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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다이사쿠 칼럼] 이케다 다이사쿠 SGI 회장의 이탈리아 팔레르모대학교 기념 강연 

문명은 대화로부터 꽃 피운다 (下), 청년이여, 방관자가 아닌 행동자가 되어라! 

‘평화 문화’ 창조 교육의 핵심은 ‘평화의 창조자’ 육성
‘선(善)의 연대’로 다양성 살아있는 사회변혁 초석 놔야


▎다양성이 살아있는 사회는 행동에 나선 ‘선의 연대’를 통해 구현된다. 세계시민교육은 인간과 문명이 공존하는 평화 세계 실현의 첫걸음이다. / 사진: 그린피스
빠르게 격동하는 세계에서 지금만큼 ‘대화’의 중요성이 요구되는 때는 없다.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SGI 회장은 2007년에 이탈리아 국립 팔레르모대학교 교육학부가 수여하는 명예박사학위를 받고, ‘문명의 십자로에서 인간문화의 흥륭을’이라는 제목으로 기념 강연을 발표했다. 강연에서는 ‘대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번 글은 3회에 걸친 연재 중 10월호에 이어 최종편이다. [편집자 주]

마지막 주제는 ‘교육으로 평화 문화를 창출한다’입니다.

일찍이 이탈리아의 위대한 교육자 마리아 몬테소리는 “분쟁은 정치로 면할 수 있고, 평화는 교육으로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교육은 인간 개혁을 통해 인격의 내면적인 발달을 가능하게 하고, 인류의 목적과 사회생활의 방향성을 결정짓는다”고 달관했습니다.

그야말로 교육의 성패가 인류의 운명을 결정짓습니다. 내가 존경하는 위인이자 위대한 인권과 인도주의의 투사인 만델라 전(前)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이렇게 단언했습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피부색과 성장 환경 그리고 신앙이 다른 타인을 증오하지 않는다. 증오는 학습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델라 전 대통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재건할 때, 사람들 마음에서 ‘증오’의 뿌리를 제거하고, ‘인간에 대한 신뢰’와 ‘비폭력의 마음’을 심는 정책과 교육 추진을 위해 전력을 다했습니다. 우리 국제창가학회(SGI)도 미국SGI 청년부가 전개한 비폭력 대화 운동 ‘VOV(Victory Over Violence, 폭력에 승리)’와 ‘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평화 문화의 건설’전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평화와 비폭력을 위한 교육운동에 힘써왔습니다.

이곳 팔레르모시에서도 2001년 봄에 많은 사람의 협력을 얻어 ‘현대 세계의 인권’전을 개최했습니다. 현지의 많은 청소년이 관람해 공감대를 넓혔다는 이야기에,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그리고 팔레르모대학교를 중심으로 시칠리아 여러분이 ‘비폭력사회건설’과 ‘평화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언론투쟁을 단호히 지속한 것에 나는 최대의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이것은 세계에 그리고 후세에 한없는 용기를 주는 위업입니다.

아득히 먼 2000여년 전의 철인(哲人) 키케로가 이곳 시칠리아에서 언론을 무기로 민중을 괴롭히는 악과 끝까지 싸운 역사도 우리에게 힘을 줍니다.

기원전 73년부터 3년 동안, 시칠리아 총독을 지낸 베레스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의 모든 재산을 수탈하며 온갖 횡포를 일삼는 잔학한 독재정치로 민중을 괴롭혔습니다. 그러나 당시 시칠리아 사람들에게는 베레스를 로마 법정에 고소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최후의 희망으로 예전에 시칠리아의 재무관을 지내며 사람들과 깊은 신뢰를 쌓은 키케로를 대리인으로 뽑아 부정을 밝히기로 했습니다.

민중의 바람을 들은 키케로는 즉시 받아들이고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시칠리아에 가서 베레스가 얼마나 비도한 짓을 했는지, 민중의 증언을 철저히 모았습니다. 마을마다 베레스 일당의 음모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이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키케로는 그러한 어머니들의 간절한 바람에 부응하기 위해, 혹독한 겨울의 시칠리아를 50일 동안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리고 법정투쟁 준비를 위해 위험을 각오하고 바쁘게 뛰어다니며 만전을 기했습니다. 키케로의 웅변은 물론 그가 대변한 민중의 증언과 수집한 방대한 자료 덕분에, 재판은 키케로 측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습니다.

