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스는 예술적 가치를 더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가전을 표방한다.
첫 작품으로 도자기와 블루투스 스피커의 결합을 선보였다.
▎왼쪽부터 키아스의 데미안 김 부사장, 강동훈 대표, 이기열 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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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정보가 없는 사람은 고급스러운 도자기인 줄로만 알았을 것이다. 테이블 위에 다소곳이 놓인 도자기는 여성의 풍만한 둔부 같기도 하고, 박물관에서 접했던 조선시대의 순백자 모습이기도 했다. 붉은 빛을 띤 제품은 그 강렬함 탓에 포르셰나 립스틱 바른 여성의 아랫입술이 연상된다. 블루투스로 연결해 음악을 틀자 저음과 고음의 모든 영역에서 세련되고 깨끗한 소리가 재생됐다. 50단계 볼륨, 5대역별로 최적화된 밸런스로 튜닝한 덕분이다.키아스 모브원(KEAS mov1)은 세라믹 소재를 스피커 외형에 도입한 최초의 블루투스 스피커다. 기존 검정색 네모 박스 스피커 디자인에서 탈피한 아트 인테리어 가전제품이다. 강동훈 키아스 대표는 “우리는 영국의 다이슨과 같이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하는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주거환경이나 소득수준을 떠나 누구나 집에 들여놓고 싶은 마음이 드는 가전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경기도 판교에 자리한 키아스 본사에서 강 대표와 데미안 김 부사장, 이기열 이사 등 창업 3인방을 만났다.키아스의 전신은 2013년 설립된 아트플랫폼서비스업체 IN2(인투)다. 20년 지기인 세 사람은 ‘정보의 근원지에 스크린이 있다. 참여자와 수요자가 만나는 스크린 플랫폼을 만들자’는데 의기투합했다. 참여자가 콘텐트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유튜브 방식의 개방형 플랫폼이다. 내용은 문화예술로 채웠다. 미술업계의 취약한 수익구조와 작가들의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해 보겠다는 포부가 강했다. 강 대표는 “영화, 음악, 게임은 디지털 콘텐트화로 공유가 수월한데 반해 미술 작품은 부진하다”며 “현존하는 국내 작가의 작품을 고해상으로 복원해 다양한 형태의 상품으로 개발코자 했다”고 말했다.그러나 실물을 중시하고, ‘돈벌이’라는 말을 듣기 꺼리는 미술업계 고유의 특성 때문인지 사업은 더디기만 했다. 플랫폼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도 필요했다. 단기간 내 성과가 어렵다고 판단한 이들은 예술성을 결합한 프리미엄 가전제품 생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이닉스반도체 북미지사 마케팅, 오토데스크코리아 영업총괄 이사 등을 지낸 강 대표가 제품 개발을 맡았고 삼성전자 북미 디자인총괄, 필립스 수석디자이너를 지낸 데미안 김 부사장이 디자인을 잡았다. CJ E&M과 CJ파워캐스트에서 광고 및 매체개발, 영업으로 잔뼈가 굵은 이기열 이사는 마케팅을 책임진다.이들 3인의 첫 작품이 지난 11월 시장에 선보인 키아스 모브원(이하 모브원)이다. 데미안 김 부사장은 “모브원의 디자인 철학은 평범한 일상에 예술적 가치를 불어 넣는 것”이라며 “플라스틱이나 철재 디지털 기기에 익숙했던 대중에게 오랫동안 소유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가전제품과 필립스 오디오 디자인의 노하우가 집약됐다는 설명이다. 디자인 과정엔 정국현 전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과 안동민 인터그램 대표가 고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모브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의 ‘2015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디자인 콘셉트 부문을 수상했다.
