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한 교수는 현장경영과 투명경영, 귀천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대하는 품격 있는 배려, 안팎으로 겪는 GS그룹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전경련 회장직 연임을 수락하는 사업보국의 정신을
허창수 회장이 보여준 기업가정신의 모범적 사례로 거론했다.
▎허창수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연구한 신현한 교수. 그 자신이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열정적인 학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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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사학회의 소장 학자인 신현한(51)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GS그룹이 창업 10년만에 재계 7위의 10대 그룹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허창수 회장 특유의 외유내강 리더십을 꼽았다. 아울러 현장경영과 투명경영, 귀천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대하는 품격 있는 배려, 안팎으로 겪는 기업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전경련 회장직 연임을 수락하는 사업보국의 정신을 허 회장이 보여준 기업가정신의 사례로 거론했다. GS그룹의 경영사례를 연구해온 신 교수는 기업재무 전공으로 『CEO들이여 파이낸스타가 되어라』는 학계 베스트셀러를 내기도 한 스타 교수다. 그는 고위험을 감수하는 기업인들에게 신사업을 주도해 경제 활성화 책임을 맡길 것을 주위에 적극 설파하는, 그 자신이 기업가정신으로 충만한 열정적인 학자이기도 하다.
GS그룹이 지금의 규모를 갖추기까지는 특별한 기업가 정신이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GS그룹 창업과 성장의 가장 큰 공(功)은 무엇보다도 허창수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 덕분입니다. 전문경영인들에게 믿고 맡기는 자율경영이라든지 사외이사들의 제안과 조언에 경청하는 투명경영에 대한 의지, 사업이 어려운 부문은 빨리 접을 줄 아는 구조조정에 대한 결단력, 어느 한 개인의 능력에 의지하기보다는 시스템화 된 지금의 GS그룹을 만든 것 등등 구체적으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허창수 회장이 지금의 GS그룹을 일궈낸 것 자체가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의 결과라고 봅니다. LG그룹에서 분리돼 GS그룹으로 독립했는데, 분가했으면 어떻게든 또 새로 일가를 이루어야 하는 거잖아요. 어떤 걸 주력 사업으로 삼겠다, 그룹 운영은 어떻게 하겠다 등등 독립한 뒤에 해야 될 게 어디 한두 가지입니까. 그런 각고의 노력과 도전 끝에 재계 7위의 그룹을 일궈냈잖아요. 그 자체가 탁월한 기업가정신이 아니고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GS건설의 사례를 들어볼까요. GS건설 전신이 1999년에 설립된 럭키개발입니다. 그때에 비하면 GS건설이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어요. 2014년에만 9조5천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GS건설이 1993년도부터 2015년까지 분양한 주택이 18만 6천세대입니다. 국내 5대 건설회사로 성장했어요. 제가 연구한 바로는 특히 GS건설의 주택부문에서 도전정신이 두드러집니다. ‘GS 자이’라는 브랜드를 새로 만든 것 하며, 과감한 설계와 디자인을 적용해 아파트 건축문화를 바꿔나간 것들이 다 이런 도전정신의 결과입니다. 우선 허창수 회장 자신이 기존의 성낭갑같은 아파트를 싫어했다고 해요. “왜 아파트라는 게 다 똑같아야 되느냐? 우리는 좀 다르게 멋있게 지어보자.”고 자꾸 임직원들에게 자극을 주고 도전정신을 갖게 했답니다.또 하나, GS그룹이 계열사인 GS글로벌을 통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굉장히 다양하게 만들어가고 있어요. 석유화학, 석유가스, 석탄, 신재생에너지 등등 신사업들을 많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실패의 위험부담이 있는 신사업 추진은 오너의 도전정신과 결단이 아니면 어렵습니다. 지금의 경제침체를 극복하려면 과거보다 더 과감하게 투자해야 하고, 고위험 사업에 대해서도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서 기업가정신이 더 절실하다고 봐야죠.
교수님이 생각하는 GS그룹의 강점은 무엇입니까?GS건설이 TPMS(Total Product Management System)라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뭐냐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GS건설이 진행하는 건설현장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할 수 있습니다. 건설 현장을 오가는 차량과 차량에 실린 건축 자재 물량, 건설 근로자들 몇 명이 들어가고 나왔는지도 다 확인하고 체크 할 수 있어요. 다른 건설사들보다 앞서 나간 겁니다. 제가 한번은 GS건설의 연구소에 가봤더니 콘크리트 바닥을 만들어놓고 타이어로 꽝꽝 때려서 아래층에서 어느 정도 소음으로 들리는지를 측정하더라고요. 콘크리트를 어느 정도 두께로, 어떤 재료를 섞으면 소음이 감소하는지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거예요. 내가 살 집을 짓는다, 제대로 된 집을 짓겠다는 그런 의지가 강합니다.
따뜻한 인품을 가진 인격자재계에서 허창수 회장 개인의 인격이나 품성을 거론하는 이들이 많더라고요.언론에서 허창수 회장을 ‘재계 신사’라고 하는데 이 분을 만나보면 단순한 신사 정도가 아니라 따뜻한 인품을 가진 인격자라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당신이 그룹의 오너이고 회장인데도 가족ㆍ임직원ㆍ사외이사한테 대하는 태도가 똑같아요. 배려가 일찍부터 몸에 밴 분 같아요. 그게 집안 내력일 수 있어요. 더 많이 가지려고 다투거나 하는 것을 싫어하는 집안 기질이랄까요. 그래서 그런지 LG그룹의 구 씨 가문과 계열분리 할 때도 전혀 잡음이 나오지 않았잖아요. 허 회장의 부친인 고 허준구 명예회장도 고매하고 근검절약하신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절약해서 당신의 부를 쌓은 것이 아니라 사회 환원을 강조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허창수 회장도 선대의 정신을 이어받아서 사재를 털어 남촌재단을 설립해 사회공헌에 많이 기여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허창수 회장이 100년 가는 기업의 DNA를 만들자면서 그룹의 비전을 제시했는데요. 경영학자로서 무엇을 조언하고 싶으신지요?환경에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 겁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100년이라는 세월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변화된 강산에 잘 적응했다는 얘기잖아요. 기업도 환경에 맞게 변신을 잘 하면 100년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그게 ‘혁신’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자기 몸을 깨야 진짜 혁신입니다. 그룹에서 해온 사업이라도 지금 환경에선 아닌 것 같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과감하게 정리하거나 매각해야 합니다. 환경에 맞는 사업은 더 키워야 되겠지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임직원들이 좀 더 혁신적으로 행동할 것을 주문하고 싶어요.
허창수 회장은 전경련 회장으로 재계의 얼굴이기도 합니다. 그분의 기업가정신이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도 큽니다.전경련 회장을 맡고 계시면서 늘 말씀하시는 것이 단순히 ‘기업이 잘 돼야 한다’는 그런 말보다 “우리나라가 잘 되기 위해서 기업이 어떠어떠한 역할을 해야 된다”는 얘기를 자주 하시잖아요. 그 말씀에서 진심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계신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룹의 주력회사가 GS칼텍스, GS건설인데, 유가하락에 내수침체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잖아요. 오너로서 자기 그룹 챙기기도 바쁜 상황인데도 전경련 회장직을 연임하는 것은 어찌됐든 당신이 희생하는 것이잖아요. 허창수 회장은 그런 사업보국의 생각이 확고한 분입니다.- 대담 나권일 포브스코리아 편집장·사진 김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