내가 여기서 ‘베레스 탄핵재판’을 언급한 이유는 키케로의 언론전이야말로 현대의 우리가 ‘폭력’에 저항하고 ‘평화 문화’를 구축하는 데 배워야 할 행동 규범이 명료하게 나타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첫째, 키케로의 투쟁은 민중의 ‘진실한 소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둘째, 민중의 ‘선(善)의 연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셋째, 비폭력의 방법으로 법정투쟁에 따라 ‘법의 정의’를 실현하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변혁을 목표로 하는 선한 사람들의 연대는 때때로 분단되고, 때로는 그 힘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의 군국주의와 대치하다 옥사한 마키구치쓰네사부로(牧口常三郞) 창가학회 초대 회장도 “악인은 자기를 방어하려는 본능 때문에 금세 타인과 협동하지만, 선인은 늘 고립되어 약해져 있다”고 개탄했습니다. 그래서 마키구치 초대 회장은 ‘교육’의 힘으로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끌어내 한 사람 한 사람을 강하고 현명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민중의 ‘선의 연대’를 강화하면서 평화와 인도주의의 세계를 구축하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철인 키케로가 펼친 정의의 언론투쟁

나는 그러한 마음을 깊이 간직하고 일본을 비롯해 미국, 브라질,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등에 창가교육을 실천하는 학교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세계 여러 대학과의 교류를 비롯해 민중 차원에서 교육교류의 확대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내가 ‘평화 문화’를 키우는 교육의 핵심으로 중시한 것은, ‘방관자’가 아닌 ‘평화의 창조자’를 육성하는 교육입니다.

마키구치 초대 회장은 사회에 착한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혼란이 전혀 호전되지 않고 더욱 악화되는 원인을 이렇게 간파했습니다. “선인(善人)은 예나 지금이나 반드시 큰 박해를 받는데, 다른 선인들은 내심 동정하지만 아무런 힘이나 능력이 없다며 방관하기 때문에 선인이 패배하는 것이다.”

교육의 목적은 단순히 지식을 전수하거나 기술을 배우는 것만이 결코 아닙니다.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민중이라는 풍요로운 대지에 뿌리를 내리면서, 인간이나 사회 위기에는 감연히 대처하는 ‘영지(英智)’와 ‘용기’를 배양하는 ‘인간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과 함께 앞으로 교육의 중요한 핵심이 되는 것은 세계시민의 자질이기도 한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 배우며, 열린 마음을 기르는 교육’입니다.

“배움 멈춘 오만한 문명은 반드시 쇠퇴”

2007년 1월, 나는 중국문명연구의 일인자인 하버드대학교 교수 투 웨이밍 박사와 대담집 [대화의 문명 - 평화의 희망철학을 말한다]를 발간했습니다. 유엔의 ‘문명 간 대화의 해’에 관한 현인회의(賢人會議) 멤버로도 활약한 박사는 이렇게 경종을 울렸습니다. “배움을 멈추고 타인을 가르치려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문명과 인간은 반드시 쇠퇴하는 법입니다.” 그리고 ‘다른 생활양식을 접해 경청하는 자세와 배려 등의 윤리관, 자기발견이라는 감각을 연마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나는 이렇듯 ‘타인에게 배운다’는 겸허한 자세가 바로 세계에 ‘평화 문화’를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일구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탈리아 사상가 움베르토 에코는 제3의 1000년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논하며, “과거 2000년의 상징은 ‘화살’이었다. 한 방향을 향해 돌진했기 때문이다”라고 통찰했습니다.

그리고 “다가올 제3의 천 년의 상징은 ‘별자리’여야 한다. 그것은 다문화사회를 존중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별자리’라는 말은 참으로 절묘한 표현입니다. 별들이 저마다 반짝이면서 하나의 아름다운 별자리를 만듭니다. 그리고 서로의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 드넓은 하늘을 풍요롭게 장식합니다.

이러한 세계관은 불법(佛法)에서 말하는 ‘연기관(緣起觀)’에도 잘 통합니다. 불전(佛典)에는 ‘제석천(帝釋天)의 그물’이라는 비유가 있습니다. 대자연의 힘을 상징하는 제석천의 궁전에는 종횡으로 뻗은 장대한 그물이 처져 있는데, 거기에는 다채롭게 빛나는 수많은 보석이 달렸습니다. 어느 보석 하나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전체의 중심입니다. 그리고 보석 하나하나가 서로를 비추고 더욱 빛나면서 매우 조화로운 ‘장엄한 세계’를 창출합니다. 그것이 바로 이 세계의 실상(實相)이라는 것입니다.

그 보석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지역과 민족의 ‘문화적 상징’이라면, 보석이 발하는 빛은 각 문화의 독자성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보석이 서로를 비추며 새로운 광채를 발하고, 커다란 가치를 창조하면서 장엄하게 빛나는 ‘지구문명’을 창출합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이를 서로 칭송하며 배우는 속에서 저마다의 독자성과 함께 인류의 공통적인 ‘보편성’을 찾아내는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이상적인 평화공존의 ‘인간문화’와 ‘인류문명’을 만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는 이 ‘다양성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키움으로써 ‘세계시민교육’의 첫걸음이 시작된다고 확신하는 바입니다.

마지막으로 귀 대학의 젊은 영재 여러분에게 ‘시칠리아의 간디’라고 칭송받은 위대한 다닐로돌치의 말을 선사하며 기념 강연을 끝맺고자 합니다.

“‘평화’는 ‘정숙’이 아니라 ‘투쟁’을 의미하는 말이다. 명쾌한 시야로, 모든 것을 육성하고 향상시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고를 아끼지 않는 삶의 방식이다.”

그라치에밀레!(대단히 고맙습니다!)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소카대학교·소카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 등 24개국 훈장, 세계계관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408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의 대담집[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

202312호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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