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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이 간다] 왜 온라인 커뮤니티는 MZ세대의 놀이터가 됐을까 

“연령·성별로 묶여 하나 된 사이버 부족사회” 

이상우 월간중앙 인턴기자
‘좋아요’ 공감 기능으로 실시간 소통 가능해 2030세대에 인기
이성을 만날 때 판단 요소로 ‘커뮤니티 이용 여부’ 살펴보기도


▎20대대학내일연구소에 따르면 MZ세대의 70%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뮤니티는 게시물에 달린 댓글과 ‘좋아요’ 공감으로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하단 특징이 있다. / 사진:get ty images bank, 독자 제공
"아, 죄송합니다. 습관이 돼서요.” 대학생 이상훈(26)씨는 황급히 스마트폰을 뒤집어 책상에 올려놓았다. 카페에서 만난 그는 틈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지인의 연락이나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인터넷상에서 불특정 다수와 상호작용하는 공동체)에 접속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기자와 대화하는 중간에도 30초 정도의 침묵이 흐르면 자연스레 휴대폰 잠금을 풀었다 잠갔다 하며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스마트폰을 수시로 만지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이씨는 하루 평균 50~60회 커뮤니티에 접속한다고 했다. 계산해 보니 일일 평균 4시간 정도를 커뮤니티 세상에서 머물렀다. 스마트폰을 주로 커뮤니티에 접속하기 위한 용도로 쓰다 보니 그의 휴대폰 메인 화면엔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이 상단에 고정돼 있었다. 2030세대의 주요 연락 수단인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등은 오히려 고정돼 있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부터 커뮤니티에 접속하게 됐는데 올라오는 글들이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커뮤니티를 계속하게 됐죠.” 이씨의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의 시작은 단순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과 풋볼 매니저(FM 시리즈)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와이고수’와 ‘에프엠코리아’란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한 것이 시작이었다. 게임 정보를 취합하고자 시작했던 이씨의 커뮤니티 활동은 곧 게임을 넘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커뮤니티의 이용자 다수가 2030세대 남성들이라 정말 편한 친구들처럼 느껴졌다. 커뮤니티에는 자신이 먹은 점심식사 사진 공유와 같은 가벼운 일상부터 취업 및 진로와 같은 진지한 고민까지 다양한 글들이 올라왔고, 유저들이 제각각 댓글을 달며 즉각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이씨 역시 “애매한 지인한테 카톡으로 일상 사진을 공유할 바엔 커뮤니티에 제 근황을 올리는 편”이라면서 그동안 자신이 올린 수십 개의 게시물을 보여줬다.

이씨와 같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사용하는 2030세대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젊은 남성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는 회원 수만 1100만 명에 이른다. 네이버, 다음과 같은 대형 포털사이트 이용자 수와 맞먹는다. 마찬가지로 ‘20대 여성의 아름다운 공간’을 표방하는 ‘여성시대’ 커뮤니티는 여성만 가입 가능한데도 회원 수가 80만 명을 넘는다. 즉, 우리나라 온라인 커뮤니티는 젊은 세대의 남녀 모두에게 낯선 하위문화가 아닌 주류문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아, 죄송합니다. 습관이 돼서요.” 대학생 이상훈(26)씨는 황급히 스마트폰을 뒤집어 책상에 올려놓았다. 카페에서 만난 그는 틈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지인의 연락이나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인터넷상에서 불특정 다수와 상호작용하는 공동체)에 접속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기자와 대화하는 중간에도 30초 정도의 침묵이 흐르면 자연스레 휴대폰 잠금을 풀었다 잠갔다 하며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스마트폰을 수시로 만지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이씨는 하루 평균 50~60회 커뮤니티에 접속한다고 했다. 계산해 보니 일일 평균 4시간 정도를 커뮤니티 세상에서 머물렀다. 스마트폰을 주로 커뮤니티에 접속하기 위한 용도로 쓰다 보니 그의 휴대폰 메인 화면엔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이 상단에 고정돼 있었다. 2030세대의 주요 연락 수단인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등은 오히려 고정돼 있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부터 커뮤니티에 접속하게 됐는데 올라오는 글들이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커뮤니티를 계속하게 됐죠.” 이씨의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의 시작은 단순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과 풋볼 매니저(FM 시리즈)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와이고수’와 ‘에프엠코리아’란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한 것이 시작이었다. 게임 정보를 취합하고자 시작했던 이씨의 커뮤니티 활동은 곧 게임을 넘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커뮤니티의 이용자 다수가 2030세대 남성들이라 정말 편한 친구들처럼 느껴졌다. 커뮤니티에는 자신이 먹은 점심식사 사진 공유와 같은 가벼운 일상부터 취업 및 진로와 같은 진지한 고민까지 다양한 글들이 올라왔고, 유저들이 제각각 댓글을 달며 즉각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이씨 역시 “애매한 지인한테 카톡으로 일상 사진을 공유할 바엔 커뮤니티에 제 근황을 올리는 편”이라면서 그동안 자신이 올린 수십 개의 게시물을 보여줬다.

