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심층취재

Home>월간중앙>특종.심층취재

[월간중앙·산림청 공동기획]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4) 산불 대책 

역대 최대 산불, 새로운 진화 전략으로 잡는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기후변화 영향으로 산불 잦아져, ICT 기술과 선제적 정책 결합해 예방 중점
담수량 큰 초대형 헬기 추가 도입 필요, 선진국 비해 부족한 임도 확대 시급


▎2022년 12월 13일 경북 울진의 산림항공관리소에서 초대형 헬기 취항식이 열렸다. / 사진:산림청
남성현 산림청장이 취임한 시점은 2022년 5월 13일입니다. 그로부터 채 20일도 지나지 않은 5월 31일 경남 밀양에서 대형 산불이 일어났습니다. 산불은 6월 3일에야 진화됐습니다. 남 청장은 2022년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는 100㏊가 넘는 대형산불이 11건이나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산불이 연중화되고 있다”고 경각심을 표시했습니다.

그해 산림청이 선정한 10대 뉴스에서 1위는 ‘역대 최대 산불, 새로운 진화 전략 시급’이 꼽혔습니다. 산불과의 전쟁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20년간 위성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구촌에서 1억1900만㏊의 산림이 산불로 소실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기간 소실된 전체 산림면적의 37.4%가 산불로 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특이점은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을 불문하고 해가 갈수록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50년까지 전 세계의 산불이 지금보다 최대 30%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기후변화로 산림이 건조해질수록 산불 빈도와 기간, 피해 면적이 확대될 것이고, 산림 온실가스의 대기 방출이 커지는 악순환이 심화할 것입니다. 실제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온이 1.5도 상승하면 산불 발생 위험이 8.6%, 2도 상승하면 13.5% 상승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봄철 산불 조심 기간(2월 1일~5월 15일) 이후에 산불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2022년만 봐도 6월 1일까지 예년 대비 1.6배 이상 산불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5월 28일 경북 울진, 5월 31일 경남 밀양 산불이 연쇄적으로 발생했습니다. 경북 울진 산불은 이틀 동안 228㏊의 산림을 빼앗아 갔습니다. 1986년 산불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늦은 6월에 벌어진 경남 밀양 대형 산불은 무려 763㏊를 불태웠습니다. 이는 축구장 1000개가 넘는 규모입니다.

산불 한 번에 축구장 1000개 숲 사라져


▎2023년 11월 16일 남성현(오른쪽 셋째) 산림청장은 강원도 영월군 산불진화 임도를 현장 점검했다. / 사진:산림청
산불의 특징은 예방이 지극히 어렵다는 지점에 있습니다. 산에 불이 붙을 수 있는 원인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산림청 조사에 의하면, 입산자의 실화(失火)가 29%, 쓰레기나 논·밭두렁 소각 중 화재가 22%에 달합니다. 이 밖에 담뱃불 실화 9%, 건축물 화재 비화(飛火)가 7%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최근 10년의 추이를 살펴보면, 2022년에 유독 최악의 산불 화마가 덮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무려 756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고, 산불 발생 면적은 2만4797㏊로 압도적이었습니다. 10년 평균 산불 훼손 면적이 4004㏊인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극심했는지 짐작됩니다. 2023년에는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준은 아닙니다. 2023년 596건의 산불과 4992㏊의 산불 발생 면적은 여전히 최근 10년의 평균 이상입니다.

2023년 3월 8일 정부 차원에서 정부부처 합동 ‘산불방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며 총력 대응했음에도 이 정도였습니다. 당시 정부는 고의로 산불을 낸 자에 대해 최고 15년 이하의 징역형, 과실로 산불을 일으킨 자에 대해서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등 강도 높은 처벌까지 마련했습니다.

또한 “산림청과 행정안전부 등은 산불예방과 상황 관리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지시에 따라 4월 30일까지를 ‘산불 특별대책기간’으로 지정했습니다. 그 결과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했습니다. 산림청 전 직원은 기동단속반(연인원 1만2500명)을 편성해 특별 단속을 진행했습니다. 산불이 나면 민가는 물론 원전, 가스저장소 등 국가기관시설, 문화재 등에도 위험이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3년에는 동시다발 산불이 잦았습니다. 역대 세번째로 많은 수치입니다. 심지어 대형 산불 5건이 동시에 발생한 적도 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자주 생기는 것일까요? 유신현 산림청 산불방지과 사무관은 “3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2~3월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산불 발생 요인이 높은 편”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효율적 진화 자원의 동원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산불을 막는 최선의 첩경은 ‘예방’입니다. 남 청장은 그 방편으로 ICT 기술을 활용한 산불예방과 진화역량 강화를 제시합니다. 골자를 요약하면 “드론과 위성영상, AI를 활용한 산림 인접 시설물의 산불취약지수 자동산출 프로그램 개발” “지능형 CCTV를 도입해 동해안 등 산불감시 강화” “통계모형, 기상위성 자료를 활용한 산불위험예보체계를 고도화해 단기 3일 전, 중기 7일 전, 장기 1개월 전 계절별 제공” “스마트 산불재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거주자와 지역방문자에게 산불 위험정보, 산불 위치 및 확산 방향, 대피장소의 실시간 안내” “전국 주요 산 464곳에 산악기상관측망 설치” 등이 그것입니다.

