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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하얏트의 변신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푸르던 서울 남산의 풍경이 울긋불긋 가을로 변하고 있다. 남산 자락에 자리잡은 그랜드 하얏트도 3개월 동안의 공사를 마치고 새로운 레스토랑 4곳을 선보였다. 아드리안 슬레이터(Adrian Slater) 총지배인이 그랜드 하얏트의 변신을 직접 소개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이 골목길을 콘셉트로 4개의 레스토랑과 1개의 플라워샵을 호텔 지하 1층에 새롭게 선보였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지하 1층의 레스토랑과 플라워샵을 통틀어 ‘322 소월로’란 명칭을 붙였다. 322 소월로는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의 실제 주소에서 따왔다. 호텔 업계 최초로 ‘골목길’이란 콘셉트를 도입해 방문객들에게 골목길의 정취라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음식 가격도 기존 호텔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1. 국내 최초 수동식 오븐을 도입해 품격 있는 다이닝을 선보이는 ‘스테이크 하우스(Steak House)’ / 2. 4만 년으로 추정되는 카우리 통나무를 테이블로 사용한 모던 스시바 ‘카우리(Kauri)’ / 3. 이자카야 스타일의 꼬치구이 전문점 ‘텐카이(Tenkai)’ / 그랜드 하얏트 서울 제공
골목길 콘셉트의 레스토랑 4곳 오픈

그랜드 하얏트의 변신은 최근 우리나라 호텔업계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 최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1층 연결통로에 편의점 GS25의 첫 프리미엄형 매장이 생겼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콘래드 서울은 지난 3월부터 호텔 로비 라운지 일부를 캐주얼 카페 ‘10G’로 운영하고 있다. 비즈니스 호텔들은 점심 뷔페 가격대를 낮춰 호텔 인근에 위치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영업확장에 나섰다. 이처럼 국내 호텔업계가 먹거리, 즐길거리 등 다양한 콘텐트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그랜드 하얏트 서울 역시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아드리안 슬레이터(Adrian Slater) 그랜드 하얏트 총지배인을 만나 그랜드 하얏트의 변화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대대적인 변신을 단행을 한 이유가 궁금하다

한국 음식의 변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이제 호텔도 시대적 변화에 맞게 음식 구성과 식당의 모습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웅장한 공간에 화려한 인테리어 대신 작은 공간에 심플한 인테리어가 대표적이다. 대신 새로운 먹거리와 볼거리를 강화해 호텔에서의 경험을 다채롭게 하기 위해 변화를 선택했다.

그동안 호텔에선 주방장 외엔 셰프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322 소월로’는 셰프가 고객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데.

쇼 키친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음식에 바로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음식 가격도 대폭 낮췄다. 가장 큰 변화는 셰프가 오너 레스토랑처럼 자신이 맡은 주방을 책임지도록 한 점이다. 322 소월로 셰프는 직접 메뉴 개발부터 레스토랑 운영까지 책임지도록 자율성을 강화했다. 그랜드 하얏트가 감춰두었던 실력 있는 셰프들을 골목길(322 소월로)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골목길'이라는 콘셉트를 정한 이유는.

최근 한국은 인사동, 경리단길, 가로수길 등 골목길을 중심으로 먹거리 등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 호텔이 가진 기존의 이미지인 웅장함을 벗어나야 최근의 식음료업계 트랜드를 수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4. 화려하고 세련된 인터내셔널 철판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테판(Teppan)’ / 5. 고품격 자연주의 오픈형 플라워샵인 ‘피오리(Fiori)’ / 그랜드 하얏트 서울 제공
웅장함 이미지 벗고 식음료업계 트랜드 수용

골목길에 한식당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는 프랑스 요리 전문점도, 중식당도 없다. 지역별 음식에 차별을 둔 것이 아니라 요리법에 특화된 레스토랑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특정한 일식당이 있는 것이 아니라, 꼬치요리 전문점이나 스시 전문점과 같은 전문 레스토랑이 있을 뿐이다.

각 식당 별로 강조점이 다를 것 같다.

카우리는 4만 년 된 뉴질랜드 토착 나무를 일컫는다. 4만 년 넘게 땅속에 묻혀있던 나무가 강한 생명력으로 현대에 새롭게 재조명 받고 있듯이, 새로운 토핑으로 숙성회를 사용해 재탄생 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창의적인 스시가 카우리의 핵심 스토리이다. 실제 4만 년 된 카우리 나무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그곳에 직접 앉아 식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스테이크 하우스는 국내 최초로 수동식 오븐인 ‘피라’를 도입했다. 오븐 실내 온도를 350~400도로 유지해 고기 내 육즙을 보존할 수 있도록 했다.

테판은 국내 최초 인터내셔널 철판요리전문점이다. 철판 요리하면 보통 일식을 떠올리는데, 테판은 일식이 아닌 유로피안 철판요리를 선보인다. 4개의 레스토랑 중 가장 인기가 많고 벌써부터 예약이 꽉 차있다.

텐카이는 기존에도 운영하던 꼬치구이 전문점이다. 이번 리뉴얼을 위해 담당 셰프가 일본 미슐랭 스타셰프에게 직접 꼬치 요리 트레이닝을 받았고, 숯 중에서도 유명한 비장탄 사용 비법 등을 전수받아왔다. 기존의 텐카이보다도 더 퀄리티 있는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했다.

-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201611호 (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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