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산업을 육성해야 일본을 잡는다. 일본을 제대로 공략해야 한국 경제가 산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 9월 16~17일 ‘한·일 산업기술 페어 2009’행사를 연다. 일본의 뛰어난 부품 제조 기술력을 전수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난 7월 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비즈니스 상담회. |
|
“일본 블랙홀을 막아야 한국이 산다.” 대일 역조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일 무역적자는 117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 전체 무역수지 적자 113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세계 각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일본 열도에서 잃고 있는 셈이다. 올 상반기 대미·대중 흑자는 각각 44억 달러, 112억 달러다. 대일 역조현상이 갈수록 악화되는 이유는 간단하다.부품 소재 분야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핵심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게 원인이라는 얘기다. 코트라 박기식 해외사업본부장은 “한국 경제가 제자리를 찾으려면 하루빨리 부품 소재 분야를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997호 55면 참조). 문제는 부품 소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지광훈 전무는 “경쟁력 있는 부품 소재를 개발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기술 이전이 필요한데, 결코 만만치 않다”고 꼬집었다. 부품 개발이 당면 과제지만 난제 역시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대일 역조현상 심화 추세
▎지난해 개최된 ‘한·일 산업기술 페어’ 행사. |
|
이런 가운데 한·일 양국이 부품 조달 및 기술제휴를 협의하는 상담회를 개최해 주목된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9월 16~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일 산업기술 페어 2009’ 행사를 연다.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행사다. 이번엔 일본 저탄소 사회 실현을 위한 로드맵 소개, 부품전용공단의 투자유치설명회, 각종 세미나, 비즈니스 상담회, 기술고문 매칭 등 각종 이벤트가 함께 개최된다.이 중 가장 주목되는 행사는 일본 경제산업성·일한산업기술협력재단·기타큐슈시·오사카상공회의소·일본기계수출조합·기후현산업경제진흥센터·환일본해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비즈니스 상담회다. 한국에 부품 조달·공급을 희망하는 일본 기업 55곳이 참여한다.미쓰비시화공기, IHI 등 대기업은 물론 450년 전통을 자랑하는 나베야바이테크회사(진동제어 부품), 다이이치테크노스(공작기계), 다이신세이키(가솔린 연료분사 펌프장치) 등 일본 내 유망 중소기업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선 일본 기업의 달라진 글로벌 전략을 읽기 충분하다.불황 탈출을 모색하고 있는 일본 기업은 비용 절감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값싸고 질 좋은 부품을 한국·중국·동남아시아 기업으로부터 조달해 가격경쟁력을 찾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일본 기업이 규모를 막론하고 이 상담회에 적극 참여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광훈 전무는 “이번 상담회에서 500억원 규모의 상담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가운데 계약 체결은 20건, 계약 금액은 5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비즈니스 상담회에 이어 기술고문 매칭 상담회도 열린다. 이 상담회는 일본 부품 소재 기술 전문가를 초청해 국내 중소기업과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본의 부품 선진기술을 직접 배울 수 있는 자리다. 요시다 다카시(고분자 재료의 개발·응용기술), 구리하라 야스히로(반도체 실험전문가) 등 내로라하는 부품 전문가 23명이 참여한다.국내 중소기업들이 요구하는 주요 기술 내용은 고분자 재료, 기계가공·설계, 반도체장비·프로세서, 고무·플라스틱, 수지·코팅제 합성, 전기설계·설비, 생산·품질관리·경영합리화 등이다. 이번 기술고문 매칭 상담회에서 기술협약이 체결된 일본 기술자는 국내 기업과 고용 계약을 맺고, 10월부터 근무할 예정이다.자문역 또는 기술고문으로 국내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 보수를 받고, 해당 기업에 제품 개발·품질 개선 활동을 한다. 국내 기업이 부담하는 보수 중 일부는 지식경제부에서 지원한다. 가령 일본 전문가의 하루 일당이 15만원이라면 이 중 30~40%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일본 부품 전문가 채용 기회
지 전무는 “일본 기술자를 고용함으로써 부품 소재 관련 기술력을 상당부분 이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 발 더 나아가 이 기술자를 통해 일본 기업의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망을 활용하는 기회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라고 했다.일본 기술자를 잘 활용해 글로벌 수출망을 개척하라는 얘기다. 기술고문 매칭 사업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지난 5월 일본(도쿄·오사카)에서 기술자 매칭 상담회를 열어, 국내기업 20곳이 일본 기술자를 채용하는 성과를 거뒀다.이들은 7월부터 부품 관련 기술을 지도·이전하고 있다. 이 밖에 한·일 산업협력 특별 세미나도 개최된다. ‘21세기 뉴 비즈니스 창출을 위한 경영전략’이라는 주제로 환경·에너지, 모노즈쿠리(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 제품 만들기)·신경영 관련 강연이 열린다.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지역주민을 위한 활동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미래공업’ 야마다 아키오 창업주는 ‘철저한 절약정신이 이익을 창출한다’를 주제로, 독창적 미래기술 개발로 사원 1인당 이익률 업계 1위를 달리는 ‘벨닉스’ 스즈키 쇼타로 대표는 ‘세계를 향해 나가는 IT 전원기기 제조업체 벨닉스의 전략’이라는 테마로 강연한다.1999년 단칸방에서 시작해 매출 400억원(2008년) 회사로 성장한 LED 전문업체 엔하이테크 박호진 대표도 강연자로 나선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측은 “이번 행사는 한·일 양국에 비즈니스 관련 유익한 정보를 줄 것”이라며 “한국 부품 소재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