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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련의 지구촌 인문기행(4)] ‘남미의 파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애수(哀愁) 

묘지(레콜레타)와 탱고, 그 극과 극의 공존 

묘지마저 빈부격차 드러내는 ‘죽은 자들의 마을’, 에바 페론의 묘소가 가장 유명
‘카르페 디엠’을 실감케 하는 탱고와 라 보카 지역, 산 텔모지구 시장엔 생기 가득


▎2022년 아르헨티나의 ‘에비타’ 에바 페론 사후 70주기를 맞아 지지자들이 그녀가 묻힌 레콜레타 묘역을 행진했다. 페론은 여전히 아르헨티나 국민 사이에서 극단의 평가를 받고 있다. / 사진:EPA연합뉴스
인간은 생명불식(生命不息)의 존재다. 우리는 매일 8만6400초를 부여받고 그 시간을 소진하며 살아가는 여행길에 있다. 주어진 시간은 곧 생명이다. 인생은 살아가는 것인 동시에 죽어가는 것이다. 인생은 시간에 올라타 쉼 없이 달리는 여행과 같다.

미지의 땅을 여행하다 만나는 수많은 묘지는 우리의 삶이 유한하고 인생 여정도 머지않아 끝이 나리라는 자각을 하게 만든다. 한평생 어떻게 살아왔는가와 무관하게 인간의 말로가 어떠하다는 것을,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음을 웅변하는 곳 말이다. 때로는 거대한 모습으로, 때로는 아주 조촐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여행자에게 말을 건네며 손짓한다.

어느 나라를 가든 여행자들이 유한한 생명의 존재에 대해 새삼 자각하고, 잠시나마 자신을 둘러보게 하는 ‘묘지 여행’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세상을 감동시켰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한 줌의 흙이 돼, 묻혀 있는 그 장소들은 오히려 여행을 값지게 하는 요소들이다. 우리 모두 지구를 잠시 여행하기 위해 들른 방랑자들임을 일깨워주니까.

사람들은 당장 주어진 그 평안함이 영원토록 계속될 것이라는 착각 속에 오늘을 살아간다. 자신이 죽는 날짜를 손바닥 보듯 들여다본다면, 시시각각 죽음의 그림자가 구름처럼 덮쳐오는 상황에서 어찌 생존의 의지를 불태울 수 있으리. 그게 인간을 만든 조물주의 묘수인 듯하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들러 본 묘지 중 유난히 눈에 들어온 곳은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 한복판에 있는 ‘가택묘지’인 레콜레타( La Recoleta Cemetery)다. ‘주택식 공동묘원’, ‘주택묘지 박물관’, ‘죽은 자들의 마을’이라는 별칭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이렇게 차량이 쌩쌩 몰아치는 대도시 한복판에서 묘지들이 별도의 마을과 건물 집단을 이룬 예는 아마도 내 여행 경험으로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묘지가 관광자원인 도시


▎주택식 공동 묘원인 레콜레타 일대. 일종의 묘지 박물관이다. / 사진:고혜련
‘남미의 파리’라고 불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구 약 289만 명, 브라질의 상파울루에 이어 남아메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그 대도시 북동쪽에 위치한 구역(Barrio) 이름이 레콜레타다. 대도시에 있는 묘소라 해도 어느 호젓한 마을 뒷동네나 교회·성당에 자리 잡은 사례들은 많다. 죽은 자들을 위해 마련한 비석이나 기념탑이 큼지막하다 해도 레콜레타 정도는 아니었으니 더욱 놀랍다. 죽어서 안치된 5000여 고인들의 머릿수만 헤아려도 단연 최고라는 느낌이 들었다. 화려한 ‘주택묘지 박물관’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레콜레타에 입주한 묘소들은 이 나라 저명인사들과 부호들의 사후 안식처로, 대리석이나 화강암으로 지은 주택과 아주 닮아 있다. 분명 묘지이지만 고인이 실제 살고 드나들었던 주택처럼 현관문과 창문, 담벼락과 가로등도 한 세트인 양 구비돼 있다. 저마다 크기가 다르지만 상당수는 웬만한 크기의 주택 방 1~2개 정도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어느 곳은 부엌 싱크대, 식탁, 의자도 보이니 현재 집주인이 거주하고 있는 것 같다. 작은 정원을 갖춘 곳도 있다. 마치 이 나라 건축 문화를 가늠할 수 있게 집대성한 느낌마저 준다.

