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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 수입차 판매 불티 

포르셰·마세라티·렉서스 돋보이는 질주 

조득진 기자
수입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차량 판매는 ‘럭셔리 이미지’ 구축에 한몫한다. 전체 매출뿐 아니라 마진을 높이고, 구축된 럭셔리 이미지는 하위 모델 판매에도 큰 영향을 준다. 한국은 세계 3위 프리미엄 차량 소비 시장이다.

▎올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1억원 이상 수입차. 1위 메르세데스-벤츠 S 450 4매틱 L(1억7400만원), 2위 메르세데스-벤츠 S 560 4매틱 L(2억200만원), 3위 BMW X6 3.0d((1억450만원) / 사진: 각 사 제공
올 상반기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14만109대다. 지난해 상반기 판매량 11만8152대보다 18.6% 늘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도 지난해 상반기 13.2%에서 올해 15.6%로 증가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올해 국내 수입차 판매량을 역대 최대인 25만6000대, 점유율 16%로 예상했지만 업계에서는 “이 추세라면 연간 판매량 30만 대도 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포브스코리아가 주목하는 것은 1억원 이상 프리미엄 차량의 판매 추이다. 프리미엄 차량은 ‘럭셔리 이미지’를 구축하는 효과와 함께 회사 매출까지 올려주는 효자다. 값이 비쌀수록 마진은 높아진다. 구축된 럭셔리 이미지는 1억원대 이하 차량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많이 판 벤츠·BMW, 프리미엄은 제자리


올 상반기 1억원 이상 수입차는 모두 1만5190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2477대보다 무려 21.7%가 늘었다. 수입차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8%로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했다. ‘억 소리’ 나는 수입차의 판매 급성장은 고급차를 선호하는 한국 운전자들의 속성이 반영된 결과다. 과거엔 법인차를 중심으로 고급 수입차 구매가 이뤄졌지만 최근엔 개인 구매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 상반기 모두 4만1069대를 팔아 지난해 상반기 3만7723대보다 8.9% 늘었다.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29.3%를 차지했다. 1억원 이상 모델 판매량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 6118대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6214대를 팔며 수위를 지켰다. 효자 모델은 1424대 팔린 S 450 4매틱 L(1억7400만원)과 1007대 팔린 S 560 4매틱 L(2억200만원)이다. 업계에선 통상 연간 판매량 기준으로 국산차는 1만 대, 수입차는 1000대가 넘으면 ‘베스트셀링 카’로 분류한다.

BMW는 올 상반기 1억원 이상 차량을 4245대 팔았다. X6 3.0d(1억450만원)가 891대, 640 x드라이브 GT(1억150만원)가 560대, 730Ld x드라이브(1억4770만원)가 477대 팔리며 성장세를 주도했다. 특히 뉴 640 xDrive GT가 인기였다. 5시리즈 그란투리스모의 장점을 유지하고 7시리즈와 차대를 공유하면서 BMW 세단 가운데 가장 넓은 적재공간을 확보한 덕분이다.

그러나 두 브랜드의 1억원 이상 차량 판매 증가율은 각각 1.6%, 6.4%로 전체 판매량 증가세에 한참 못 미친다. 업계에선 “최근 벤츠와 BMW는 젊은 층을 겨냥해 낮은 가격대 차량의 마케팅에 주력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고가의 중·대형차 판매에 집중했지만 최근 들어 소형차 시장을 통해 외연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3640만원에 내놓은 벤츠 A200, 3670만원부터 시작하는 BMW 118d가 대표적이다. 두 모델은 올 상반기에 각각 828대, 1264대가 팔렸다. 국산차와 비슷한 가격으로 수입차를 경험해보고 싶은 이들이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포르셰·벤틀리·렉서스의 폼 나는 질주


