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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200만원은 되고 300만원은 안 된다는 민주당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김건희 여사 비판 민주, '양복 수수' 기동민 출마 길 열어줘
자당에도 엄격한 잣대 들이대야 '검사 탄핵' 국민 설득 가능


▎지난해 7월 폴란드를 방문한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연일 포털을 뒤덮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이다. 김 여사가 지난 2022년 평소 알고 지내던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 가방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최 목사가 몰래 찍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민주당은 김 여사 사과를 요구하며 총선을 앞두고 대여 공세의 핵심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비슷한 사건인데도 관심에서 멀어진 사건이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양복 수수 사건이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기 의원이 2016년 총선 전후로 '라임 사태'의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서 1억원과 수백만원짜리 고급 맞춤 양복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기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기 의원은 돈을 받았다는 혐의는 부인하면서도 양복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대가성은 없었다"며 이 사건을 "김봉현씨의 진술 번복에 의존한 검찰의 부당한 기획수사"라는 검찰의 야당 의원 탄압 프레임으로 몰고 있다. 하지만 수백만원에 달하는 맞춤 양복을 왜 대가도 없이 받았는지 그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다.

기 의원 스스로 일부 혐의를 인정했지만, 민주당은 그에게 총선 출마 길을 열어줬다.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금품수수 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의원들의 공천심사에 대해 "대법원 유죄 판결 전까지는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에 민주당은 '이중잣대' 비판에 직면했다. 김봉현 전 회장으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임홍석 검사에 대해 민주당 검사범죄대응TF가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앞서 검찰은 임 검사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았지만, 일찍 자리를 떠서 접대 금액이 100만원을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민주TF는 이를 탄핵 사유로 꼽았다.

자당 의원의 '양복 수수'는 문제 삼지 않으면서 ‘김건희 사과’와 ‘임 검사 탄핵’을 논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 여사가 수수한 명품백은 약 300만원으로 알려졌다. 기 의원의 맞춤 양복은 200만원짜리다. 기 의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법정에서 기 의원이 양복 외에 거액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물론 민주당도 출사표를 던진 기 의원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 의원이 당선 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민주당은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처럼 '폭넓은' 관용을 베푸는 데에는 금품 수수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인 현역 의원이 기 의원 외에도 여럿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중잣대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현역에겐 관대한 반면 정치 신인에게 유독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바람에 예비후보 등록 문턱부터 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해서다. "세대교체는 고사하고 윤석열 정권과 차별화할 명분도 잃을 지경"이라는 민주당 관계자의 한탄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민주당은 답해야 한다. "대법원 유죄 판결 전까지는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는 자당 공관위원장의 말이 누구에게나 적용되고 있는지를 말이다.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kim.tae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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