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접근 방법이 예술의 그것과 같아야 한다고
믿는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
▎테이트 모던의 ‘현대 커미션 2015’ 전시 현장. 왼쪽이 정의선 현대차부회장이다. / 현대자동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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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에서 예술과 기술의 협업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기술, 디자인,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가 협업해서 만들어낸 종합예술과도 같다. 현대차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접근 방법도 예술의 그것과 같아야 한다고 보고 그동안 드러나지 않게 다양한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벌여온 이유다. 통상 글로벌 기업들의 문화예술 후원 활동은 그동안 Collection–Creation–Communication으로 이어지는 3단계로 이뤄져왔다. 한국기업들의 예술 후원은 주로 두 가지 형식을 취해왔는데, 하나는 컬렉션(Collection)을 기반으로 미술관을 만들고 운영하는 형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창작활동(Creation)에 대한 직접적인 후원 또는 문화예술 기관을 통한 지원이다. 현대자동차는 컬렉션, 즉 완성된 가치의 확보보다는 작가의 아이디어가 구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해왔다. 현대차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이 외부에 떠들썩하게 진행되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의 문화예술 지원활동은 단순한 후원자 개념이 아닌, 10년을 내다보고 진정성 있고 본질적인 파트너십을 추구한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특히 단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풍부한 경험 제공(Communication)을 주는 쪽으로 노력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 테이트 모던 파트너십
▎현대 커미션 2015에 출품된 작품. 현대차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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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이같은 예술경영과 관련해 주목되는 사례가 영국 테이트 모던, LACMA, 국립현대미술관과의 파트너십 체결이다. 영국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갤러리는 화력발전소를 개조하여 만든 곳으로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건축물 중의 하나이다. 특히 유럽 최대의 미술 서적을 갖추고 있어 흥미만점의 갤러리다.현대차는 2014년부터 테이트 모던과 11년간의 파트너십을 맺고 2025년까지 영국에서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기로 했다. 이 파트너십은 지금까지 테이트가 맺은 기업과의 파트너십 중 최장 기간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테이트 모던 1층 터바인홀에서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 동안 현대 커미션(The Hyundai Commission)을 개최할 수 있게 됐다. 터바인홀은 테이트 모던 건물의 전신인 화력발전소의 심장과도 같은 발전기 터바인(Turbine)이 있던 공간으로,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거대한 홀을 가득 채우는 예술작품이 전시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LACMA 파트너십
▎현대차는 LA카운티미술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글로벌 작가들의 혁신적인 전시를 개최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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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세계 각국 관람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현대 커미션의 첫 작가는 멕시코 출신 설치 예술가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Abraham Cruzvillegas)였다.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2003), 광주 비엔날레(2012)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2012년 양현미술상을 수상하며 국내에서도 명성을 알린 바 있다. 현대 커미션은 지난해 10월 13일 개막해 올해 3월 20일까지 무료로 진행돼 영국 국민들뿐만 아니라 런던을 방문하는 전 세계 관광객까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흥미로운 것은, 현대 커미션에 앞서 지난해 1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고 백남준 작가의 전시가 진행됐는데, 테이트가 이번 현대차와 맺은 파트너십 덕분에 서양미술사에 중요한 획을 남긴 백남준의 작품을 헌대차의 후원으로 9점이나 소장하게 된 것이다.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미국 서부 최대 규모의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LACMA (The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해 ‘더 현대 프로젝트(The Hyundai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2024년까지 10년에 걸쳐 LACMA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연구와 전시, 프로그램을 지원키로 했다. 더 현대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하는 목적이다.더 현대 프로젝트는 지난해 11월 작가 다이애나 세이터를 시작으로 글로벌 작가들의 혁신적인 전시를 개최해왔다. 더불어 현대자동차는 더 현대 프로젝트를 통해 구글, 스페이스X, 엔비디아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함께 예술과 기술 융합 (Art+Technology Lab) 프로그램의 대표 후원 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차세대 Art + Tech 분야의 작가 육성을 지원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현대 미술의 새로운 트렌드를 엿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파트너쉽
▎국립 현대미술관을 장기후원해 한국 현대 미술사의 발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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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진행되고 있는 한국미술사 연구지원(Korean Art Scholarship Initiative)은 그간 한국미술에 쏟아지는 관심에 비해 한국미술사 연구가 부족한 안타까움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게 되었다. LACMA와 함께 2018년, 2022년, 2024년 전시를 실시하고 세계적인 석학을 초청해 정기적으로 학술포럼을 열어 한국미술 발전의 밑바탕을 만들어갈 예정이다.현대차는 국립현대미술관에 10년간 120억원을 지원하는 파트너십도 진행해오고 있다. 2013년 11월부터 진행돼오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는 한국의 중진작가를 지원해 한국미술 기반을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 준비되었다. 이는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화 및 대중화를 위한 지원을 바랐던 한국 예술계와의 꾸준한 소통의 결과였다. 특히 단순한 미술관 후원의 틀을 벗어나 세계적 역량을 확보한 기성 작가의 국내 개인전 전시 지원과 기성 및 신진 작가의 창작지원-전시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매년 1명의 작가를 선정, 최대 9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최고 수준의 전시전를 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이불 작가는 두 점의 대형 신작을 통해 한국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불어 현대자동차는 재능과 잠재력이 풍부한 예술가들의 창작을 지원, 한국 문화예술을 이끌어 갈 차세대 예술가로 성장시키는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이처럼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혁신을 도모하고, 한국 현대 미술사의 발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현대차와 테이트 모던 파트너십, LACMA 파트너십.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 파트너십은 10년간의 자동차와 예술, 두 분야의 만남으로 창조적인 가치가 새롭게 탄생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승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