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지하철 승객들의 출근길 풍경은 요즘 서울의 지하철 출근길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작품에서 보듯 책을 읽는 승객들이 많다.
영락없이 휴대폰이 흔치 않던 서울의 지하철 승객들의 출근길 풍경이다.
▎<출근길에. 100x75cm 40호. 2008 탁효연> |
|
탁효연(卓孝淵, 1969~)은 평양출생으로 평양미술대학 유화과를 졸업했다. 권위 있는 국가미술전람회에서 수없이 입상했으며 중국을 비롯한 해외전시도 활발했다. 탁효연을 처음 만난 것은 2006년 1월 어느 날 평양에 있는 만수대창작사 조선화창작단 건물 1층에 있는 제법 규모가 큰 작업실에서였다. 서양화가가 조선화창작단 건물에서 작업하는 것이 의아했지만 나는 이내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북한에선 조선화(한국화)가 대세인데 서양화가의 작업실을 처음 보는 기회라 가슴이 설렜다. 직접 만나본 탁효연은 나이도 젊은데다 동안(童顔)이었다. 자신만만했고 쾌활했다. 나는 탁효연과 금방 친해졌고 평양에 갈 때마다 안내원을 따라 그를 만날 수 있었다.탁효연의 작품에서는 예술적 광기가 뿜어내는 질서와 무질서가 충돌을 반복한다. 과감히 재료를 두껍게 사용하고 실상과 추상의 경계 없이 거칠게 휘두르는 붓 놀림은 가히 독보적이다. 탁효연은 “작품에서 색 층을 두텁게 하고 엷게 하는 것이 자유로워야 하며 그래서 거칠고 무질서한 색 층이 자연스럽게 발색한다”고 했다. “작업할 때 순수한 느낌을 가장 중요시하며 자연을 함축시켜 감성적으로 그림을 그린다. 궁극적으로는 붓을 통해 비운의 민족적 감정과 정서를 표현하고 싶다”고도 했다.<출근길에> 작품은 탁효연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평양의 지하전동차(지하철)를 이용해 집과 직장을 오가던 탁효연은 어느날, 복잡한 평양의 지하철 출근길에서도 늘 책을 놓지 않는 여인을 포착한다. 평양 지하철 승객들의 출근길 풍경은 요즘 서울의 지하철 출근길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작품에서 보듯 책을 읽는 승객들이 많다. 영락없이 휴대폰이 흔치 않던 서울의 지하철 승객들의 출근길 풍경이다. 오늘날 서울의 지하철 승객들은 거의 모두 휴대폰만 들여다본다. 아무렴! 사람들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모습보다는 책을 읽는 모습이 더 정답고 그립다. 이래저래 남과 북의 다른 모습은 많기만 하다.
▎탁효연 화가 (1969~) |
|
웬일인지 탁효연을 만난 지 3년쯤 돼서부터 나는 더 이상 그를 만날 수 없었으며 그의 작업실도 없어졌다. 분단시대 북녘에서 나의 시야에 바람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서양화가 탁효연을 다시 보고 싶다. 탁효연의 천재성과 예술혼이 화폭 위에서 자유롭기를 바란다.
신동훈 - 1948년 경기도 일산 출생. 1977년 미국 워싱턴으로 이주. 1988년 워싱턴에 새스코갤러리 개관. 2001년 미국조선미술협회(Korean Art Association USA) 창립. 2003년부터 중앙일보, SBS, YTN 등과 공동 전시회 다수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