시신의 유골들은 그런 주택 묘지 안방이나 정원의 석곽함 속에 안치돼 오랜 세월, 이곳을 방문하는 세계의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마치 시내 한쪽에 조성한 일련의 단독주택 단지를 연상케 하는 공동묘지인 셈이다. 자연 속 산등성이나 들판에 자리 잡은 우리네 묘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묘지는 화려한 장식과 함께 비장미와 처연함을 맛보게 한다. 죽어서까지 기여하는 시신들이다.

역대 대통령과 부인들, 노벨상 수상자, 유명 작가와 학자들이 안장돼 고인의 명패도 달려 있고 묘지에 길 이름과 번지수도 달고 있다. 입구와 현관문, 창문 등이 설치된 대리석 석조 주택 각각 한 채들이 한 사람이나 가족의 지상묘지인 셈이다. 여러 묘지를 감상하며 다닐 수 있는 미로같이 좁다란 산책길도 나 있고 때로는 창문을 통해 묘지 내부에 안치된 관도 들여다볼 수 있다. 이곳의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가장 비싼 묘소 가격은 10억원, 보통은 5억원 정도로 근처 주택가격과 비슷한 셈”이란 답변이 돌아온다. 죽은 이들의 묘지 앞에 서면 내 심장을 늘 서늘하게 하는 시구(詩句)가 떠오른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나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199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여성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키의 시, [두 번은 없다])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에비타’ 향수


▎레콜레타에 자리한 에바 페론의 묘지. 지금도 추모객들이 방문한다. / 사진:고혜련
레콜레타 부근은 원래 수도원 공동체와 채소밭이 있었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부유층이 사는 부촌으로 불린다. 19세기 말 황열병이 유행하면서 주민들이 도시 남쪽을 피해 북쪽으로 이사하면서 비롯됐다. 1822년 시(市) 정부의 결정으로 공동묘지가 됐다. 초대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유명한 프랑스 건축가를 초빙, 자신을 위한 묘지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면서 본격화됐다. 다른 유족들도 ‘망자의 집’ 설계를 의뢰하며 다양한 모습의 주택묘지가 자리 잡았다. 마치 작은 건축물로 뽐내기 경쟁을 한 주택 경연장 같다. 현재 묘원 전체 넓이는 약 1만5000평에 이른다. 저마다 조각과 장식물로 한껏 예술성을 뽐낸 납골실들이 주택 모양의 묘소 안에 안치돼 있다.

그중 관광객의 관심을 많이 끄는 곳은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의 두 번째 부인인 에바 페론(Eva Peron, 1919~1952)의 묘소다. 시골 빈민층의 사생아로 태어난 배우가 육군 대령이었던 후안 페론을 만나 영부인이 됐다. 그녀는 정치에 깊숙이 개입해 ‘공짜 복지’로 한때 국민의 추앙을 받았다. 몇 년간 영부인, 선동정치가 등으로 살면서 가난한 서민들의 지지를 듬뿍 받고 노동조합을 강력하게 지지해 전 세계 매스컴에도 자주 노출됐던 인물이다. 그러나 결국 나라를 재정악화 상태로 몰아 몰락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난에 시달리다 33세에 암으로 사망했다. 그녀를 애도하는 국민의 꽃다발로 연일 뒤덮이는 한 달간의 화려한 장례식이 거행됐었다.

그 후 미국 브로드웨이의 거장이자 작곡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가 뮤지컬 [에비타(Evita)]를 작곡해 에바 페론의 존재가 세계적으로 더 유명해졌다. 그녀의 묘비명이라고도 하는 “Don’t cry for me Argentina. The truth is I never left you”라는 노래가 절로 떠오른다. 묘지 앞에서 카렌 카펜터(Karen Capenter)의 목소리에 실려 흐르는 뮤지컬 [에비타]의 장면을 곁들이면 그녀의 고난이 전해져와 70년 전 꽃다운 나이에 가버린 그 영혼을 위해 잠시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나중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OST를 가수 마돈나가 불러 큰 히트를 쳤다.