이씨와 같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사용하는 2030세대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젊은 남성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는 회원 수만 1100만 명에 이른다. 네이버, 다음과 같은 대형 포털사이트 이용자 수와 맞먹는다. 마찬가지로 ‘20대 여성의 아름다운 공간’을 표방하는 ‘여성시대’ 커뮤니티는 여성만 가입 가능한데도 회원 수가 80만 명을 넘는다. 즉, 우리나라 온라인 커뮤니티는 젊은 세대의 남녀 모두에게 낯선 하위문화가 아닌 주류문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커뮤니티의 장점? 또래들로 구성됐다는 것


▎주 이용층이 MZ세대인 온라인 커뮤니티. 순서대로 에프엠코리아, 일간베스트 저장소, 인스티즈, 디시인사이드, 여성시대, 엠엘비파크. / 사진:이상우 인턴기자
직장인 김지훈(32)씨는 2012년부터 10년 넘게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다. 군인 시절 무료한 여가 시간을 보내려고 시작한 게 김씨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사했다. 3년 전부터는 커뮤니티에서 친해진 회원들끼리 모여 별도의 단체 카톡방(카카오톡 대화방)을 만들었고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모임까지 갖고 있다. 익명성과 온라인이란 기존 인터넷의 단점을 넘어 새로운 인맥 형성의 도구로서 커뮤니티가 활용된 것이다. 김씨는 “주요 관심사와 개그 코드가 비슷해 (커뮤니티로) 자꾸 손이 간다”며 10년 넘게 커뮤니티를 이용한 이유를 밝혔다.

대학생 김현수(24)씨도 커뮤니티를 5년 넘게 하고 있다. 고등학생 때 좋아하는 남자 아이돌 그룹의 사진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여초(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은 경우) 성향의 커뮤니티인 ‘인스티즈’에 가입한 게 시작이었다. 10·20대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스티즈 가입은 김씨에겐 곧 온라인상에서 수많은 동년배를 사귄 것이나 다름없었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젊은 여성들이 주요 관심사인 뷰티, 연애 문제 등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 보니 자연스레 인스티즈에 빠져들었다. 김씨는 “주변 애들도 많이 하는 커뮤니티라 거부감 없이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우화처럼 익명의 공간에서 속 시원하게 고민거리를 말할 수 있는 게 커뮤니티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남초(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은 경우) 성향의 커뮤니티인 ‘에프엠코리아’에 올라와 있는 화제 게시판(이용자로부터 공감을 많이 받아 선정된 인기 글들을 모아둔 곳)의 게시물들은 유저들이 커뮤니티에 몰입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2030세대 남성들이라면 눈길을 끌 만한 군대, 정치와 같은 각종 사회 이슈, 프로 스포츠 등의 콘텐트가 시시각각 업로드되기 때문이다. 또한 게시글 속 댓글들은 ‘좋아요’라는 공감 표시 버튼을 통해 여론의 즉답을 받을 수 있어 실시간 소통이 이뤄지기에 커뮤니티로서의 장점이 돋보인다. 김지훈씨는 “(공감버튼 덕분에) 내가 쓴 게시물이 가치가 있음을 인정받는 것 같아 꾸준히 글을 올린다”고 커뮤니티 활동에 적극적인 이유를 밝혔다.

일상 공유 넘어 신념과 가치관 형성에 영향


▎온라인 커뮤니티 ‘에프엠코리아’의 이용약관. 만 14세 이상이면 누구든지 가입 가능해 5분이면 아이디 생성 후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다. / 사진: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는 젊은 세대에게 개인적 가치관과 신념을 형성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박성진(가명·27)씨는 과거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신념 형성에 온라인 커뮤니티가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박씨가 처음으로 접한 커뮤니티는 ‘일간 베스트 저장소’(일베)란 커뮤니티였다. 일베는 극우적 성향의 유저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게시물과 댓글 역시 정치 편향적인 요소가 많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박씨는 이러한 일베의 특수한 환경에 노출되다 보니 자연스레 자신도 극우적 성향이 돼 일베에 소속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지탄을 받은 ‘세월호 광화문 폭식 농성’에 직접 참가하는 등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가리지 않고 커뮤니티 활동에 열중했다. 박씨는 “뭐에 홀렸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땐 (일베가) 옳다고 생각돼 주저 없이 행동했었다”며 “일베에서 활동했던 시기는 아무한테도 말 못하는 내 흑역사다”라고 자책했다. 박씨는 일베 활동을 2015년에 그만뒀다. 일베의 전라도 지역 비하 발언과 무차별적인 여성 혐오 등 반인륜적 행위들이 공론화돼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자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특히 자살한 할아버지 사진을 인증한 유저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내가 정상적이지 않은 집단에 있구나’라는 사실을 자각했다. 부끄러웠다”고 그때의 심경을 말했다.

