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정치풍향] 잔인한 9월이 왔다, 여야 대충돌 시나리오 

이재명·양평·후쿠시마·잼버리… 곳곳이 지뢰, 피해갈 곳이 없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정국’ 초읽기, 출구 전략 보이지 않는 친명계 좌불안석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없다지만… “방류 시작하면 여권 지지율 흔들릴 것”


▎김기현(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 2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 73주년 행사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여야 모두에게 ‘잔인한 9월’이 될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잔인하지 않은 때가 언제일까 생각도 해보지만, 이번 9월은 유독 힘들 것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단순히 여야가 충돌할 만한 소재가 많아서만은 아니다. 총선은 다가오는데, 여야 모두의 미래가 매우 불확실하다. 일례로 지난 8월 4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들 수 있다(8월 1일부터 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여론조사, 응답률 13.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에서 주목할 항목은 ‘내년 총선 결과 기대’에 대한 부분이다. 해당 항목에서 응답자의 36%가 여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고 답했던 반면, 야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48%에 달했다.

정치권 강타할 사건 산적


▎8월 11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전국민중행동 통일선봉대가 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욱일기를 자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대 총선을 240여 일 앞둔 2015년 8월과 9월의 상황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21대 총선을 앞둔 2019년이 아닌 2015년의 상황을 언급한 이유는 21대 총선이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 치러진 선거였을 뿐 아니라, 당시 탄핵이라는 ‘한국 정치사 최초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21대 총선을 200여 일 앞둔 시점과 지금을 비교하는 것은 ‘일반적인’ 비교라고 보기어렵다.

2015년 9월 4주차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을 보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가 36%,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42%였다. 2015년 당시와 비교해 정권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현재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대통령 지지율을 보더라도, 8월 11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35%였고, 2015년 9월 4주차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율은 48%였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도 8월 3주차까지는 지지율이 30% 초반에 머물렀지만, 이른바 ‘8·25 남북 합의’ 이후 지지율이 급등했다. 8·25 합의란 당시 발생한 목함지뢰 사건에 대한 북한의 유감 표명을 받아냈던 남북 간의 합의를 뜻한다.

종합하면, 현재 여당이 안심하고 총선을 치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야당은 여당에 총공세를 퍼부을 것이고, 여당은 이를 방어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야당은 야당대로 여당 공격에만 힘을 쏟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여당도 지지율을 쉽게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치권을 강타할 사건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 재현이다. 8월에 이재명 대표에 대한 또 하나의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번 사법 리스크는 과거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스스로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런 특권 포기의 공식화는 스스로에게 상당한 딜레마를 안겨줄 수밖에 없다. 민주당 의원들의 불체포 특권 포기의 전제가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정당한’ 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할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란다. “국민의 눈높이”는 과연 누구의 눈높이를 말하는 건지 궁금하다. 지금으로부터 약 3개월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 및 측근에 대한 수사가 ‘정당하다’는 응답은 57.1%, ‘야권 탄압이며 정치 보복’이라는 응답은 36.3%였다(연합뉴스·연합뉴스TV가 매트릭스에 의뢰해 5월 6일과 7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1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딜레마 빠진 민주당 의원들 선택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 27일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타 노선 종점 인근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만일 이러한 여론이 국민 눈높이라면, 진즉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했어야 했다. 물론 당시와 상황이 달라졌지만, 현재 전제로 내건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기준은 매우 ‘자의적 해석’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기에 이번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영장이 청구된다고 하더라도, 정치 보복 혹은 탄압 프레임을 들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영장 청구에 대해 “정당하지 못하다”라고 판단하더라도, 가결될 확률이 크다는 데 딜레마가 있다. 선제적으로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던 민주당의 비명계 31명 의원들은 어떤 경우에도 가결 표를 던지겠다고 했다. 이들과 국민의힘 의원, 그리고 정의당 의원들의 표를 합하면 민주당 의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체포동의안은 가결될 확률이 높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비난은 비난대로 듣고,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해질 것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로, 민주당 의원들도 체포동의안에 가결 표를 던지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정당하다”는 것을 본의 아니게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동안 자신들이 주장한 정치 보복 프레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민주당이 곤혹스러운 지경에 빠지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면 회기를 중간에 중단하고, 이 대표 스스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한다는 시나리오다. 회기 중에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반드시 표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도 묘수가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냥 표결하면 될 일을 회기까지 중단시키면 “국회가 이 대표를 위한 존재냐”, “민주당은 이렇게 자의적으로 국회를 운영해도 되느냐”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인 전략이다. 결국 이래저래 민주당은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노인 폄하 논란’의 중심에 있는 민주당 혁신위가 기명 투표를 주장하고 나선 점도 변수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정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는 기명 투표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체포동의안 처리 표결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당위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는 것이 민주당의 현실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친명과 비명 사이의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기명 투표의 당위성이 특정 의원들에 대한 ‘걸러내기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만일 기명 투표로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경우 누가 가결 표를 던졌는지가 만천하에 공개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권리당원 상당수를 차지하는 강성 친명 지지층은 이들에게 공천을 주면 안 된다는 주장을 극렬하게 펼칠 것이다. 가결 표를 던진 이들은 공천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부결 표를 던진 의원들은 ‘방탄의 첨병’이라는 라벨이 붙여질 것이기에 본선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래저래 기명 투표는 민주당 구성원 모두를 힘들게 할 것이고, 결국 체포동의안의 국회 제출은 민주당을 분열로 내몰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분열로 내몰릴 수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여당도 상황이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바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8월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일본의 주권 사안이다. 만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연합(UN) 관련 기구인 IAEA가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 이상, 방류는 일본 정부의 의지에 달린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일본 주권 사항에 대해 무조건 반대 의견을 표명할 수도 없다.