필자가 방문한 그날 아침 그녀의 묘소주택은 아무 연고자도 없는 듯 먼지가 쌓이고 초라하게 방치된 듯 보였다. 세상사의 허무함과 쓸쓸함을 대변하고 있었다. 한쪽 구석 좁은 골목길 안에 있었던 그녀의 묘소에 당도했을 때는 묘지 현관문 사이에 누군가 끼워 넣은 시든 장미 두 송이와 한 장의 얼굴 사진이 그녀의 영혼을 달래는 듯했다.

에바의 남편이었던 후안 페론은 한때 군부 쿠데타로 쫓겨나 해외를 전전했다. ‘페론주의’의 부활을 염려한 군부에 의해 그녀의 시신은 이곳저곳을 떠돌다 결국 24년 만에 현재의 자리로 왔다. 아직도 그녀의 영혼이 묘지를 맴돌고 있다면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아마도 이런 노래를 들려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천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작자 미상의 시가 담겨 있는 장송곡이 그것이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말아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외국에서는 영문 추모 시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에 멜로디를 붙인 곡으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해 듣자마자 슬퍼진다.

“살아 있는 자는 무조건 즐거워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극장 풍경. 살인적 인플레이션에 시달리지만 여전히 이들은 삶을 즐긴다. / 사진:고혜련
대로변에 떡 버티고 서 있는 묘원 입구는 장중한 신고전주의식 철문이 도리스 양식(고대 그리스 건축양식)의 기둥에 둘러싸여 있어 아름다운 위엄을 자랑하고 있다. 그 위에는 ‘평화롭게 쉬소서’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된 대형 글귀가 새겨져 있어 이곳의 존재 이유를 알게 해준다. 그냥 지나치면 시민들의 쉼터용 공원 정도로 여겼을 법하니 말이다. 영어권에서 ‘Rest in Peace’로 흔히 사용되는 이 묘비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묘원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대표적인 글귀다.

하지만 부촌인 레콜레타 지역에는 묘원에서 얻은 우울감과 허망감을 떨쳐버릴 수 있는 곳이 도처에 있어 관광객들은 얼굴에 금방 다른 표정을 입히게 된다. 국립 박물관도, 문화센터도, 멋진 성당도 일본식 정원 등이 포진해 있는 덕분이다.

무엇보다 먼저,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산 텔모지구의 재래시장엘 가보라.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말이 금방 현실로 다가온다. “살아 있는 자는 무조건 즐거워라”라는 말을 전하려는 듯 시장은 온갖 기기묘묘한 노점상과 너털웃음, 춤추는 상인, 브라스 밴드의 음악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 영웅’인 디에고 마라도나(2020년 작고)와 리오넬 메시를 상기시키려는 듯 운동복과 모자를 파는 가게가 유난히 성업 중이다.

오래된 카메라, 축음기, 타자기, 골동품, 수공예품, 오색유리병과 와인 잔이 넘치는 길가 노점상 사이 작은 길에는 탱고 춤을 추며 분위기를 들뜨게 하는 춤꾼들이 멋진 몸매와 음악으로 자극한다. 밤이 되면 이런 상점들은 졸지에 사라지고 노천카페로 순식간에 바뀌어 술 한 잔 걸친 이들이 다시 온몸을 흔들어대며 요란하게 춤을 춘다. 몸치인 나 역시 어서 탱고 춤을 배워 무리에 끼어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열정적이며 도발적인 느낌의 탱고는 1880년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하층민에서 유래돼 ‘멈추지 않는 춤’으로도 불렸다.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대중음악인 탱고 음악의 기본 리듬은 4분의 2박자. 아주 경쾌하다.

세계 3대 극장 중 하나라는 르네상스 건축양식의 호화찬란한 콜론 오페라 극장(Teatro Colon, 1857년 개관)의 공연도 즐겨보자. 또 아르헨티나 역사의 시작과 독립을 알리는 ‘5월 광장’에 들러 빛바랜 핑크빛 대통령 궁(카사 로사다 Casa Rosada)과 근위대의 멋진 교대식을 구경하자.

탱고, 멈추지 않는 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길거리를 걷다가 탱고와 만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 사진:고혜련
목축과 낙농업의 강자인 아르헨티나는 쇠고기 값이 한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싸다. 꽤 저렴하고 맛도 좋다는 소문 탓인지 스테이크 레스토랑들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거리 상점에 걸려 있는 소가죽 핸드백 등의 가격도 아주 매력적이다. 해외여행 시 물건 사기와 오래전 결별한 필자 역시 어깨에 메는 가방 하나 건지고 흐뭇해했으니 말이다.

