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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세상의 부모들에게 전하는 아동 교육 전문가의 잠언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일등 원하는 ‘학부모’들에게 필요한 ‘부모’ 역할의 모든 것
50여 년간 아동 교육·복지 현장 지킨 전문가의 지혜 담겨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은 교육 현장에 만연한 교권 침해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웹툰 작가 주호민씨 부부가 아들을 지도한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사건으로 학부모의 과도한 교권 침해 행위의 정당성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연이은 교육 현장의 사건들이 들춰낸 학부모의 교권 간섭 행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교사에게 연락하는 건 애교 수준. 자녀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서 교사를 감시하는 범죄에 가까운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교사를 기선제압하는 노하우를 대놓고 공유한다. 이 모든 행위는 ‘아이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포장해 지극한 모성애, 부성애의 가벼운 일탈쯤으로 치부하곤 한다.

이처럼 도를 벗어난 부모의 행동은 본능적인 자기 과시욕이거나 자녀를 양육하는 방법에 대해 무지한 데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요약하면, 올바른 양육을 위해선 부모는 ‘관리자’가 아니라 ‘동반자’가 돼야 한다.

평생 아동복지와 교육 연구에 몰두해온 이배근 박사가 최근 자녀 양육 필독서를 펴냈다. 이 박사가 던지는 화두는 제목에서 드러난다. [나는 좋은 부모인가? 바르게 크는 자녀, 힘 있게 기르는 부모]란 제목에 양육의 원칙이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00쪽에 달하는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출산 후부터 평생을 고민하고 씨름해야 하는 올바른 자녀 양육법을 공부하는 데 이 정도 노력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좋은 부모인가]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을 수 있게 구성했다. 먼저 부모 편에선 부모의 힘을 과시할 게 아니라 자녀의 힘을 북돋우는 부모가 되라고 조언한다. 또 모든 걸 부모가 챙겨주는 ‘헬리콥터맘’이 되지 말고 자녀가 자기 학습과 생활을 주도적으로 해나갈 수 있도록 믿어주는 ‘수로 안내인’이 될 것을 요구한다.

장황한 해설은 쏙 빼고 단편적인 에세이 형식이어서 부담 없이 읽힌다. ‘부모와 청소년을 위한 인생 잠언’에선 저자가 50여 년 동안 교육 현장에서 가르친 경험에서 얻은 삶의 지혜를 전한다.

좋은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한다. 좋은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이 없다고 한다. 좋은 부모는 같이 가라 하고, 학부모는 남보다 앞서가라 한다. 저자는 묻는다. ‘나는 학부모인가? 좋은 부모인가?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309호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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