결국 우리 정부가 의지할 수 있는 건 해류의 흐름상 우리나라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는 힘들다는 ‘과학적 접근’이다. 후쿠시마는 우리나라 동해 쪽에 있는 도시가 아닌 태평양 연안 도시이고,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때문에 파괴됐을 당시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정수나 여과, 그리고 희석 없이 그대로 바다에 유출됐음에도 12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바다의 방사능 수치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또한 동일본 대지진 때 파괴된 건물 등의 잔해들이 우리나라 해역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미국 알래스카·워싱턴·오리건·캘리포니아·하와이 등에는 부표와 플라스틱 통이 계속 밀려와 몸살을 앓았다는 점을 봐도 해류의 흐름이 어떤지 잘 알 수 있다.

“양평 문제, 빨리 매듭짓는 것이 합리적”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후쿠시마 오염수 보고서 검증 민주연구원 현안긴급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기호 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원내대책단 부단장, 정춘숙 원내수석부대표, 정태호 민주연구원장, 백도명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박광온 원내대표,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 / 사진:연합뉴스
모든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처리수’를 방류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3중수소는 오염수에만 포함돼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중국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출되는 3중수소 농도 문제가 오히려 더 심각하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를 거치면 대부분의 방사능 물질이 제거된다. 정부는 이런 과학적 결과를 강조하며, 국민들이 과도하게 불안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업 종사자들은 물론이고 수산업 관련 종사자, 횟집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결국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일본의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과연 IAEA 조사 결과대로 방사능 물질이 제거되고, 3중수소를 희석한 상태에서 방류되는지를 얼마나 면밀히 감시하느냐다. 걱정이 공포로 진화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 정부는 향후 30년간 방류 과정을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일본 정부가 막상 방류를 시작하면 여권의 지지율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걱정’이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흔들림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문제는 이미 지지율에 녹아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 기간 지속된 문제였고, 과거 광우병 사태나 사드 사태와는 다르게 과학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류한 직후부터 IAEA는 방류 인근 해역의 방사능 수치와 3중수소 농도를 수시로 공개할 것이다. 그럼에도 여권의 지지율이 일시적으로나마 흔들릴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도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는 해당 사안의 당사자인 양평군민과 서울시민, 그리고 강원도민이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중요하다. 현재 시점으로 본다면 당사자들에게는 고속도로 건설 백지화 철회 여부가 중요하지, 누구의 땅이 어디에 있고, 이들이 얼마나 이득을 보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백지화를 거둬들이지 않는 상황에서 총선이 다가온다면, 여권에 결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여권의 입장에서는 되도록 빨리 해당 사안을 매듭짓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잼버리 대회 역시 여권에는 그리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대회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회가 열린 장소가 간척지라는 데 있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간척지에는 큰 나무들이 자랄 수 없어 숲이 조성되기 힘들다. 한여름 더위를 피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다. 또한 해안가에 있어 최고 기온은 낮을 수 있지만, 습도가 높아 저녁에도 크게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다. 배수가 잘 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장소 선정에 문제가 있었고, 그 이후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준비를 잘했다고는 결코 볼 수 없다. 샤워실·화장실 등 위생 문제, 그리고 부실한 식사 문제도 사전 준비와 직결된다. 배수 문제 역시 어쩔 수 없다고 하기에는 8년 전 일본에서 개최된 잼버리 대회와 비교된다. 일본 잼버리 대회 역시 간척지에서 진행돼 배수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많은 노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잼버리 실패, 총선에 어떤 영향 미칠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7월 27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현장을 찾아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잼버리 대회 실패의 책임은 문재인 정권과 윤석열 정권 모두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이미 지나간 정권이기에 그 악영향은 윤석열 정권에 더욱 크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잼버리 대회 실패가 2030세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상당히 높을 때 나고 자랐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히 강하다. 그런데 잼버리 대회 실패로 이러한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다. 이들 세대가 현 정권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잼버리 대회 파행의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 11월에 결정될 부산 엑스포 유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부산 엑스포 유치 여부는 내년 총선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국가적 빅 이벤트다. 만약 이번 실패가 엑스포 개최 여부에 영향을 준다면, 이는 여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결국 이래저래 여야 모두에게 힘겨운 시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치열하고 격렬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8~9월을 어떻게 넘기는가가 총선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rfolg61@gmail.com

202309호 (2023.08.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