인공지능으로 산불 징후를 실시간 감지하는 AI 기반 ICT 플랫폼의 경우, 2023년 시점까지 동해안을 중심으로 10개소에 설치된 상태입니다. 향후 2024년까지 경북과 강원 지역에 30개소를 추가할 계획입니다. 또한 기상청과 연계해 산불 위험의 예측을 향상시키는 산악기상확충망도 2023년 480개소에서 2024년 496개소로 추가합니다.

“초대형 헬기, 68대까지 늘린다”


▎2023년 10월 27일 충북 음성군에서 실시된 산불 합동 진화 훈련에 참여한 고성능 산불진화차가 시범 운행을 했다. / 사진:산림청
첨단기기의 힘을 빌리는 것과 별개로 산림청은 산불의 근본 원인 제거에 손을 댈 방침입니다. 산림청은 범부처 협업을 통해 영농 시기인 3월 이전까지 산림 인접 지역의 영농부산물 소각 근절을 위한 파쇄와 수거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차원에서 2024년 파쇄기를 800대 추가 보급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산림청은 연 인력 1만 명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또한 동해안권 산림 인접지에서는 화목(火木)보일러를 일제 점검합니다. 화목보일러와 관련된 산불은 최근 10년간 전체의 2.8%(연평균 15.8건)를 차지했습니다. 이 밖에 최근 10년간 전체 산불의 3.8%를 점하는 작업장 실화(失火)로 인한 산불 방지를 위해 강풍 경보 시 화기 취급과 작업을 제한하도록 계도 중입니다.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입산을 통제하거나 등산로를 폐쇄하고, 이에 관한 실시간 정보를 모바일 웹서비스를 통해서도 제공합니다.

촘촘한 방지 대책에도 불구하고 산불이 났을 때, 초기 진화에 기여하는 가장 유용한 도구는 초대형 헬기입니다. 2022년 시점까지 산림청은 전국 12개 권역에 48대의 헬기를 분산 배치해놓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초대형 헬기는 7대입니다. 대형 헬기가 29대, 중소형 헬기가 12대입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청 헬기 외에도 지자체의 임차 헬기, 소방청·국방부·경찰청 등 유관기관 헬기 150대가 출동해 공동 작전을 펴는 구조입니다. 초대형 헬기는 물 투하량이 대형 헬기의 3배에 가까운 8000ℓ에 달합니다. 남 청장은 “2027년까지 산림청 산불진화 헬기를 68대까지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2023년 4월 2일부터 사흘간 대한민국 숲을 할퀴고 간 50여 건의 동시다발 산불을 지휘한 남 청장은 나름의 솔루션을 내놓았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초대형 헬기 위주로 공중진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존 대형 헬기보다 담수량이 2~3배 큰 초대형 헬기를 주력헬기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이와 동시에 “야간에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분사 능력이 뛰어난 ‘고성능 산불진화 차량’이 필요하다”며 “산불진화 차량, 진화 인력 등이 신속하게 투입될 수 있도록 ‘산불진화 임도(林道)’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론을 덧붙였습니다.

평소 ‘임도 전도사’를 자처하는 남 청장은 “임도를 이용해 산불을 진화하면 피해 면적의 53%, 진화 비용의 52%가 각각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임도 밀도는 ㏊당 3.97m로 독일 54m, 일본 23.5m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국립공원은 ㏊당 0.28m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합니다.

그가 이런 생각을 강화하게 된 계기는 2023년 3월의 경남 하동 지리산 국립공원 산불이었습니다. 임도가 없는 탓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은 것입니다. 때맞춰 비가 내리지 않았더라면 더 아찔한 재앙이 닥쳤을지 모릅니다. 남 청장은 “소나무 단순림으로 대형 산불 위험이 높은 지역, 민가 주변이나 국가기간산업시설 등 주요 시설물과 인접한 산림, 보전·보호 가치가 큰 산림, 임도끼리 연결되지 않았거나 헬기 접근이 어려운 곳에 산불 진화 임도를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거듭 말합니다.

임도 밀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큰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미국에서도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습니다. 임도로부터 거리가 1m 멀어질수록 산불 피해 면적이 1.55㎡씩 증가한다는 데이터가 존재합니다. 국토의 74%가 산림이고, 이 중 침엽수림이 약 50%인 핀란드는 우리나라(산림률 62.7%, 침엽수 36.9%)와 산림 환경이 비슷한 국가로 꼽힙니다. 핀란드는 대략 13만㎞ 이상의 임도가 개설돼 있습니다. 일본도 임도를 활용해 산불 관리전략을 수립했습니다.

국토의 62.7% 산림 지키자

앞에서 다룬 것처럼 우리나라의 산림률 62.7%는 OECD 국가 중 전체 4위에 해당합니다. 핀란드, 스웨덴, 일본 다음입니다. 화마를 딛고도 이런 산림률을 유지하려면 산불이 난 지역을 어떻게 복원할지가 화두로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산림청은 ‘산림생태복원’을 주요한 테마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산림청은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2022년의 울진·삼척 피해지 중 4789㏊에 대해 325억원을 들여 2027년까지 산림생태복원을 시행 중입니다.

하지만 우리 숲을 위한 최고의 선물은 산불을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것입니다. 나무와 관련해 일반 국민에게 가장 잘 알려진 날은 식목일(4월 5일)일 것입니다. 여기 더해 매년 2월 15일부터 5월 15일까지 그리고 11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가 산불 조심 기간이라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것이 산림청의 소박하나 간절한 바람입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402호 (2024.01.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