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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사건리포트(4)] 이승기 변호사가 말하는 10·20대 마약 사건 해법 

“친구가 권유하면 무조건 피하라… 선처 받으려면 먼저 자백해야”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클럽·나이트 등에서 분위기 띄우려 마약 권유하는 사례 많아
강남 학원가 범죄 타깃… 공부 잘하려 의료용 마약류 복용도


▎우리나라의 마약류 범죄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마약류 사범에서 10·2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한국의 마약류 범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마약 청정 국가(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 20명) 지위는 7년 전에 이미 상실했다. 10년 전 9000명대이던 마약류 사범은 2022년 1만8000여 명으로 두 배 늘었다. 마약류 범죄가 암수범죄(暗數犯罪)율이 높다는 특성에 비춰보면 이 통계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기자가 만난 한 전문가는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을 28.57배로 예측했다. 국내 마약류 사범이 50만 명을 훌쩍 넘길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마약중독 경험자를 100만 명 이상으로 보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마약 시장이 접근성이 좋은 인터넷을 통해 자리를 잡으면서 우리 사회에 마약이 일상화됐다는 게 중론이다. 우선 마약을 구하기가 너무 쉬워졌다. 유통되는 마약 종류도 필로폰·코카인·아편 등의 전통적인 마약에서부터 졸피뎀·프로포폴·케타민 등과 같은 대마 계열까지 확장됐다. 전체 마약류 사범에서 10·2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10대 마약류 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2022년 481명으로 4배 증가했다. 전체 마약 사범 중 10·20대 비중은 같은 기간 15.8%에서 34.2%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변호사실을 찾아오는 부모들을 보면 자식들이 이미 한 차례 선처 받고도 재범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마약 범죄를 수년 째 다뤄온 이승기(42·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변호사의 지적이다. 최근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을 비롯해 10·20대를 겨냥한 마약 범죄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학부모들도 비상이 걸렸다. 청년층의 마약 범죄 실태는 어떤지 듣기 위해 이 변호사를 찾았다.

최근 청년층에서 마약류 범죄가 늘었다. 원인이 무엇인가?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대중매체에서 마약을 소재로 하는 내용이 빈번히 노출되며 마약에 대한 거부감이 옅어졌다. 거기에 예전에는 마약 하면 팔목이나 발목에 주사기를 놓는다거나 코로 흡입하는 다소 위험하고 적나라한 이미지를 떠올릴 정도로 거부감이 컸지만, 최근에는 쉽게 복용할 수 있는 신종 마약이 등장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이 신종 마약은 몸에 바르는 오일 형태부터, 쉽게 먹을 수 있는 캔디나 젤리 형태, 여기에 풍선처럼 불어서 마시는 형태까지 정말 다양하다. 마약이 무슨 간식처럼 가볍게 인식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마약을 구하는 것도 쉬워졌다.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대면 거래 과정에서의 제약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마약을 구하려고 유통업자를 수소문하고 직거래 현장에 나서는 위험 부담이 없다는 얘기다. 이제는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 손에 마약이 쥐어진다. 또 우리나라 청년들이 온라인 전문가 아닌가. IT 강국이 되면서 역설적으로 마약 위험 국가로 전락한 것이다.”

마약 사건과 관련해 직업이 ‘학생’인 의뢰인도 늘어난 편인가?

“물론이다. 인터넷을 하다 마약을 접했다는 사례가 많다. 아니면 친구가 호기심에 했다고 하니 따라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처음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마약 때문에 인간관계가 모두 중독자로 채워졌다며 후회하게 된다. 중독과 전염이 함께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연예인들이 마약 사건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도 악영향을 끼칠 것 같다.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물의를 빚고 한동안 자숙하다가 나중에 멀쩡하게 방송 활동을 이어가지 않나. 이걸 보고 대수롭지 않을 거라고 여기는 청년층이 많다. 한 번은 전과도 없는 평범한 학생이 마약 문제로 상담하러 온 적이 있다. 방송에서 연예인들도 큰 문제 없길래 괜찮을 줄 알았다고 말해 놀랐다.”

20·30대들이 클럽이나 나이트에서 유흥을 즐기다가 홧김에 하는 경우도 많다.

“분위기를 띄우자는 주변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는 사례를 종종 접한다. 대마와 코카인은 물론이고 엑스터시까지 하면서 몸이 화학공장이 된 20대가 있었다. 그런데 본인은 자기 힘으로 충분히 조절 가능해서 중독자가 아니라고 계속 그러더라. 이 외에도 허리 통증을 줄이고자 진통제로 필로폰을 쓰다가 중독이 되거나, 업무 스트레스를 잊고자 대마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학원가서 통용되는 ADHD 치료제는 의료용 마약류”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변호사.
마약에 손댄 10대들은 학업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봐야 하나?