세라믹·스피커 조합에 수많은 시행착오도자기 또한 ‘옛 것’을 흉내만 내지 않았다. 1200도 이상의 가마에 두 번, 1000도 이상의 가마에 한 번 굽는 등 총 300시간 이상, 20단계의 공정을 거쳐 수축과 공차(오차)를 극복했다. 김 부사장은 “디자인은 단순한 조형이 아닌 기능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며 “소재의 특성상 스피커의 진동과 도자기의 조형감을 잘 결합해야 하는 기술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세라믹 바디는 미국 레녹스, 영국 막스앤스펜서, 독일 빌레로이앤보흐, 일본 노리다케 등 세계적인 세라믹 브랜드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젠한국과 손잡고 제작했다.이기열 이사는 “세라믹은 숨을 쉬는 소재이기 때문에 제작과정에서 그 용량이 20% 가량 줄어든다”며 “변형 성질이 있는 세라믹을 일정 규격을 갖춘 스피커와 결합하는 데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1년 전 개발 초기엔 수율이 30%에도 못 미쳤다고 한다. 지금도 수율은 50% 남짓이다. 이 이사는 “모브원을 굽는 가마 앞에는 도공들이 파기한 도자기 조각이 수두룩하다”며 “하지만 낮은 수율이 오히려 ‘미투’ 상품의 등장을 막는 효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스피커는 덴마크 피어리스사의 스피커 유닛을 도입했다. 여기에 50단계의 볼륨 컨트롤이 가능하고, 이를 다섯 구간으로 나눠 각 주파수 대역별로 최적화된 밸런스를 튜닝하는 자체 기술을 통해 저음과 고음 모든 영역에서 세련되고 깨끗한 소리를 재생해냈다. 스피커 그릴 커버는 건축, 인테리어 분야 등에 최고급 원단을 공급하는 마하람의 명품 패브릭으로 제작했다.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그릴커버의 내구성을 향상시키고 프리미엄 스피커로서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최근 블루투스 스피커 시장은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뱅앤올룹슨, 보스, 제네바, 리브라톤, 조본 등 세계적인 오디오 회사들도 프리미엄 제품과 함께 저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강 대표는 모브원의 가격 포지셔닝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는 “저가 시장은 중국산 때문에 경쟁력이 없고, 경쟁에서 이긴다 해도 실질적으로 남는 게 없다”며 “무게 3㎏ 이상의 고품질 블루투스 스피커 기준으로 경쟁 모델은 보통 100만원을 웃도는 반면 모브원은 69만원대로 크게 비싸지 않다”고 했다. 세라믹의 안과 밖, 그릴의 색상이 다양해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다.총판은 40년 가까이 다양한 오디오 제품의 제조, 수입 및 판매를 전문으로 해온 극동음향이 맡았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본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교보핫트랙스 강남점, 10코르소코모 청담 등 13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첫 고객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이 이사는 “미국 인증은 완료됐고 중국과 일본도 연내에 완료할 예정”이라며 “중국과 일본은 인테리어, 세라믹 업체들과 유통망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 세라믹트로닉스’ 새 영역 개척한다강 대표는 “세라믹은 우리 제품의 정체성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리미엄 스피커 시장을 보면 첫 작품을 시장에 제대로 알리는 시간이 3년 정도 걸리고 그렇게 인지도를 쌓은 후 내놓은 후속 제품이 빠르게 매출을 높여준다”며 “우리 또한 모브원의 하위 브랜드를 곧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제품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후 플라스틱 등의 소재를 활용한 대중적인 제품으로 저변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일단 브랜딩을 위해 프리미엄급의 시장 안착이 과제다.키아스는 스피커 외에도 도자기를 접목한 소형 가전과 인테리어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화병 모양의 세라믹 스피커를 비롯해 세라믹 공기청정기, 세라믹 가습기와 세라믹 차 머신 등을 구상 중이다. 그는 “스피커가 꺼져 있는 20여 시간, 차를 끓이지 않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에도 소재의 속성을 살린 디자인이 심미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며 “세라믹과 일렉트로닉스의 합성어인 ‘세라믹트로닉스’ 시장을 열고자 한다”고 말했다.키아스 사업의 기본 콘셉트는 한국의 예술미를 글로벌 시장에 알리는 것이다. 강 대표는 “아트플랫폼서비스는 여전히 우리 사업의 기반”이라며 “아직 상류층의 전유물인 미술작품과 오디오를 대중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력한 캐릭터를 갖춘 강소기업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캐릭터를 가지고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한국 제품과 시장에 대한 브랜드 가치가 올라갈 것입니다. 이를 통해 넛 크래커 현상(nut cracker, 일본에 비해서는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 중국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현상)’을 이길 수 있습니다.”-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박스기사] 위기의 도자기 업계 자구책