직장인 송진구(가명·27)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자체가 MZ세대들에게 하나의 언론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여성시대’를 10대 때부터 꾸준히 해왔다는 송씨는 “커뮤니티에 각종 뉴스와 사회 논란이 활발히 올라오는 편이라 신문이나 뉴스 대신 자주 보는 편”이라며 “뉴스 관련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을 참고해 여론을 조망한다”고 했다. 송씨는 페미니즘 주제와 관련해 여성시대에서 얻은 견해를 실제 지인들과 대화할 때도 활용했다. 송씨는 “첨예한 사회 갈등에 대해 내 생각을 정리하기 어려울 때 여성시대의 게시물은 명확하게 그들만의 생각을 밝혀 나 스스로도 공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커뮤니티를 길라잡이로 삼은 이유를 밝혔다.

언론 대신 온라인 커뮤니티를 더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재미다. 송씨는 언론사가 작성한 뉴스는 비교적 정형화되고 딱딱한 기존 언론 문법에 맞춰 쓰기 때문에 재미가 없어 눈길이 안 간다고 했다. 반면 온라인 커뮤니티 글들은 사회적 이슈와 문제도 2030세대 여성들이 주로 쓰는 언어와 감성으로 쓰기 때문에 재밌는 썰(의견이나 생각)처럼 인식하고 읽게 된다고 했다.

불법촬영·성범죄 등 각종 논란 온상 되기도


▎논란이 된 ‘여성시대’ 커뮤니티의 일반인 불법촬영 게시물. 사진 속 대상에 대한 노골적인 비하와 비난이 가득하다. / 사진:페이스북 김여시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는 2030세대 남녀의 활발한 소통 창구이자 격식 없는 만남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지만 동시에 각종 범죄와 반인륜적 문제를 야기하는 곳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사회적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가장 큰 논란이 됐던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울갤) 자살 사건이 대표적이다. 특히 10대 소녀의 자살을 부추긴 울갤 회원들의 언행이 사회적 공분을 샀다. 문제는 디시인사이드 말고도 각종 커뮤니티에서 이에 버금가는 숱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여성시대’는 공공연하게 퍼져 있는 일반인 불법촬영 게시물에 대한 ‘달글’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달글은 여성시대의 특정한 스레드(소주제)로 불판이 깔리면 해당 게시물에서 ‘댓글로 달리는 것’을 의미한다. 소위 ‘불판을 깐다’고도 표현한다. 불법촬영 대상은 전 남친(남자친구), 자신이 싫어하는 이성 등 주로 남성이다. 최근엔 임산부석에 앉은 남성 승객을 별다른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커뮤니티에 올려 회원들끼리 해당 남성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수십 개 달렸다.

반대로 남초 성향의 커뮤니티에선 지속해서 성 관련 범죄와 일탈이 지속되고 있다. 성희롱에 가까운 댓글들뿐만 아니라 불법 성인동영상을 공유하는 글을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기자가 온라인 커뮤니티 ‘와이고수’에 접속해 여자 연예인 게시물을 본 결과, 이용자들이 성희롱에 가까운 음담패설을 아무런 제지 없이 댓글로 달고 있었다.

커뮤니티가 직접적인 사회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다 보니 커뮤니티에 대한 인식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씨는 “(커뮤니티 관련) 사건·사고가 잦다 보니 어디 가서 커뮤니티 한다고 절대 말 안 한다”며 몸을 사렸다. 앞서 송씨 역시 “여성시대 하는 것은 주변 지인들한테 말하고 다니긴 했는데 요즘 여론이 안 좋은 건 알고 있다”고 달라진 세태를 느꼈다.

남초 커뮤니티에선 여성을 대상으로, 반대로 여초커뮤니티에선 남성을 대상으로 한 적개심 가득한 내용의 게시물들이 많다 보니 커뮤니티들이 양 극단에 서서 서로를 혐오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젊은 남녀 사이에서 이성을 만날 때 판단 요소로 ‘커뮤니티 이용 여부’를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학생 김모(22)씨는 “아무리 내 이상형을 충족하는 남자라고 해도 디시나 일베를 한다고 하면 절대 안 사귈 것”이라고 말했다. MZ세대들의 놀이터가 된 온라인 커뮤니티의 그늘진 모습이다.

- 이상우 월간중앙 인턴기자 shinetosky@naver.com

202306호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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