“상당수는 그렇다. 우리나라 교육은 언제나 과경쟁 시대에 있다. 어떻게든 성과를 내려고 보니 마약에까지 눈을 돌린 것이다. 실제로 10대에게 소비되는 마약류 대다수가 각성 효과가 있는 것들이다. 집중력 강화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10대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은 이런 세태가 반영된 범죄 사례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중국의 보이스피싱 조직이 강남 학원가라는 새로운 범죄 루트를 발굴한 것이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집중력 강화’ 음료라면서 권했는데, 학생들은 그 조악하게 생긴 음료를 의심하지 않고 마셨다. 그리고 학생들 부모의 연락처를 알아내 자녀가 마약을 했다며 신고하기 전에 돈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성적지상주의에 빠진 학부모의 아슬아슬한 심리라면 충분히 돈이 될 거라고 본 것이다. 과몰입 경쟁을 부르는 교육환경마저 마약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단적인 사례다.”

당시 범죄에 쓰인 약병에는 ‘메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고 써 있었다. 학생들에겐 ‘공부 잘하는 약’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식으로 서울 학원가에서 통용된 지 오래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나라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강남 3구(강남·송파·서초)에 ADHD 치료제 처방이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부모들의 학력이나 재력 수준이 높은 지역인데, 정작 자식들은 집중력 장애가 높다니 이상하지 않나? ADHD 치료제는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된다. 공부를 위해서라면 마약류 치료도 감수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마약으로 인한 2차 범죄는 어떤가?

“마약 때문에 상대가 탈이 나면 상해죄, 성폭력을 하면 강간죄 등으로 처벌 받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마약을 몰래 먹이는 범죄의 경우 처벌하는 법률이 없다. 소위 말하는 ‘퐁당 마약’ 자체는 범죄가 아니라는 뜻이다. 입법의 흠결이라고 본다. 다만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마약류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되니 예외다.”

“미국의 마약단속국(DEA)과 같은 전문 기구 시급”

마약 범죄에 대한 사업부의 양형기준이 낮다는 지적이 있다.

“마약 범죄는 첩보를 통해 수사가 이뤄진다. 그래서 경찰도 마약 사범들의 제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고, 법원 역시 범죄자라 해도 공적(功績)을 세운 사람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투약자의 경우 처벌보다는 치료와 재활을 통해 사회에 복귀시켜야 재범을 줄일 수 있다. 처벌만이 능사는 아닌 범죄다.”

변호사로서 마약 범죄를 다루는 방식이 여타 범죄 사건과는 다를 것 같다.

“먀약 사건은 누가 먼저 경찰에 가서 공범을 털어놓느냐의 싸움이다. 충고하자면, 만일 경찰이 ‘너 마약 한 거 안다’며 이미 집이나 회사로 들이닥쳐 체포했다면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공범 중 누군가가 본인을 포함해 명단을 전부 경찰에 넘긴 상황으로 봐야 한다. 그때 가서 경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울고 빌어도 소용없다.”

형량 거래를 목적으로 의뢰인에게 접근하는 브로커 변호사도 있다고 하는데?

“의뢰인에게 다른 투약자나 판매책을 수사기관에 폭로하라고 권고하는 것은 변호사로서 해야 할 일이다. 제보를 통해 선처 받을 수 있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 마약류 범죄는 마치 생물과 같아서 뿌리를 뽑기 전까지는 계속 자란다. 제보를 통해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면 이는 당연히 권장할 일이다. 그런데 최근 문제가 되는 브로커 변호사의 경우는 얘기가 좀 다르다. 이들은 의뢰인의 사건과 무관한 마약 투약자 명단을 따로 구해서 의뢰인에게 1000만원가량에 판매해 문제가 된 것으로 안다.”

현재 수사 방식으로는 마약 범죄를 뿌리 뽑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의 마약단속국(DEA)과 같은 전문 기구가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마약류에 대한 단속 권한이 전부 흩어져 있다. 외국에서 들어온 마약은 관세청이 담당하고, 국내에서 마약 범죄가 발생하면 경찰이 수사한다. 병원에서 마약류를 과잉 처방하면 식약청에서 조사하는 식이다.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이 하루빨리 구축돼야 한다.”

- 글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 사진 원종현 기자 nicehhyun@hanmail.net

202306호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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