▎롤스로이스·람보르기니 브랜드와 메르세데스- 벤츠·BMW 브랜드 사이엔 간극이 존재한다. 중간 가격대와 고성능을 앞세운 포르셰·마세라티·벤틀리 등이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다. / 사진: 각 사 제공
랜드로버도 전체 판매 대수가 올 상반기 633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4443대보다 42.7%나 늘었지만 프리미엄 차량 판매는 기대 이하다. 1억원 이상 차량은 지난해 1413대에서 7.9% 늘어난 1524대에 그쳤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레인지로버 스포츠 3.0 TDV6(1억3330만원), 레인지로버 4.4 SDV8(1억8750만원)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다. 대신 레인지로버 벨라 D300(1억1530만원)이 상반기에 571대가 팔리면서 성장세를 받쳐주었다. 전체 판매량 중 1억원대 차량 판매 비중은 31.8%에서 24%로 줄었다.

벤츠와 BMW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주춤하는 사이 포르셰, 벤틀리, 렉서스 등이 실속을 챙겼다. 포르셰는 1억원 이상 차량을 1460대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 330대 대비 440%나 성장했다. 지난해 19종에서 올해 25종으로 라인업을 확대한 덕분이다. 특히 4도어 스포츠카 파나메라 4(1억 3750만원)의 인기가 높아 상반기에 672대가 팔렸다. 파나메라 4S(1억7370만원), 파나메라 터보(2억4750만원)도 각각 164대, 118대가 팔렸다. 전체 판매량은 2163대로, 지난해 상반기 1588대보다 36.2% 늘었다. 포르셰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를 타고 급성장했다. 지난해 상반기 1억원 이상 차량 판매가 46대에 그쳤지만 올 상반기에는 308대로 무려 670%나 늘었다. 성장 견인 모델은 지난해 12월 한국 시장에 상륙한 LS500h(1억5100만원), LS500(1억2600만원)으로 각각 161대, 139대 팔렸다.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차량은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부터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집계에 포함된 마세라티는 상반기에 806대를 판매하며 성장세를 잇고 있다. 모두 1억원이 넘는다. 주역은 고성능 SUV 르반떼로, 마세라티 전체 판매량에서 42.5%를 차지했다. 르반떼 디젤(1억2440만원)과 르반떼(1억2740만원)가 각각 157대, 136대 팔렸다. 최근 르반떼 신차 효과가 희미해지자 수입사인 FMK는 최대 60%에 달하는 고잔가 리스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대응에 나섰다.

모든 차량이 2억원 이상인 영국 고급차 벤틀리의 판매량도 지난해 상반기 106대에서 올 상반기 157대로 부쩍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2대 판매에 그쳤던 플라잉스퍼 V8이 올해 96대 팔리면서 성장세를 이끌었고, 지난해 한국 시장에 등장한 3억원짜리 SUV 벤테이가 W12도 46대 팔리면서 꾸준히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별다른 신차 출시가 없어 전체 차량 판매(842대)에서 큰 차이가 없는 캐딜락도 1억원 이상 차량 판매를 늘리면서 자존심을 지켰다. 7인승 SUV 에스컬레이드(1억2980만원)의 선전으로 프리미엄 차량 판매는 지난해 상반기 72대에서 올해 상반기 120대로 66.7%가 늘었다. 1억원 이상 차량 비중도 8.7%에서 14.3%로 높아졌다.

이들 프리미엄 차량의 판매량이 늘어난 데는 업무용 법인차 등록이 한몫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신규 등록된 수입차 가운데 법인차는 4만6719대로 33.3%를 차지했다. 프리미엄 SUV의 등장도 1억원 이상 차량 판매를 높였다. 마세라티 르반떼, 메르세데스-벤츠 GLS, 레인지로버 벨라,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등 1억원을 호가하는 SUV는 올 상반기 수백 대씩 팔렸다.

프리미엄 차량 판매가 크게 줄어든 브랜드도 있다. 재규어는 1억원 이상 차량 판매가 지난해 상반기 282대에서 올 상반기 167대로 줄면서 40.8%나 떨어졌다. 전체 판매량 가운데 1억원대 차량 판매 비중 역시 12.2%에서 7.4%로 줄었다. XJ 3.0D LWB(1억4750만원)와 F페이스 30d(1억90만원)의 판매량이 절반 이상 줄었지만 판매를 이끌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프리미엄 차량 판매에서 고전했다.

