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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리에도 예거 르쿨트르 CEO 

새로운 컬렉션으로 남심 잡는다 

오승일 포브스 차장 ·사진 오상민 기자
파인 워치메이킹의 대명사 예거 르쿨트르가 새로운 남성용 시계 ‘지오피직’을 선보였다. 다니엘 리에도 CEO를 만나 남성 컬렉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신제품을 출시한 소감을 들어봤다.

▎새로운 남성 컬렉션 ‘지오피직’을 선보이기 위해 방한한 다니엘 리에도 CEO는 예거 르쿨트르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82년 전통을 자랑하는 스위스 파인 워치메이커 예거 르쿨트르가 새로운 남성용 제품 ‘지오피직’을 공개했다. 지난 10월 7일, 예거 르쿨트르 에비뉴엘 월드타워 부티크에서 만난 다니엘 리에도 CEO는 “지오피직은 예거 르쿨트르의 미적 감각과 기술적인 정교함이 더해진 매력적인 시계”라며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캐주얼과 슈트에 모두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새로운 남성 컬렉션을 한국에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 지오피직 리에디션(Re-edition)을 선보인 이후 이를 다시 정규 컬렉션으로 출시하게 돼 뿌듯하다. 미국과 런던, 홍콩 등 주요 도시를 거쳐 오늘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됐다. 출시 1주일 정도 밖에 안 됐지만 벌써부터 여러 곳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기분이 좋다.

지오피직은 어떤 시계인가?

브랜드 포지션으로 보자면 클래식한 분위기의 마스터 컬렉션과 ‘듀얼 윙’이라는 최신 기술력이 적용된 듀오미터 컬렉션 그 사이에 위치한다. 기술적인 면에선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들의 집합체인 ‘히브리스 메카니카(Hybris Mechanica)’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았다. 클래식하면서도 캐주얼한 디자인은 기계식 시계의 매력을 아는 젊은 세대를 겨냥했다.

지오피직은 기술적으로나 디자인적인 면에서 무척 인상적이다. 예거 르쿨트르의 브랜드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제품이 될 것 같다.

고맙다.(웃음) 우리의 바람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다음 세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오피직은 브랜드 역사에 있어 하나의 전환점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걸음을 위한 중간 단계로도 볼 수 있다. 우리는 지오피직 컬렉션을 위해 연구·개발한 무브먼트를 다른 라인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자이로랩(Gyrolab) 밸런스는 과거 히브리스 메카니카 컬렉션을 위해 개발한 무브먼트로서 일반 컬렉션에 상용화된 것은 지오피직이 처음이다.

홍콩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기술력에 비해 가격대가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연구 끝에 완성된 제품인데다 브랜드 밸류를 감안했을 때 다소 의외다.

가격은 우리 전략의 일부분이다. 최근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가격 조정을 실시한 바 있다. 이는 환율의 변화를 감안해 고객들이 전 세계 어디서 제품을 구매하건 비슷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는 언제나 제품의 가격과 관계없이 제품이 지닌 가치를 높이고자 노력해 왔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자이로랩 밸런스는 8년이라는 오랜 연구를 통해 상용화됐다. 트루 세컨드(true seconds: 초침이 1초 간격으로 정확히 점프하는 기능) 또한 기계식 시계로는 흔치 않는 구동 방식이다.

합리적인 가격의 혁신적인 시계

예거 르쿨트르는 시계의 부품 제작에서 조립·완성에 이르기까지 100% 인하우스 시스템으로 제작하는 매뉴팩처 브랜드다. “413종의 시계 제조 관련 특허와 1249개에 달하는 기계식 무브먼트가 브랜드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말하는 다니엘 리에도 CEO는 설립자 앙트완 르쿨트르가 이뤄낸 혁신과 영광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1년 예거 르쿨트르 산업부 디렉터를 거쳐 2013년 CEO에 임명됐으며, 롤렉스 그룹에서 12년 이상 제품 생산과 마케팅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취임 2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를 자평한다면?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왔다. 2014년에는 한자리 수로 성장세가 줄었지만 이는 브랜드가 안정화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성장률은 감소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타 브랜드보다 시장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럭셔리 브랜드에 있어 중요한 것은 역사와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예거 르쿨트르가 가진 스토리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보존해 이를 고객들과 나누는 데 집중할 것이다.

어떤 기업이든 지속가능한 성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5년 전에 비해 생산파트 인원이 두 배로 늘어났다. 또 가장 기본이 되는 직원 교육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단순히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내고자 인원을 늘리고 업무 공정이 빠르게 돌아가도록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인재를 찾아 고용하고 교육을 통해 알맞은 포지션을 제안하는 것이다.

예거 르쿨트르는 아시아 지역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그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다니엘 리에도 CEO는 “한국의 시계 애호가들은 고급시계에 대해 남다른 취향을 갖고 있다”며 “섬세한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완성된 시계의 진가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고급시계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한국 시장은 지난 5년간 놀라운 규모로 성장해왔다. 이는 기계식 시계에 대한 한국 고객들의 관심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아마도 앞으로 더 많은 시계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다.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 선택권이 고객들에게 주어질 것이고 시장은 양극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가 브랜드들은 스마트워치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고, 고가 부문에서는 정통 기계식 시계 브랜드가 오히려 고객들의 관심을 받게 될 것으로 본다.

최근 해외 직구의 영향으로 고급시계 브랜드들이 온라인 유통망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도 이미 일본과 미국에서 e-커머스를 시작했다. 온라인 채널 강화는 모든 브랜드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이슈이기에 우리도 차분히 준비해 왔고 단계별로 오픈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e-커머스도 준비 중이다. 한국어 웹사이트를 오픈해 고객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한 이후에 시장 상황을 고려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신제품 출시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2016년은 리베르소 탄생 85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컬렉션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약 30점에 달하는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고, 기존 컬렉션도 사이즈를 규격화하는 등 여러 모로 재정비 중이다. 남성 컬렉션은 히브리스 메카니카 콘셉트를 담은 하이 컴플리케이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며, 여성 컬렉션은 사이즈뿐만 아니라 형태에 있어서도 새로운 디자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또 매년 가장 복잡한 기능과 최신 기술을 접목해 단 하나의 모델로 선보이는 히브리스 메카니카 프로젝트는 이미 2022년까지 제품이 기획돼 있다.

- 글 오승일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11호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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