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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도덕경을 통해 보는 ‘마인드풀니스(Mindfullness)’ 

노자는 마음챙김 명상을 했을까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노자 철학의 요체는 ‘대칭적 상관성’… 비유와 상징의 소통 능력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닉네임이 급히 필요한가? 혹은 카카오톡에 상태 메시지를 당장 올려야 하나?

이럴 땐 노자의 <도덕경>을 펼쳐보자. 그 안에 있는 ‘無狀之狀(무상지상)’, ‘事善能(사선능)’ 같은 선문답을 활용해도 좋다. ‘無狀之狀’은 ‘모양 없는 모양’을 뜻한다. ‘事善能’은 ‘일할 때는 능숙하게’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를 드러내지 않고도 왠지 새롭고, 있어 보이게 하는 메시지 아닌가. 이처럼 도덕경의 격언들은 SNS 소통의 키워드로 잘 어울릴 수 있다.

이게 가능한 건 도덕경에는 비유와 상징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간혹 ‘그 말이 그 말’로 들릴 때도 있겠지만, 본래 의미를 곱씹어보면 역설, 반전, 모호함이 우러나오는 게 도덕경의 묘미다.

저자는 이런 노자의 가르침을 영미권에서 유행하는 ‘마음챙김(Mindfullness)’ 명상에 접목하려 든다. 형식은 위(魏)나라 출신 사상가 왕필이 수립한 도덕경 편집 체계인 81장 구성을 따른다. 내용은 노자의 무위(無爲) 사상에 마음챙김 명상의 ‘하지 않음(Non-doing)’ 가르침을 투영하는 식이다. 예컨대 노자는 부드러움을 지향했고, 그 정신을 ‘무(無)’에 담았으며, 그 부드러움을 유지하는 방법이 마음챙김 호흡이라는 논리를 끌어낸다.

나아가 마음챙김 명상은 도덕경을 몸으로 느끼는 방법론으로 이해된다. 노자 철학의 요체는 ‘대칭적 상관성’이다. 노자에게 유와 무, 빛과 어둠, 아름다움과 추함은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대항관계다. 유(有)와 무(無)를 따져 보자. 유는 감각 기관에 보이고 들리는 세계의 총칭이다. 무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면서, 유의 근거가 되는 세계의 총칭이다. 저자는 “보이지 않는 세계인 무를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게 마음챙김”이라고 설명한다.

저자 배영대는 중앙일보에서 30여 년간 기자로 일하며 글을 다뤘다. 이 책이 술술 읽히는 이유다. 저자는 언론인으로서 늘 옳고 그름을 따져 사실, 진실을 캐내는 일에 익숙했다. 그런 그가 존 카밧진 교수의 ‘마음챙김’ 강의를 듣는 순간 도덕경의 첫 구절 ‘도가도(道可道) 비상도(非常道)’를 떠올렸다고 한다. 뉴턴의 고전역학을 신봉하던 물리학도가 막스 플랑크의 양자역학을 접한 충격이랄까. 그에겐 도덕경이 서양 마음챙김 명상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한 가지 팁. 이 책은 목차만 찬찬히 음미해도 본전은 한다. 한 줄, 한 줄 따라가다 보면 절로 마음이 편해진다. 안 그렇다고? 그건 당신이 시간에 쫓겨 참 힘들게 산다는 말이다.

-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202309호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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