람보르기니도 올 상반기 한국 시장에서 참패했다. 지난해 상반기 21대 판매에서 올 상반기 6대 판매에 그쳤다. 람보르기니 모델 중 최고가인 아벤타도르 LP700-4 로드스터(6억1600만원)는 2년째 단 한 대도 팔리지 않았다. 국내 시장에서 람보르기니의 역주행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된다. 람보르기니는 올 상반기 글로벌 누적 판매량 2327대를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보였다. 특히 미국, 일본, 영국에서 인기다.

람보르기니·재규어의 구겨진 자존심

이와 반대로 한국에서 판매하는 6개 모델 모두 4억원이 넘는 롤스로이스는 판매가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58대를 팔아 지난해 45대보다 28.9% 늘었다. 고스트(4억2000만원)와 고스트 EWB(4억9000만원)가 각각 22대, 13대 팔렸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량 중 최고가인 팬텀 EWB(7억4000만원)도 2대가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마세라티, 벤틀리, 포르셰 등이 고성능을 갖춘 2억원대 모델을 선보이면서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의 하위 가격대 모델과 경쟁하고 있다”며 “특히 이렇다 할 신차 출시와 마케팅이 없었던 람보르기니의 실적 하락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하반기에도 프리미엄 모델의 경쟁은 치열할 전망이다. 수입차업계는 SUV를 중심으로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속속 도입한다. 우선 메르세데스-벤츠는 원조 쿠페형 세단 3세대 CLS를 8월 출시한다. 특히 AMG 라인업에 합류하는 CLS53 4매틱+는 직렬 6기통 3.0L 엔진에 ‘EQ 부스트’로 불리는 통합 전기모터와 48V 전기 시스템을 더해 성능과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마이바흐-S클래스의 최상위 제품인 S 650은 올 3분기 안에 등장한다. 제로백(0→100㎞/h)이 4.6초인 고성능 모델이다. 10월에는 신형 G클래스가 출격한다.

BMW는 X2, X4, X5 등 SUV 라인업을 대거 출시한다. 12월에 등장할 4세대 뉴 X5는 8기통 엔진 1종, 6기통 엔진 3종 등 총 4종으로 출시된다. 그중 X5 30d x드라이브는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을 올려 최고 265마력을 뿜어낸다. i8 로드스터, 고성능 스포츠카 M4 CS도 하반기 출시를 저울 중이다.

랜드로버는 하반기 뉴 레인지로버 롱휠베이스를 판매한다. 기본 레인지로버보다 길이가 200㎜ 길고, 뒷좌석 레그룸을 186㎜ 늘린 것이 특징이다. 가속 성능을 높인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도 함께 내놓을 예정이다. 포르셰는 신형 카이엔을 오는 11월 국내 시판한다. 엔진은 6기통 3.0L 터보 엔진으로 최고 340마력, 최대 45.9㎏·m의 성능을 발휘한다. 예정 가격은 1억180만원이다.

[박스기사] 호황에도 역주행한 수입차 - 혼다·닛산·시트로엥 무슨 문제가?


수입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수입차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다양한 신차 라인으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 덕분이다. 과감한 프로모션과 서비스센터 증가도 성장을 거들었다. 판매가 늘자 수입차 업체들의 경영 실적도 훌쩍 뛰었다.

그러나 시장이 호황이라고 모두가 웃는 것은 아니다. 장사가 잘되는 골목이라도 파리 날리는 매장은 있기 마련인 것이다. 혼다와 시트로엥, 닛산이 대표적인 예로, 올 상반기 판매 대수가 지난해 상반기 대비 각각 -45.7%,-39.6%, -19.3%로 나타났다.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인피니티도 판매율이 -13.9%로 나타났고, 재규어도 -1.9%로 집계됐다. 전체 수입차 시장 성장률인 18.6%에 크게 못 미치며 제자리걸음을 보인 브랜드도 있다. 미니가 지난해 상반기 대비 0.3%, 캐딜락 2.3%, 포드 4.7% 상승하는 데 그쳤다.

