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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철호 티웨이항공 대표 - 항공기 5대로 일으킨 기적 

 

글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전민규 기자
출판사 ‘예림당’ 주가가 최근 3개월간 50% 가까이 상승했다. 책이 갑자기 많이 팔려서가 아니다. 예림당의 자회사인 티웨이항공이 선전한 덕분이다. 존립 위기에 처한 티웨이항공을 살려낸 함철호 티웨이항공 대표를 만났다.

티웨이항공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자본금이 잠식되고 500억원에 달하는 부채에 허덕이며 존립 위기에 처해있던 저비용항공사였다. 보유 항공기도 5대에 불과했다. 모기업이 법정리에 들어가면서 2013년 1월, 출판사 예림당이 70억원으로 티웨이항공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2013년 티웨이항공은 매출 1700억원, 영업이익 40억원, 당기순이익 1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대주주가 바뀐 지 1년 만의 흑자 전환에 모두가 놀랐다. 티웨이항공은 2014년에도 흑자경영을 달성했다.

김포공항 화물청사에 위치한 티웨이항공 본사에서 함철호(62) 대표를 만나기로 한 1월 14일, 그는 올해 새로 도입할 항공기에 대한 문제, 명절을 앞두고 늘어나는 여객 수요 문제 등을 놓고 이미 한 차례 열띤 회의를 끝낸 직후 였다. 그에게 티웨이항공이 어떻게 위기를 이겨내고 정상화됐는지를 들어보았다.

법정관리 중 새 대주주의 신임 얻어


우선 지난 3년을 되돌아보자. 함 대표의 말이다. “저는 2011년 초까지 대한항공에서 30년 가까이 일하고 은퇴해 지인이 하는 호텔개발 일을 돕고 있었습니다. 티웨이항공은 2010년에 취항한 상태였는데, 2011년에 당시 대주주인 토마토저축은행 측에서 내게 티웨이항공을 맡아달라고 제안했어요. 사실 고민을 많이 했지요. 하지만 다시 항공업종에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설레더군요. 대주주가 투자에 적극적이었고, 회사 운영에 대한 전권을 주겠다고 약속해서 대표를 맡게 됐지요”

그는 2011년 9월 티웨이항공의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돼 대주주가 검찰수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르게 됐다. 모기업인 토마토저축은행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바람에 예금보험관리공사의 관리를 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것. 하지만 법정관리를 거쳐 대주주가 예림당으로 바뀌는 와중에도 함 대표는 다시 대표이사직을 맡게 되는 운이 뒤따른다. 거기에는 사연이 있었다. 예림당은 2010년 티웨이항공이 처음 취항할 때도 일부 지분을 소유한 주주였다. 티웨이항공이 어려움이 처하자 예림당 경영진이 함 대표를 찾아왔었다고 했다.

“당시 예림당 경영진은 티웨이항공의 정확한 상황을 알고 싶어했어요. 회사가 어렵다고 하니 예림당이 가지고 있던 지분도 포기해야 하는지까지 묻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 분들에게 티웨이항공의 경영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해 드렸습니다. 한 임직원이 얘기를 다 듣고 나더니 ‘가능성이 있는 회사 같다. 살릴 수 있는 방도가 있다면 무엇이든 돕고 싶다’고 한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예림당은 이후 티웨이항공을 살리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회사를 도왔다. 회사운영과 관련해 함 대표와 임직원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함 대표는 “대주주가 바뀐 이후 저를 포함한 임원들이 일괄 사표를 냈더니 대주주가 만류하더군요. 모든 직원들에게 일할 기회와 환경을 충분히 보장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회사 운영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주주 예림당의 지지로 대표이사직을 연임한 함 대표가 회사 운영과 관련된 문제를 책임지기로 했고, 회사 확장을 위한 투자나 자금 유치문제는 대주주가 직접 관여하기로 역할을 분담했다.

하지만 당시는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비상상황이었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주주와 모든 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회사의 회생을 고민했다. 우선 회사운영의 기본 방향을 놓고 ‘상장’이냐 ‘수익’이냐 결정하는 것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주식시장 상장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해 사세를 늘려야 한다고 했어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수익을 내보자는 쪽이었지요. 반면 수익이 우선이라는 이들은 당시 보유한 5대 비행기로 최대한 버텨보자는 의견을 냈어요. 어느쪽이건 빨리 결론을 내야 했지요. 그래서 가지고 있는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우선 수익을 내보자는 쪽으로 회사경영 방침을 정하고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지요.”

비용절감과 ‘효율’로 흑자전환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항공기를 더 늘리는 것은 무모하다고 생각한 함대표는 ‘비용절감’에 초점을 두고 경영정상화를 시도했다. 무조건 비용을 줄이자는 쪽이 아니라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내실을 다지는 데 노력했다.

“신규노선을 확장하기보다는 기존 노선의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생각했습니다. 또 최고의 안전운항 환경, 합리적인 가격, 고객 서비스 만족을 최우선 과제로 정했지요. 그러자 우선 고객이 반응하더군요. 국내외 승객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기존 노선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고정비용을 줄여나가자 적자폭이 줄기 시작했고 끝내 흑자전환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지요.”

이 와중에 함 대표는 ‘경쟁’ 보다 ‘상생’을 택하는 묘안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2년 티웨이항공은 국토해양부(현국토교통부)로부터 김포~대만 타이페이 노선 취항을 경쟁사인 이스타항공과 함께 승인받았다. 당시 수익이 급했던 티웨이항공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이었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티웨이항공을 이용해 타이페이로 간 승객이 귀항날짜를 변경하면서부터였다.

