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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스프리 - 아모레의 또 다른 자랑 

 

유부혁 포브스 기자 . 사진 오상민 기자
서경배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은 ‘제품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제품의 힘이 돋보이는 아모레의 브랜드 중 하나가 이니스프리다. 최근엔 조직 개편과 인사이동을 통해 이니스프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니스프리의 히트 상품인 그린티 시드 세럼으로 만든 조형물 앞에 선 김윤혜 마케팅 팀장(왼쪽)과 심혜지 상품개발 1팀장.
아모레퍼시픽의 로드숍 브랜드인 이니스프리의 질주가 무섭다. 로드숍의 경우 현재 더페이스샵이 로드샵 원조 격인 미샤를 밀어내고 2013년부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 이니스프리 역시 30~40% 고성장을 거듭하며 2014년에 2위 자리에 안착했다. 이니스프리는 더페이스샵과 마찬가지로 자연주의를 브랜드 콘셉트로 하고 있다. 이니스프리와 더페이스샵은 한국 화장품 업계 선두인 아모레퍼시픽과 추격자 LG생활건강이 각각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더페이스샵은 2010년 LG생활건강의 강점인 ‘M&A’를 통해 변화를 맞이했고 이니스프리는 2010년 사업분리를 통해 사업모델을 구체화했다. 이후 꾸준히 성장한 이니스프리는 이제 아모레의 또 다른 자랑이 됐다. 영업이익은 더페이스샵을 앞선다. 매출 역시 1위와의 차이를 계속 줄여가고 있다.

이니스프리 대표 상품 더 그린티 씨드세럼


▎이니스프리의 대표 히트상품인 그린티시드세럼. 누적판매 400만 개를 돌파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히트상품이 설화수라면 이니스프리엔 더 그린티 씨드세럼이 있다. 에어쿠션이 아모레의 혁신성을 널리 알렸다면 이니스프리는 화산송이 모공 마스크로 브랜드의 역량을 입증했다. 앞서 포브스아시아는 서경배 회장을 2015년 올해의 경영인으로 선정했다. K뷰티의 성과를 홍콩에서 인터뷰를 통해 소개했다. 포브스코리아는 아모레퍼시픽의 또 다른 자랑 이니스프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실무진을 만나 성공스토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심혜지 상품개발 1팀장과 김윤혜 마케팅 팀장. 두 사람에게서 이니스프리의 성장 비결과 혁신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심 팀장은 우선 “서성환 선대 회장께서 1979년 한국의 차 문화를 만들어 육성하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청정섬 제주도에 다원을 만드신 게 이니스프리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니스프리는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청정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한다. 녹차뿐 아니라 제주도의 화산송이 모공 마스크, 미역, 콩, 유채, 생강, 비자, 청보리, 동백 등 원료만 13가지다. 심 팀장은 “녹차를 주원료로 하는 화장품은 많지만 원료부터 직접 재배, 가공하고 품종 개량 등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회사는 아모레퍼시픽이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수분이 더 많이 함유된 녹차, 아미노산이 많은 녹차 품종 등 아모레퍼시픽의 오랜 녹차에 대한 연구성과가 효능이 뛰어난 화장품을 만들 수 있는 든든한 뿌리가 된 셈이다.

누적판매 400만 개를 돌파한 더 그린티 씨드세럼은 이니스프리가 2010년 아모레퍼시픽으로부터 분사하면서 론칭한 제품이다. 심 팀장이 환하게 웃으며 더 그린티 씨드세럼을 소개했다. “연구팀에서 녹차에 대한 오랜 연구를 하다 녹차 씨앗에서 수분이란 모티브를 얻었어요. 7년 이상 자란 녹차의 씨앗을 사용하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원료는 아니에요.” 옆에서 지켜보던 김 팀장은 “더 그린티 씨드세럼은 특별한 마케팅 활동 없이 입소문과 높은 재구매율로 이니스프리의 대표상품이 됐다”고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2010년부터 이 제품만 꾸준히 사용해 30병 이상 구매한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심 팀장의 자식(?) 자랑이 이어졌다. “화산송이 모공 마스크는 우리가 정말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준 제품이에요. 출시되자마자 전국의 브랜드숍에선 완판이 된 제품이죠.” 심 팀장의 설명대로 이니스프리가 5년전 출시한 ‘제주 화산송이 모공 마스크’ 제품은 매장과 홈페이지에서 고객들에게 ‘원활히 제품 공급을 못해 미안하다’는 공지를 내야할 만큼 인기를 누렸고 지금도 그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송이는 제주도 방언으로 돌이란 뜻이다. 화산이 폭발할 때 만들어진 것으로 강력한 피지, 노폐물 흡착력을 가지고 있는 청정 희귀 원료이다. 자연주의에서 한걸음 더 들어가 ‘청정’이란 콘셉트는 이니스프리가 추구하는 ‘프리미엄’ 이미지에도 한몫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품질 좋은 저렴한 제품’이란 이미지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덧붙인 이니스프리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경쟁브랜드인 더페이스샵 역시 올 하반기부터 매장을 리뉴얼 오픈하며 제품, 매장의 고급화를 꾀하고 있다.

