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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새 대법원장 물망 오르는 사람들은 누구 

보수성향·인사청문회 거친 현직 유리… 오석준 대법관·이종석 헌법재판관 거론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엘리트 판사 출신 김용덕·강일원도 하마평 올라
진보판사가 요직 차지한 사법부 권력 변화 임박


▎(왼쪽부터)새 대법원장 하마평에 오르는 오석준 대법관, 이종석 헌법재판관, 김용덕 전 대법관,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 사진:연합뉴스
오는 9월 24일로 임기가 끝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후임을 놓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다양한 인물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전례를 고려할 때 대법원장 퇴임 한 달 전인 8월 20일 전후로 대통령실에서 공식적인 대법원장 후보 지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법원 안팎의 기류를 종합해보면 그동안 사법부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때문에 이번 대법원장 인사는 이념 편향적인 사조직에 장악된 법원의 정상화를 견인하고 동맥경화 상태에 빠진 사법 행정을 되살릴 초석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따라 차기 대법원장 인선에서는 보수성향의 대법원장이 지목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새 대법원장은 9명의 대법관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차기 대법원장 지명 몫의 헌법재판관이나 선관위원 등 인선도 책임져야 한다. 여러 모로 해결해야 할 일이 도처에 산적해 있다.

오석준·이종석, 보수 성향에 인사청문회 경험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내 호흡을 맞춰야 할 대법원장 후보자를 보수성향 인사로 발탁할 것이 확실시된다. / 사진:연합뉴스
우선 오석준(60·연수원 19기) 대법관과 이종석(62·연수원 15기) 헌법재판관이 차기 대법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용덕(66·연수원 12기) 전 대법관과 강일원(63·연수원 14기) 전 헌법재판관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전관 변호사로서 대형 사건을 수임 중이라는 게 추후 대법원장으로서의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오 대법관과 이 재판관이 비교적 최근 인사청문회를 거친 만큼 야당의 견제에도 자유롭다는 분석도 있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들 4인을 업무 능력과 경륜, 조직 융화력 등에서 손색없는 대법원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일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인 오석준 대법관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그는 현 정부 출범 이후부터 대법원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당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며 종종 만나는 등 두 사람은 친분이 깊다고 한다.

오 대법관은 경기도 파주 출신으로 서울 광성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법원행정처 공보관·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수원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제주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특히 공보관을 두 차례 지낸 경력으로 대내외 소통 능력도 인정받았다. 2010년 서울행정법원 근무 당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실시한 법관평가에서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 대법관은 소탈한 성품과 뛰어난 소통 능력이 강점으로 평가 받는다. 판사 시절에는 소신 있는 판결로 유명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 등을 지낸 인물의 친일 재산 환수가 적법하다고 인정했고, 독립운동가 14명에게 실형을 선고한 판사의 행위가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800원을 횡령한 버스 기사 해고가 정당하다고 본 판결을 정치권에서는 흠결로 판단한다. 지난해 11월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 이 판결을 문제 삼으면서 오 대법관의 임명동의안은 무려 119일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는 역대 최장 기록이다.

이종석 재판관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다. 윤 대통령의 몇 안 되는 법원 인맥 중 한 명으로 지목된다. 이 재판관은 경북 칠곡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1983년 사법고시에 합격, 법복을 입었다. 이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수원지방법원장 등을 지내며 법원 내에서 두터운 신뢰를 받아왔다. 2018년 9월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에 지명됐는데, 당시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대변하고 사회 통합에 기여할 능력과 자질을 겸비했다”는 평을 받았다. 같은 해 10월 국회에서 선출안이 통과돼 현재 헌법재판관으로 재직 중이다.

이 재판관은 헌법재판소 내에서 보수성향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2019년 4월 ‘낙태죄 폐지’ 헌재 결정에서는 합헌 의견을 내면서 태아의 생명권을 우선하는 성향을 내비쳤다. 2021년 1월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설치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소수 의견을 밝혔고,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 심판 청구가 부적법하다는 각하 의견을 낸 바 있다. 최근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심판 주심을 맡았으며 전원 만장일치 기각을 선고했다.

판결에서 드러나듯 공사 구분이 뚜렷한 원칙주의자 면모를 지녔다는 후문이다. 일례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인 2021년 6월 청구한 검사징계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검찰총장과 대학 동기이자 친구라는 이유로 사건을 회피했다. 해당 사건은 7:1의견으로 각하됐다.

