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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클리프턴 미국 갤럽회장 

중간 리더가 안 바뀌면 혁신도 소용없어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세계적인 조사회사 갤럽(Gallup)의 짐 클리프턴(65) 회장을 만났다. 그는 국내의 한 영자신문 1면에 실린 ‘한국 경제 위기’란 기사를 공감한다는 듯 가리키며 “한국이 정말 심각한 위기를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 방법을 물었다.

▎짐 클리프턴 회장은 긍정의 힘을 믿는 리더다. 그는 기업의 리더들에게 “직원들의 약점을 파악해 보완하도록 하기보다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하도록 만들라’고 강조했다.
짐 클리프턴 회장은 말은 간결했지만 내용은 직설적이었다. “한국 기업들이 변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부도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도 주저 없이 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관리 시스템은 다른 어떤 나라 기업들보다 후진적이며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사례로 2014년 말에 발생한 대한항공 회항사건과 최근의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를 거론했다. 한국 기업문화가 상명하복의 지휘 통제(command and control)를 기반으로 하는 탓에 직장인들의 일에 대한 몰입도가 낮다는 점도 짚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의 몰입도는 11~13%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는 일에 몰입하지 못하는 나머지 90%의 직장인”이라며 “이는 사무실에서든 공장에서든 대부분의 사람이 일에 몰입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zero development)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직원이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하도록 만들라

그는 “위기를 맞은 한국 기업들이 혁신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슬로건을 내걸고 캠페인까지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면서 “이는 리더가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고 확언했다.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기업 문화의 70% 이상은 중간 리더들로부터 만들어진다. 직장인 개개인 입장에서 보면 일터의 모든 경험은 상사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나’와 함께 일하는 상사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 중간 리더들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회사가 혁신을 하더라도 변화가 일어날 수 없다.” 그는 “기업인들은 이런 사실을 잊고 자신이 스스로 회사를 이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최고경영자(CEO) 자신이 이끄는 것은 조직과 직원이 아니라 기업 인수합병(M&A), 재무제표, 가격 정책 같은 ‘일’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클리프턴 회장은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약점보다 강점을 살피는 문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약점을 파악해 보완하도록 하기보다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하도록 만들라’는 것이다. 그는 갤럽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행동경제학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며 설명을 이어 갔다. 과거 직장인들에게 중요한 요소는 급여와 만족감, 상사, 인사고과, 일이었던 반면 오늘날 직장인들은 목적과 의미, 발전, 지속적인 대화, 자신의 삶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직장인들은 그저 월급만을 받아 가길 원치 않는다”며 “충족감을 얻기 위해 몰입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약점이 아닌 선천적인 강점에 집중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클리프턴 회장은 “직원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리더들은 직원들 앞에서 정직해야 하며 참여와 몰입을 이끌어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리프턴 회장은 “사람들은 성공한 리더들의 공통점을 찾고 싶어 하지만 그런 공통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타고난 리더들을 뜯어보면 공통점보다 다른 점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강점을 아는 것으로 자신만의 장점을 알게 되면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클리프턴 회장은 그 누구보다 자신을 예로 들었다.

어린 시절 주의력 결핍장애를 앓았던 그는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학교 생활은 더더욱 재미가 없었다. 진로를 고민하게 되면서 평소 존경하던 아버지처럼 교육자가 되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지만 정작 아버지는 반대했다. 긍정심리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아버지 도널드 클리프턴 박사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아들의 장점을 발견하고는 그에게 영업맨이 되길 권했다. 짐 클리프턴은 1973년 네브래스카 링컨주립대를 졸업하고 곧장 영업맨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레코드 앨범을 팔기도 하고 광고 사업에도 손을 댔다. 88년 갤럽에 합류하면서는 기업을 대상으로 시장조사 결과를 파는 일을 맡았고 결국 회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는 “냉철했던 아버지의 조언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며 “어린 시절 부모님이 나를 갤럽 박사처럼 교육자로 키우려 들고, 갤럽 박사를 영업맨으로 키우려고 했다면 두 사람의 인생은 불행했을 것이고 실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약점은 앞으로도 절대로 고쳐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강점은 무한대로 키울 수 있다”는게 그가 삶에서 배운 지론이었다.

일자리 부족 탓하지 말고 청년들은 창업해야

클리프턴 회장은 또 “일자리는 정부가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전세계 70억 인구 가운데 15세 이상의 성인은 50억 명에 달하는데 일하고 싶은 ‘괜찮은 일자리’는 12억 개에 불과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인구는 30억 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부족한 18억 개의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는 국내총생산(GDP)의 성장이 필요한데 성장 동력은 정부가 아닌 개인과 기업에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회사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는 전체 직원의 15% 수준”이라며 “갤럽 조사로는 한국은 이보다 낮은 10%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클리프턴 회장은 “기업들은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복지 지원으로 동기 부여를 해 핵심 인력을 전체 직원의 30% 이상으로 늘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역사를 통틀어 새로운 경제와 일자리는 젊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 생겼다”며 “원하는 미래가 있다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리프턴 회장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우리가 무엇을 창업할 수 있는가, 만들고 싶은가를 고민하기 시작하면 한국의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창업과 도전을 강조했다.

짐 클리프턴이 회장을 맡고 있는 조지 갤럽은 컬럼비아대 등에서 신문방송학과 광고학을 가르치던 갤럽 박사가 1935년 미국 여론연구소를 세우면서 시작됐다. 갤럽 박사는 193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당선을 여론조사로 예측해 발표했는데 실제로 루스벨트가 당선되면서 명성을 얻었다. 갤럽 박사의 사망 후 1988년 조사회사로 탈바꿈했고, 최근에는 기업 컨설팅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갤럽과 독점적으로 제휴를 맺고 있는 한국갤럽은 1974년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조사전문회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201612호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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