유럽 이민자들의 정착지이며 탱고의 발상지로 알려진 항구, 라 보카(LA BOCA) 지역 카미니토 거리. 동화 속 마을 같은, 알록달록한 파스텔톤 건물 사이 골목길에서 탱고를 추는 연인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들의 춤은 시간과 장소와 무관하게, 욕구가 발생하면 추는 그런 대상인 것이다. 카페들은 아주 작은 임시 야외무대를 설치, 여행객들의 심사를 뜨겁게 달군다. “삶은 별로 심각한 게 아니며, 그저 탱고에 맞춰 춤을 즐기는 자가 당장, 가장 잘 살아내는 자”라는 외침을 남녀노소 무관하게 온몸으로 뿜어내는 듯했다.

세계 5대 와인 생산국답게 맛 좋고 값도 아주 ‘착한’ 와인이 인기품목이다. 야외 카페 테이블에 앉아 한숨을 돌리니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묘지를 방문한 기억들이 줄을 이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의 케네디와 재클린 묘소, 1년 내내 한 시간도 쉬지 않고 불꽃이 타오르게 해 그들의 영혼이 아직 우리 곁에서 활활 불타고 있음을 상기시키려는 듯 보였다. 파리의 몽마르트나 몽파르나스 묘지도,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넌헤드 공동묘지도 줄줄이 떠오른다. 또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해골 잔재들이 어지럽게 쌓인 해골 무덤 등이 순식간에 떠올랐다 사라진다.

영화 [버킷리스트]에서처럼 죽기 전에 누구든 하고 싶은 것들을 미리 작성, 실천해 보는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버킷리스트]는 폐암 말기의 자수성가한 백만장자 사업가 에드워드(배우 잭 니컬슨)와 가난한 빈털터리 자동차 정비사 카터(모건 프리먼)가 함께 하고 싶은 일을 해내면서 즐겁고 의미 있게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그려내 많은 이들의 호응을 받은 영화다.

새삼 내 버킷리스트와 묘비명도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그리곤 너무 인생을 숙제하듯 스스로 떠밀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스쳐 갔다. 또한 무엇을 버킷리스트에 어떻게 담을지도 구체적으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음이 당혹스러웠다. 내 일거수일투족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게 따지고 쫓겨 왔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늘 시간의 가성비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평생 글을 써서 밥을 먹고 살아왔으니 말년에는 진정 프로다운 멋진 글, 누군가에게 진정한 위로가 되는 글 한 편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이른다. 간절히 원하는 인간에게는 경우에 따라 초인적인 능력이 발휘되는 은총과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으니 기대하며 노력할 작정이다. 다만 그 유명한 버나드 쇼의 묘비명, “내 우물쭈물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와 같은 처지는 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인생과 죽음을 주제로 얘기할 때 단골처럼 생각나는 ‘Memento Mori’의 뜻은 “죽음을 기억하라”다. 고대 로마 시절,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장군이 승전 축하 행진을 할 때 바로 뒤에 선 하인들을 시켜 이 말을 외치게 했단다. 순간의 기쁨에 취해 쉽게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자는 의미에서 행해졌다니 그 지혜로움이 아름답다. “네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식물을 먹고 필경은 흙으로 돌아가리니 그 속에서 네가 취함을 입었음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는 성경 구절(창세기 3장 19절)도 떠오른다. 지구 반대편에서 수십 시간 비행기를 타고 내리길 반복하며 날아온 먼 나라, 아르헨티나의 레콜레타가 말없이 건네는 경고이자 되새길 교훈일 터다.

※ 고혜련 - 칼럼니스트. 자연과 함께하기, 온 세상 여행하기가 요즘 주요 관심사다. 중앙일보 등 국내외 주요 일간지에서 기자·문화부장·런던특파원을 지냈다. [어머니, 당신은 내 운명], [힘내! 이제 다시 시작이야] 등 7권의 저서가 있다. 이화여대를 거쳐 미국 뉴저지주립대, 영국 런던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저널리즘을 전공했다. 현재 출판사 (주)제이커뮤니케이션 대표로 일한다.

202310호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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