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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드웍스 월드에서 만난 한국인 창업가 공경철 교수 

장애인 보행 돕는 웨어러블 로봇 시장 리더로 우뚝 

로스앤젤레스(미국)=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솔리드웍스 월드에서 주목받은 연사 중 한 명이 한국인 창업가 공경철 서강대 교수다. 6000여 명의 행사 참가자들은 환호성과 박수로 그의 웨어러블 로봇 도전을 응원했다.

▎이번 행사에서 선보인 노약자 보행을 도와주는 웨어러블 로봇 엔젤렉스. / 사진:솔리드웍스
솔리드웍스 월드에서 발표를 끝내고 연단을 내려오니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이가 마비로 태어났다”면서 그를 붙잡고 우는 아버지가 있었다. 한 어머니는 “아들이 20살 되던 해에 클럽에 놀러 갔다가 총에 맞아서 움직이지 못한다”면서 울음을 터트렸다. 한국에서 온 교수를 붙잡고 외국인들이 이렇게 힘든 가족사를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뭘까. 그는 하지 마비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움직임이 불편한 이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창업가이기 때문이다. 2017년 2월 SG로보틱스를 창업한 서강대 공경철(36) 교수(기계공학과)가 주인공이다. 그는 “발표를 끝낸 후 인터뷰만 한 20건 정도 한 것 같다. 우리가 하는 일에 관심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솔리드웍스 월드 2018’에서 공경철 SG로보틱스 대표가 한국인 최초로 메인 연사로 나서 웨어러블 로봇의 미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공 교수는 웨어러블 로봇 분야의 유명한 연구자이자 학자다. 서강대에서 기계공학 학사와 석사를 딴 후 2009년 미국 UC버클리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영어 공부를 위해 어학연수 한 번 가지 못했던 토종 한국인 학생은 대학원 입학시험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받았다. 심지어 1년 만에 학위 취득에 필요한 학점을 모두 따놓았다고.

그의 전문 분야는 로봇 컨트롤과 웨어러블 로봇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로봇공학자를 전공으로 삼았던 것.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 분야에 도전하기로 했다. 대학원 시절에도 그의 명성은 높았다. 그가 발표한 논문만 60여 편이나 된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을 떠올리며 “미국은 뭘 해도 되는 곳이었다”면서 “내가 영어를 못 해도 흉은 아니었고, 영어가 부족하니까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웃었다.

박사후과정(포스닥)을 밟으면서 미국 대학에 자리를 잡으려고 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대학과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미국에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상황. 그의 선택은 한국행이었다. 공 교수는 “나의 행동이나 선택에 의미를 많이 따지는 편인데, 미국에 남는 의미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1년 모교인 서강대에 부교수로 부임했다. 당시 나이 29살. 요즘처럼 유학파가 넘쳐나는 한국 학계에서 20대 나이에 교수로 부임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큰 주목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쉬운 길은 아니었다. 로봇 분야는 설계와 제어 등의 이론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가공시설까지 갖추어야 하는 대형 연구이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해야 하는 웨어러블 로봇 분야는 이제 막 교수가 된 공경철 교수에게는 쉬운 연구주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다족 주행로봇’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29살에 대학 교수로 부임

여러 다족 주행로봇을 만들고 많은 논문을 발표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웨어러블 로봇에 대한 열정이 들끓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웨어러블 로봇 연구를 개시할 기회를 노리고 있던 중,

그에게 메일 한 통이 왔다. 프랑스의 한 대학에서 공 교수의 미국 논문에 나온 웨어러블 로봇을 테스트용으로 한 대 만들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그 메일을 받고 작업하는데 너무 신이 났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자신 있는 분야인 웨어러블 로봇에 도전해야겠다고 그때 마음먹었다”고 회고했다.

마침 그는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의 나동욱 교수를 우연히 만났다. 나 교수는 로봇에 관심이 많은 의사였고 공 교수는 재활의학 쪽에 관심이 많은 로봇 전문가였다. 한마디로 궁합이 잘 맞는 파트너였다. 공 교수는 “연배나 교수 경력이 비슷해서 뜻이 잘 맞았다”면서 “재활의학 로봇 기술을 선보일 대회가 필요했고, 우리 둘은 사이배슬론 대회에 나가자고 의기투합했다”고 설명했다.

대회까지 13개월이 남은 시점. 테니스 선수로 지내다 1997년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한 환자를 만났다. 그를 움직이게 할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 제작에 돌입했다. 공 교수는 당시를 “13개월 동안 전투를 하는 느낌이었다”고 회고했다. 2016년 10월 스위스에서 열린 사이배슬론 대회 외골격 착용 로봇 종목에서 3위를 수상했다. 그는 “처음엔 우리에게 관심을 주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면서 “리허설 때부터 좋은 성과를 보이면서 스위스 9시 뉴스 등에 나갈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며 웃었다. 당시 6개 관문을 통과한 팀은 3팀밖에 없었다고 한다. 나머지 팀들은 중간에 넘어지는 등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한다.

2017년 2월 두바이에서 열린 로봇 디자인 대회 ‘UAE 로보틱스 포 굿’에서는 보행이 불편한 노약자를 위한 웨어러블 로봇 ‘엔젤렉스’로 아시아팀에서 유일하게 결선에 진출하는 성과도 냈다. 그는 “사이 배슬론 이후에는 우리가 하고 싶은 도전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6년 국제 자동제어학회 젊은 과학자상·2017년 로봇학회 젊은 과학자상·2017년 로봇 산업유공 장관표창·중소벤처기업부 로봇 분야 자문위원·산자부 웨어러블로봇 플랫폼 사업 기획위원 등의 이력이 그의 현재를 대변해준다.

LG전자는 그에게 30억원을 투자했다. 공 교수는 2017년 2월 SG로보틱스라는 웨어러블 로봇 제작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현재 그의 팀에는 18명이 일하고 있다.

그는 당분간 엔젤렉스의 상용화를 위해 뛸 생각이다. 2018년까지 미국과 한국에서 인증을 받는 게 목표다. 2019년 상반기에는 엔젤렉스 제품화를 이룰 계획이다. 공 교수는 “엔젤렉스 제품화 이후에는 소아용 보조로봇, 근로자 작업 지원용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 프로젝트를 이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로스앤젤레스(미국)=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201803호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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