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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하늘의 제왕’들 한자리에, 서울 ADEX 2023 

 

최영재 기자
550개 업체 참가, 상담액 33조원 역대 최대 규모로 성남공항서 열려
‘현존 최강’ F-22, 국산 스텔스기 KF-21 뛰어난 비행 성능 이목 집중


▎지난달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방위전시회(ADEX)는 F-22와 KF-21, 100종의 무기 등 다양한 볼거리로,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하늘에 멈춘 듯 기수를 들고 천천히 움직이던 전투기가 일순간 굉음을 내며 직각으로 솟구친다. 지켜보던 관객의 환호가 쏟아졌지만, 엔진의 굉음은 이마저 삼켰다. 중력을 거스르는 비행을 선보인 건 다름 아닌 미국 공군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다. 기존 전투기의 기동성을 뛰어넘는 F-22의 성능은 초기동성으로 불린다. 뒤이어 ‘미니 랩터’로 불리는 대한민국 공군의 국산 KF-21 ‘보라매’가 비행에 나섰다. 지난달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방위전시회(ADEX)는 F-22와 KF-21, 블랙이글스의 에어쇼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참여한 나라의 수만 340개국으로, 총 550개 업체가 참가했고 사업 상담액은 33조 원으로 추정된다. 이날 KF-21은 배면 비행으로 관객들에게 반 매립 형태의 무장창을 공개했는데, 이는 레이다 횡단면(RCS, Radar Cross Section)을 줄이기 위한 형태로, 스텔스 성능은 RCS 최소화와 비례한다. 현존하는 5세대 전투기로 알려진 F-35와 F-22는 완전 매립 형태의 내부 무장 창을 갖춰 실제 레이다에는 탁구공보다 작은 물체로 탐지된다. 이와 비교해 반 매립 무장 창을 갖춘 KF-21은 농구공 정도 크기로 레이다에 탐지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ADEX에도 불구하고 KF-21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지난 1일 국회국방위위원회에 나온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KF-21 사업 타당성 최종토론회에서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초도 물량을 기존 40대에서 20대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KF-21 블록1의 기술 성숙도나, 기술 능력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애초 2026년까지 공대공 능력을 갖춘 KF-21 블록1 40대를 전력화하고, 이후 공대지 능력까지 탑재한 KF-21 블록2 80여 대를 도입하려는 공군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새로운 전투기가 없다면, 노후 전투기로 인한 조종사 손실 우려도 커진다. 무엇보다 초도 양산 물량이 줄어들면 최초 생산 단가가 지나치게 높아질 가능성도 있기에, 공군과 KAI는 기존대로 KF-21의 초기 도입 물량을 40대로 하는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비상이다. 최근 캐나다는 5세대 스텔스기인 F-35 88대를 대당 가격 1억1400만 캐나다 달러에 도입하기로 했다. 우리 돈으로 1000억 수준이다. KF-21 또한 우리 공군 120대, 인도네시아 공군 40대 총 160대 양산을 기준으로 할때 대당 가격이 한화 약 880억 원대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초도 생산 물량이 줄어들면 대당 가격은 1000억 원대로 치솟아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우려에 정부는 20대 양산을 시작으로, 무장시험 결과를 지켜본 후 20대 추가 양산을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KF-21은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미티어 무장분리시험과 공중기총발사시험,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2000 무장분리시험에 성공한 상태다. 향후 실제 공중 표적을 맞히는 무장시험을 앞두고 있다.

KF-21을 단지 방위산업 시장의 가격 경쟁력 측면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국산 전투기 개발은 곧 독자적인 전투기 플랫폼 구축과 성능 개선 가능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독자 플랫폼을 통한 미사일 개발과 AESA 레이더 개발, 엔진 개발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초기 도입 물량 축소로 비싸진 몸값과 KF-16보다 적은 무장 운용 체계는 공군의 도입 결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방위 안규백 의원은 “한국형 전투기에 걸맞은 한국형 무장을 갖춰야 한다”며, “우리 탄약 기술은 수준급으로 우리 기술로 개발한 첨단 무장까지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위산업의 활주로는 이미 열려 있다. 뛰어난 기체 성능을 갖춘 KF-21에 무장 체계 개발이 갖춰야만 해외 시장 경쟁을 향해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아덱스(ADEX) 2023’에서 KF-21 ‘보라매’가 일반인에 처음 공개된 뒤 시범 비행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고 있다.



▎F-22 ‘랩터’가 내부무장창을 선보이고 있다. ‘미니 랩터’로 불리는 KF-21 ‘보라매’ 가 선회 비행을 통해 내부무장창을 선보이고 있다.



▎블랙이글스 조종사가 관객들의 환호에 호응하고 있다.



▎서로를 향해 고속으로 진입한 뒤 살짝 방향을 틀어 비껴나는 아찔한 시저패스트 기동을 선보이는 블랙이글스.



▎육군의 아파치 공격 헬기가 전술기동을 펼치고 있다.
- 사진·글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312호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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