▎지난 3월 한국도자기가 서울 한남동 IP부티크 호텔에서 연 ‘꽃 도자기 전시회’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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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 결합, 직구몰 개설로 활로 모색한국의 도자기업계에선 2015년이 굴욕의 해였다. 7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도자기와 행남자기가 수모를 겪어야 했던 것. 한국도자기는 지난 여름에 창립 후 처음으로 40일간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영업직을 제외한 직원 전원이 재택근무를 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행남자기는 11월 4세 경영인인 김유석 대표와 오너 일가가 지분 36.89%를 더미디어와 개인투자자 1인에게 넘기며 회사를 팔아야 했다. 두 회사 모두 최근 매출 하락과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비단 두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주방용품 시장 규모는 5조원대지만 이 중 도자기 식기 시장은 3000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행남자기, 한국도자기, 젠한국 등 빅 3의 매출은 다 모아도 1000억원 정도다.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 유럽, 중국 등 해외 주방용품 회사들이 국내 도자기 시장을 급속히 잠식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밀려드는 저가 중국산의 공세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그 이면에는 변하는 사회상과 소비자의 욕구에 도자기업계가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높다.벼랑 끝으로 내몰린 도자기 회사들은 제품 고급화와 사업 다각화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도자기는 최고급 브랜드 ‘프라우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소뼈를 갈아 원료로 사용하는 일반 본차이나보다 세배 강한 최고급 파인 본차이나 소재를 써서 품질을 높였다. 제품 표면엔 수작업으로 고가의 스와로브스키 보석을 부착했다. 미국·영국·중국·러시아 등에 본격 수출한다. 또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고 판매에 용이한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 덩치를 키우고자 한다. 도자기 외에 법랑이나 스테인리스 제품군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고, 지난 2014년 말에는 ‘트위그’라는 수입 도자기 브랜드를 론칭해 다양한 제품군 마련에도 애쓰고 있다.젠한국은 사업 다각화를 선택했다. 키아스의 블루투스 스피커인 ‘모브원’의 세라믹 바디도 젠한국에서 제작했다. 세라믹 소재로는 복잡한 기능의 스피커 외형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는 업계의 판단을 딛고 1년여의 공동 연구개발(R&D) 끝에 세계 최초의 세라믹 블루투스 스피커를 빚어냈다. 젠한국은 앞으로 세라믹과 가전제품의 융합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조태권 회장의 지휘 아래 고급 한식당, 증류주(화요), 문화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는 광주요는 지난 3월 국내 도자기업계 최초로 해외 온라인 직구몰을 오픈했다. 광주요 디자인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 전략과 직구 해외 온라인몰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광주요는 세계 어디서나 온라인 주문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인 페이팔을 도입했다. 파손 위험성이 큰 도자기의 특성을 감안해 전문 배송대행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고객 쇼핑 편의성도 높였다.
지나친 이종 결합은 경계해야재계에선 지나친 이종 결합은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연관성이 깊은 사업에 진출해야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행남자기는 부진의 돌파구를 찾아 태양전지, 로봇청소기 등의 신사업으로 사업다각화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철수했다. 이후 화장품, 의료기기, 방송프로그램 제작 등에도 도전했지만 그마저 자금난으로 접었다. 이 부담은 회사 매각이라는 악수로 종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