만원 선에서 협박이 들어온다. 물론 일회성으로 그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큰 액수를 부르면 피해자도 자포자기할 수 있으니까, 처음에는 피해자가 지불할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을 부른다.”

협박과 재협박의 종착지는 영상 유포

사태를 수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맛보게 하는 것인가?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협박은 반드시 재협박으로 이어진다. 10여 차례의 협박을 다 받아 준 끝에 최종적으로 1억원을 지불한 사례도 있다.”

10대라든가, 20대 초반 대학생은 본인이 바로 지불할 능력이 없을 텐데?

“안타깝지만 협박에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한 중학생도 있다.”

더 뜯어낼 돈이 없으면 영상을 유포하는가?

“그러니 처음부터 협박에 응할 필요가 없다. 돈을 주면 영상을 유포하지 않겠다는 건 협박이지, 약속이 아니다. 일단 일이 벌어졌으면 수사기관으로 향하거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피해 사실을 밝히는 게 최선이다.”

돈을 낼 여력이 없는 피해자를 현금 수거책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피싱 범죄 조직들은 대포통장 계좌를 사용한다. 그래서 ATM기에서 현금을 뽑는 수거책이 있는데, 이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 유일한 조직원이기 때문에 경찰에 검거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래서 위험 부담이 높은 일거리를 피해자에게 떠맡기는 것이다. 보통 윗선은 해외에 적을 두고 있어서 검거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금전적인 피해 복구는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말했듯이 피의자를 붙잡아도 수거책과 같은 심부름꾼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몸캠 피싱 범죄에 가담하면 양형은 어떻게 되는가?

“성폭력 처벌법상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죄가 적용된다. ‘n번방’ 사건 이후에 신설된 내용으로 벌금형이 없고 1년 이상의 징역형만 있다. 여기에 음란물 촬영을 요구하고 또 다른 사진이나 영상을 더 보내라고 했다면 촬영물을 이용한 강요죄도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악성 앱으로 개인 정보를 빼돌리는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도 된다.”

몸캠 피싱의 예방법이나 사후 대응법에 대해 말해달라.

“원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온라인상의 낯선 사람은 믿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잘 모르는 상대가 보낸 링크는 클릭하지 말고 파일 또한 설치하거나 열어보면 안 된다. 하지만 이미 당했다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사건 해결의 골든타임이 길게 잡아도 사나흘이라고 하면 가해자의 연락처나 대화 내용, 계좌번호 등을 수집해서 최대한 빨리 경찰서를 방문하거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는 게 최선이다.”

- 글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 사진 지미연 기자 agadis@hanmail.net

202307호 (202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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