혼다의 부진은 지난해 연말 구형 어코드 물량 소진 이후 올해 5월 10세대 어코드 출시 전까지의 공백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혼다 측은 5월부터 시작된 신형 판매가 하반기에 탄력을 받으면 반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닛산 역시 그동안 브랜드 판매를 이끌던 알티마의 노후화가 판매 저조의 주원인이다.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 경쟁 신차의 잇따른 등장도 침체 원인이다. 닛산 측은 지난 6월 부산모터쇼에서 공개한 닛산 X-트레일, 인피니티 신형 QX50을 국내 출시한다는 방침이지만 정확한 시기는 미정이다. 시트로엥은 지난해 판매를 이끈 칵투스 부분변경 모델을 앞세우고, 브랜드 독립을 선언한 프리미엄 DS7으로 실적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박스기사] 포르셰 파나메라 4 시승기 - 온순해진 포르셰, 안 튀어서 더 팔렸나


▎사진: 각 사 제공
지난해 12월 국내에 출시된 2세대 파나메라 4는 한결 온순해진 느낌이다. 디자인이나 주행성능에서 ‘폼 재는 것’보다는 ‘운전자 중심’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지난 7월 초 강렬한 파랑이 눈부신 파나메라 4를 시승했다. 기본 1억3750만원에 다양한 옵션이 추가되어 차량 가격은 1억6550만원이다.

우선 디자인. 전장 5049㎜, 전폭 1937㎜, 전고 1423㎜의 덩치를 가졌지만 실제 외관은 그리 거대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운전대를 잡으면 커브 때 앞 범퍼에 신경이 쓰이긴 한다. 포르셰 특유의 와이드하고 당당한 실루엣은 그대로다. 고유의 헤드라이트와 특유의 매끄러운 곡선의 조합은 늘 매력적이다.

체격이 커진 만큼 실내 공간도 넓어졌다. 4도어답게 뒷좌석 공간에 여유가 생겼고, 2열 시트의 폴딩 기능이 더해져 적재 공간은 대폭 넓어졌다. 밝은 베이지 톤으로 제작된 고급스러운 시트가 적용됐고, 수평감이 강조된 대시보드가 눈에 띈다. 보스 사운드 시스템은 듣는 즐거움을 준다.

키를 돌려 시동을 걸자 스포츠카 DNA가 담긴 시동음이 낮게 깔린다. 하지만 경험해본 포르셰 모델 중 정숙한 편이다. 시동음 때문에 주변 시선을 받을 일은 많이 줄어들겠다. 본격적으로 서울 올림픽대로와 김포 일대를 달렸다. 파나메라 4에는 싱글 터보차저를 얹은 V6 3.0L 터보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 출력 330마력과 45.9kg·m의 토크를 자랑한다.

액셀을 밟자 매끄러운 가속감이 느껴진다. 출발이 아주 산뜻하다. 파나메라 4의 제로백은 5.5초. 그러나 실제로 느끼는 가속감은 살짝 기대 이하다. 강렬한 퍼포먼스보다는 4도어에 맞는, 세단 콘셉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포츠, 스포츠플러스로 운전 모드를 변경하면 레이싱 트랙에 올라선 느낌이다. 고성능 GT답게 고속 주행에서의 속도감과 고속 코너링에서의 안정감은 탁월하다. 다만 연비는 아쉽다. 도심과 자동차전용도로 약 150㎞를 달린 결과 8.1㎞/L로 나타났다. 공인연비 8.5㎞/L에 못 미친다.

전체적으로 뉴 파나메라 4는 초대 파나메라의 원초적인 감성과 상당히 다르다. 스포츠카의 강력한 성능에 럭셔리 세단의 안락한 주행성을 겸비했다. 파나메라 4가 대형 수입차 세단 부문에서 벤츠 S 클래스, BMW 7 시리즈의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내고 있는 이유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1808호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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