전직 법조인으로는 김용덕 전 대법관이 하마평에 오른다. 서울대 법대 76학번인 그는 윤 대통령의 대학 3년 선배이자 법률 멘토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진다. 김 전 대법관은 서울 출생으로 1979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마쳤는데, 당시 차석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이후 김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국장과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법원행정처 차장 등 법원 내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尹의 ‘법률 멘토’ 김용덕, ‘정통 법관’ 강일원도 거론


▎새 대법원장 후보자는 전례를 고려할 때 8월 20일 전후에 지명될 전망이다. / 사진:연합뉴스
김 전 대법관을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이력은 그가 보수 엘리트 판사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 회원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 학회는 초창기부터 연수원 기수별로 2~3명만 뽑았다. 임용 성적이 최상위권에 속하는 우수 인재에게만 가입이 권유됐다고 한다. 이 학회 출신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법원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면서 법원 내 패권 세력으로 부상했다. 대표적인 회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다.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진보좌파 성향의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신주류로 부상해 민사판례연구회가 배척됐던 만큼 김 전 대법관이 대법원장에 취임하게 되면 사법부 헤게모니를 완전히 뒤 바꿀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김 전 대법관은 2013년 8월 대법원에 올라온 강제징용 소송 재상고심의 주심이기도 했다. 이 재판은 양 전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이른바 재판 거래를 했다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다. 만약 김 전 대법관이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다면 그가 이 의혹에 연루된 경위를 놓고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간 거센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김 전 대법관이 퇴임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오래 일했던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을 맡아야 하는데, 김앤장이 변호를 맡은 사건이 전합에 오를 경우 김 전 대법관이 사건을 ‘제척·회피’해야 한다. 하지만 전합 재판장은 대법원장만 맡을 수 있다. 사건에 따라 재판장을 새로 정해야 하는 등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이런 점 때문에 김 전 대법관은 유력 후보군에서 한 걸음 밀려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도 대법원장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강 전 재판관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선배로 법원 내에서 ‘정통 법관’이라는 평을 받는다. 서울 출생으로 용산고를 졸업해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 1985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됐다. 이후 대법원장 비서실장·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엘리트다. 엄정한 양형으로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으면서도 2006년 대전고법 형사재판장 재직 당시 전국 고등법원 형사재판부 중 가장 낮은 상고율을 기록한 바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법원장을 지낸 이용훈 전 대법원장을 보좌했다. 당시 사법부는 불구속 재판 원칙을 세우고 사건 당사자의 재판 진술권을 강화하는 정책을 폈다. 국민참여재판과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에 따른 후속 작업도 강 전 재판관의 성과로 알려졌다. 2012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본인 병역 면제·부동산 다운계약서 등 논란이 제기됐지만 중대 결격사유는 되지 않았다. 정치성향은 중도로 알려져 있다. 헌재 재판관으로 일하면서 굵직한 사안을 판결했는데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에서 해산 결정을, ‘김영란법’에 대해선 합헌 결정을 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도 주목받았다. 2017년 3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선고 결정문을 읽은 사람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었지만 결정 요지는 강 전 재판관이 결정했다고 한다. 2018년 9월 임기를 마치고 재판관에서 물러난 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위헌 여부를 놓고는 법무부 측에서 활동하며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 대해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 의견을 내비쳤다.

이 밖에 이균용(60·연수원 16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홍승면(59·연수원18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거론되고 있다. 앞서 두 사람은 대법관 후보로도 추천된 바 있다.

이 부장판사는 경남 함양 출생으로 1990년 서울민사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서울남부지방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2월 대전고법 취임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 파문’과 관련해 “사법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내렸다”는 쓴소리로 화제를 모았다.

홍 부장판사는 경기 안성 출생으로 2013~2016년 대법원 사건 법리 검토를 총괄하는 선임재판연구관과 수석재판연구관을 역임했다. 꾸준히 대법관 후보로 거론됐을 만큼 사법행정과 법리에 밝다는 평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징계가 청구됐지만 결론적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그는 김명수 체제 법관들로부터 수차례 대법관 후보로 천거 받았으나 모두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8월20일 이후 새 대법원장 지명자 윤곽 나올 것

새 대법원장 최종 임명까지 한 달가량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8월 20일 이후 새 대법원장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21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을 고려해 내년 총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이 미뤄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 경우 대법원장 대행은 2024년 1월 1일까지 안철상 대법관이, 그 후에는 김선수 대법관이 맡게 된다. 특히 김선수 대법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을 지낼 만큼 진보 색채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윤 정부로서는 그에게 사법부 수장 자리를 맡기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이 수순으로 갈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202309호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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