“당시 티웨이항공이 월·수·금·일요일을 오고가면, 이스타항공은 화·목·토요일을 운행하는 식이었습니다. 날짜를 변경하면 같은 항공사를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승객들이 편도권을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항공기는 갔다가 돌아와야 하는 데 낭패였죠. 곧바로 이스타항공을 찾아가 좌석을 공유하자고 설득했습니다. 한 쪽 항공사가 발행한 왕복권만 있으면 돌아올 때 회사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말입니다. 이런 편리함이 알려지자 승객도 늘어나 탑승률 90%대를 유지하는 효자 노선이 됐습니다.”

항공경영학 논리에 따르면 최소 항공기 10대는 있어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티웨이는 항공기 5대만으로 흑자를 이뤄냈다. 아무리 노선의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줄였다고 해도 기적적인 회생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1년만에 흑자전환이라는 목표를 달성해 자신감이 생긴 함 대표는 항공기 4대를 추가 도입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그는 수익성이 좋은 구간은 더 확대하고 좋지 않는 구간은 줄여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신규노선을 개발했다.

지난해초 티웨이항공의 2014년 경영목표는 매출 24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이었다. 새롭게 취항한 노선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2014년 연말까지 영업이익 100억원 목표 달성은 무난하게 달성했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 함 대표의 얘기였다.

티웨이항공은 저비용 항공사의 특성에 맞게 티켓 비용도 최대한 낮췄다. 올해 3월 29일부터 신규 취항하는 인천~일본 오사카 노선의 경우 편도 항공권을 최저가인 5만4000원에 내놓는 특별행사도 진행한다.

티웨이항공은 이런 노력들을 통해 2015년 경영목표를 지난 해보다 1000억원 이상 늘린 매출 3500억원, 영업이익은 150억원으로 정하고 ‘성장’의 기치를 내걸었다. 올해도 3·7·12월 세 번에 걸쳐 항공기 도입이 완료되면 티웨이 항공은 총 12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게 된다. 올해 새로 도입하는 3대의 항공기 모두 보잉 737-800기종이다. 함 대표는 “기종이 같으면 운영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는 것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며 “정비가 필요한 상황에도 더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최근 항공사들은 최근 2년 사이에 중국·일본·동남아지역에서 노선을 대폭 늘려왔다. 저비용항공사들도 항공기 도입을 늘리고 노선을 확대하는 등 외형적인 성장을 거치면서 앞으로 대형항공사와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함 대표의 말이다.

“이제 대형항공사도 경쟁 상대”

“앞으로 항공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집에 네 식구가 살든 한 사람이 살든 필요한 각종 집기구는 다 있어야 하는 법이다. 앞으로 비용절감 문제는 대형항공사나 저비용항공사 모두 중요한 문제가 된 것이다. 물론 저가 항공사가 성장했다고 해서 무턱대고 대형항공사를 따라 하면 큰일이다. 우리만의 전략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실제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근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6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아시아 주요국들의 항공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6시간 이내 비행은 저비용항공사들이 주로 보유한 보잉 737기종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다. 함 대표는 그래서 “앞으로 진짜 ‘경쟁’하는 시대가 도래한다”고 말했다.

함 대표는 비용 절감 문제가 대형 항공사에 더 큰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항공기 도입 이전에 항공기의 사용 목적과 운항 노선의 수익성 등에 대해 경영진이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승객이 많고 경영이 잘 될 때가 아니라 승객이 크게 줄어드는 등 어려울때 어떻게 이겨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다. “저비용 항공사의 티켓 가격이 싸다고 해서 서비스와 안전을 운운하며 배척하는 분위기는 사라졌다. 대형 항공사들도 결국은 고객들을 잡기 위해 운임 단가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대형 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의 경계가 무너진다는 뜻이다. 특히 아시아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내실을 다지며 성장하는 데 노력할 생각이다.” 함 대표가 바라보는 국내 항공시장 전망이다.

함 대표는 경영방침도 강조했다. “인적 서비스를 최대한 늘리고 있다. 직원도 더 늘리고, 기존 직원들의 급여 수준이나 복지 수준도 확대할 생각이다. 우리 직원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터에 나와 승객을 대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항공서비스는 없다고 본다. 물론 안전이 최우선이다. 만약 안전 문제로 사고가 생기면 대형 항공사는 버틸 수 있지만 우리같은 저비용 항공사는 그 여파를 견디기 쉽지 않다. 우리가 고집스럽게 수많은 안전 규정을 지키는 이유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9월 서울 성수동에서 김포공항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서란다. 그는 “대표를 비롯한 임원은 항공사를 운영하는 현장 업무에 더 신경써야 한다. 직원들과도 운항·객실·정비 등 모든 것을 협의하고 논의하는 데 격이 없어야 한다. 직원들도 거리낌 없이 보고할 수 있어야 한다”며 회사에서 생기는 작은 문제라도 축소·은폐되는 것을 무척이나 경계했다. 함 대표는 “올해 티웨이 항공은 국내 저비용 항공사 1위,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할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회사에 나오면 매일매일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라며 변함없는 애사심을 드러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함 대표의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기다리는 동안 한 직원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에게 일하면서 가장 좋은 점이 뭔지를 물었다. “회사가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원이 늘고 사무실과 부서도 하나둘씩 늘었다. 우리 직원들에게는 성과에 대한 보상보다 함께 일하는 회사가 커가고 있다는 사실이 큰 자부심이자 일에 전념하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대표도, 직원도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티웨이 항공의 미래가 밝아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 글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전민규 기자

201502호 (201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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