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법칙이 하인리히 법칙이다.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이십여 년간 큰 문제 없던 골프스윙이 갑자기 무너졌다. 드라이브와 숏게임은 큰 이상이 없는데 아이언샷만 하면 소위 생크가 나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생길 수 있는 미스샷이겠거니 하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매번 발생하니 노이로제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한 달 가까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레슨프로를 찾았다. 문제점을 이야기하니 스윙 동작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여줬다. 어느 정도 이론으로는 알고 있던 터라 내 스윙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내가 믿고 있는 스윙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몸이 밀리는 스웨이 동작이 일어나고 손목이 일찍 꺽여 백스윙 궤도가 너무 낮아 다운스윙 때 엎어져 내려오게 된 것이다. 따라서 헤드업이 발생하게 되고 피니시 동작도 원만하지 않게 된 것이다.
교정 스윙으로 몇 차례 연습을 하다 보니 몰라보게 달라짐을 느꼈다. 다음 라운드에서 예전보다 훨씬 방향성이나 거리가 늘어났음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 아이언 생크를 잡은 것은 물론 드라이브까지 구질이 더 좋아졌다. 그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스윙에 변형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상 징후는 있었지만 당일 컨디션 탓만 하며 구력으로 버텨오다 임계점을 넘기면서 느닷없이 망가진 사례였다.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되고 연습으로 교정을 하다 보니 오히려 샷에 전보다 자신감이 생겼다. 샷이 망가지기 전에 수시로 자신의 스윙을 점검하고 교정을 해줘야만 제 실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골프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내 시각과 사소한 생활습관에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변형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본인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만들어질 수 있는 악습들을 때때로 점검하고 바로잡는 일이 필요하다. 코칭이나 멘토링을 통해서 점검할 수도 있겠지만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들을 통해서도 점검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조직의 리더는 스스로의 문제점을 알아차리는 일이 더욱 어려울 수도 있다. 문제점이 있어도 지적이나 조언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인사고과 평가를 상하간에 하는 방법이나 하위직급의 직원들에게 리더십 평가를 받는 용기도 필요하다. 대부분 사람은 본인의 생각과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하고 자기 합리화에 익숙해져 있을 수 있다. 이를 체크하여 교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