이니스프리의 앞선 전략은 글로벌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7개국에 진출했다. 중국에서 이미 2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에 있다. 김윤혜 팀장은 “아시아 자연주의 넘버원이 당초 목표였지만 지금은 글로벌 자연주의 넘버원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자신감의 바탕은 중국 시장이다. 김 팀장의 말이다. “중국 고객들은 한국 화장품의 기능보다 안전성에 더 주목합니다. 자연주의를 앞세운 이니스프리를 선호하는 이유죠. 중국 화장품 시장은 복잡하고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 트렌드에 대한 흡수, 지지가 빠릅니다. 부스팅 에센스나 자연발효 에센스의 경우 중국에서 반응이 더 뜨거운 것을 봐도 알 수 있죠.” 다양한 고객층의 니즈를 흡수하기 위해 이니스프리는 매년 400개의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매일 1개 이상의 신제품이 나오는 셈이다. “경쟁사들에 비해서도 신제품 출시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고 심 팀장이 설명했다. 그는 “고객 상담실을 통해 들어오는 질문이 과거와 달라요. 요즘 소비자들은 굉장히 스마트합니다. 원료에 민감하고 자신의 기호가 분명해요. (소비자들의 니즈는) 모순적인 속성도 가지고 있어요. 촉촉하지만 빨리 흡수되고 신속하지만 정확한 제품을 원하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니즈를 조사·연구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을 계속 출시하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이니스프리는 미니멈 제품 라인도 갖추고 있다. 수 십 가지 성분이 포함되는 타 제품과 달리 10가지 내외의 성분으로만 만들어 민감한 피부를 가진 현대인에 적합하다. 무알콜, 무향 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국내 매장 1000호점 돌파 눈앞에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 상하이’. 중국 내 단일 코스메틱 브랜드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최근 출시한 세계 최초의 트랜스폼 제형 제품인 진저 오일 에센스는 앞서 설명한 ‘모순적인 소비자의 니즈’를 적극 반영해 ‘촉촉하지만 흡수가 빠르게’ 만들었다. 에센스의 40%가 오일이라 촉촉하면서도 피부에 바르면 젤처럼 산뜻한 느낌을 준다. 제주도의 생강을 주원료로 했다. 심 팀장은 “땅이 척박한 제주의 생강은 예쁘지 않고 물러 식용으로 가치가 없어요. 대신 화장품 원료로는 제격이더군요. 덕분에 안티 에이징의 효능이 높은 생강을 오일과 젤의 느낌으로 만들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이니스프리는 광고 모델로 소녀시대 윤아를 7년, 배우 이민호를 5년째 기용하고 있다. 이들을 처음 발탁할 때부터 중화권을 염두에 두었단다. 김 팀장은 “배우 이민호씨의 경우 채용 당시 SNS를 분석해 중국에서 이미 상당한 인기를 확인했고 글로벌 잠재력을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일까? 중국 시장은 무섭게 성장해 올해 200개 매장을 오픈했고 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11월 25일에는 중국 상하이에 최대 규모의 ‘이니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 상하이’도 오픈했다. 매장 면적 822㎡(약 250평)에 달하는 초대형 매장으로 다양한 체험 공간도 마련했다. 국내 역시 2010년 300개 정도였던 매장 수가 1000호점 돌파를 앞두고 있다.

두 팀장이 밝힌 이니스프리의 경쟁사는 로드샵이 아니었다. “이니스프리의 경쟁 제품은 키엘과 록시땅과 같은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입니다.” 아모레의 목표가 글로벌 넘버원으로 수정됐으니 이니스프리의 경쟁사를 글로벌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로 삼는 게 일견 당연해 보인다. 다만 포브스아시아의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평가는 이렇다. ‘아모레퍼시픽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은 전체의 18%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로레알 급의 글로벌 브랜드가 되려면 한류처럼 타고 나갈 파도를 계속해서 찾아내거나 스스로 그런 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

아모레가 전 세계에 자랑할만한 브랜드로 성장한 이니스프리. 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무대에서 평가받는데 이니스프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 글 유부혁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601호 (201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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