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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유모차 퓨로(PURO) 국내 진출 

부모와 아이가 다 만족하는 유모차 

글 유부혁 기자·사진 신인섭 기자
눈 높이가 높은 한국 유모차 시장에 이탈리아 유모차 퓨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버지 지안프랑코 로는 대표 자격, 아들 시모네 로는 제품 개발담당자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만든 이탈리아 유모차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유모차는 이탈리아 유아용품 기업 깜스파의 프리미엄 브랜드 퓨로(PURO). 지안프랑코 로(Gianfranco Rho)가 1969년 차고에서 설립한 깜스파는 이제 매출 1000억원에 직원 320명이 일하는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깜스파는 규모가 커지면서 지안프랑코 로의 형제 두 명이 합류했고 지금은 2세들도 기업활동에 참여하는 가족기업이다. 아버지 지안프랑코 로는 대표 자격, 아들 시모네 로(Simone Rho)는 제품 개발담당자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시모네 로는 아버지와 삼촌이 만든 유모차를 프리미엄급으로 만들기 위해 3년을 연구에 매달렸다. 시모네 로의 말이다. “고급 스포츠카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제품은 알루미늄, 핸들은 가죽 핸들, 더블 베어링이 들어가 주행감, 승차감이 뛰어난 바퀴는 좀 더 크게 만들었다.” 내구성, 안정성에서도 자랑할거리가 많다는 게 퓨로측 설명이다. 트랙에서 5㎞/h로 50시간 테스트를 하지만 이 제품은 300시간 동안 아무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원 버튼으로 완벽히 접힌다


▎한국과 이탈리아에 최적화 된 유모차가 퓨로다.
또 하나의 퓨로 자랑거리는 ‘접기’다. 보통 유모차를 접기 위해선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하지만 퓨로는 원 버튼으로 완벽히 접힌다. 바퀴도 각각 분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이동 시 자동차 트렁크에 수납이 용이하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간편하게 접히는 유모차는 보지 못했을 겁니다” 시모네로는 자신의 작품 앞에서 뿌듯해 했고 그 모습을 아버지 지안프랑코 로는 흐뭇하게 바라봤다.

최근 국내 유모차 시장은 최근 해외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2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6 베이비 페어 페어’에 참가한 국내외 유모차 브랜드 30여 개 중 절반이 해외 브랜드고 ‘퓨로’도 참가했다.

2003년, 맥클라렌이 해외 유모차 브랜드로는 처음 국내에 진출해 국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맥클라렌을 국내에 들여온 세피앙은 아이쿠, 오르빗과 같은 해외 유명 유모차 브랜드를 계속해 들여와 국내 유모차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의 입지를 강화했다. 국내 진출 후 중국에 진출, 성공을 거둔 독일 브랜드 ‘퀴니’도 있다. 베이비 페어 관계자는 “최근 중국 진출의 발판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고 말한 뒤 “유럽 시장은 디자인, 기능이 잘 안 바뀌는데 한국 제품은 엄마들의 기준이 까다롭고 트렌드에 민감해 비슷한 성향을 가진 중국 소비자들에 어필하기 좋다”고 덧붙였다. 과거 일본이 아시아 육아 시장의 트렌드 세터였지만 현재는 한국이 트렌드세터 역할을 하고 중국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모네 로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일단 한국 엄마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 우선이지만 중국도 염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 지안프랑코 로가 말을 이었다. “이탈리아와 한국은 닮았습니다. 자식 빚을 갚아주는 나라는 지구상에 두 나라, 한국과 이탈리아뿐이라고 알고 있어요. 집안의 중심은 아이라는 점도 같습니다.” 한국인으로 이탈리아에 살다 이번 출장을 동행한 통역인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실제로 능력 없는 아들을 데리고 사는 부모가 종종 있어요. 이탈리아는 독립적인 유럽의 가족 문화와 달리 모두가 어우러져 살길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해외 명품 유모차는 한국에서 이미 몇 차례 히트를 기록했다. 스토케가 대표적. 시모네 로는 스토케 이야기에 집중했다. “스토케는 북유럽 스타일이다. 한국이나 이탈리아와는 맞지 않는 환경에 맞춰져 있다. 가령 유모차를 접고 이동하는 데 스토케는 불편하다. 북유럽은 집에서부터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환경이니 그렇다. 반면 유모차를 접고 어디론가 향하는 한국과 이탈리아에 최적화 된 유모차가 퓨로다.”

시모네 로는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을 제품에 반영할 뜻도 내비쳤다. “한국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 지 궁금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시모네 로의 말처럼 국내에 진출한 해외 브랜드 중에는 한국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히트를 기록한 사례도 있다. 유럽 인기브랜드 트릴로지는 한국 엄마들이 끊임없이 ‘화이트 프레임 제품을 출시해 달라’는 요구를 하자 실제로 제품을 만들었고 이 제품은 한국,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에서 또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선 쁘레베베의 브랜드 페도라 역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디자인에 활용하는 ‘소셜 디자인’을 적용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최근 쁘레베베는 삼천리가 지분 38%를 사들이며 유아 용품 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높은 관심을 알 수 있었다. 중국이 한 자녀 정책을 포기하고 중국에서의 유아용품 시장은 기업들의 주요 관심사가 됐고 직접 제조, 판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업계에선 최근 한미약품도 수입 유모차 브랜드를 들여오기 위해 시장을 살피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 미국법인에서 유아 의류를 중국에 수출하는데 사업 확장을 위해 유럽 브랜드를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 알미늄 역시 최근 유모차 브랜드를 위해 내부 인력을 부서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 경쟁이 치열한 한국 유모차 시장에 아버지와 아들이 만든 명품 유모차가 어떤 바람을 불러 일으킬 지 지켜볼 일이다.

- 글 유부혁 기자·사진 신인섭 기자

201604호 (201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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