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일본 기업 부활의 비결: 공유가치 

 

노익상 한국리서치 회장
일본 기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기업이 사회와 함께 이루어나갈 공유가치를 찾기 시작한 게 출발이었다.

지난해 일본의 청년 일자리는 1명당 평균 1.8개. 그들은 이제 직장을 고르고 있다. 일본은 최근 8분기 계속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엔화의 양적 확대에 힘입어 그 가치가 떨어지고 수출이 다시 증대해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으며 기업 투자가 재가동되고 있다. 아베의 경제정책이 성공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이 단기적인 것이라고, 일본의 내수 시장은 아직 증대되고 있지 않다는 반박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나라보다는 경제 상황과 기업 환경이 좋은 듯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필자 역시 기업인으로서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에서 그 비밀을 찾고 싶었다.

일본 신산업문화창출연구소의 히로뜨네 소장은 10월 열린 한국마케터협회 세미나에서 그 요인을 일본 기업의 체질 개선에서 찾아야 한다고 설파했다. 일본 기업은 저성장시대의 고용 축소, 기업 분할, 사업 매각이라는 우울한 단기 대응책에서 벗어나 평생고용, 노사합심이라는 일본 기업의 정통 문화를 다시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얼핏 모순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1995년에 발생한 한신·고베 대지진과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란 엄청난 재해가 일본인들에게 다시 ‘합심’의 긴요함을 깨닫게 했고, 마침 10년 동안 이어진 ‘무경쟁 교육’이 이를 더 강화했다는 논리다. 이 과정에서 일본 기업은 단기적 대응이란 양의학적 처방에서 벗어나, 기업이 사회와 함께 이루어 나갈 공유가치를 찾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사회 안전’을 공유가치로 내 세운 기린맥주의 무알코올 맥주 출시와 판매량 증대, 일본 호프 농가에 대한 지속적 지원이다.

또 세계인의 위생을 공유가치로 선언한 LiXli의 위생변기도 같은 맥락에서 개발된 사례다. 수세식 변기의 기능을 갖춘 변기를 개발하여 인도, 아프리카 등 수도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에 박리다매로 다량(인도에만 800만 대) 판매해 수익을 높이고 주민의 위생을 도왔다. 여성용품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유니참은 여성의 사회참여를 공유가치로 내세우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여성들만 일하는 공장을 건설하여 가동함으로써 중동 지역의 수출 물량을 크게 늘렸다.


일본 기업의 ‘공유가치’는 선언적 의미가 아니다. 우리 기업이 외친 ‘핵심가치’와 근본이 다르다. 공유가치는 기업이 소비자를 넘어 국민, 인류와 함께 나누는 가치다. 반면 핵심가치는 그 기업만을 위한 가치다. 일본 기업은 ‘공유가치’를 홍보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것을 팔았다. 공유가치를 상품으로 만들어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도록 팔았다. 세미나에 다녀와서, 우리 회사의 공유가치는 과연 무엇이어야 할까? 임원들에게 의견을 달라고 했다.

- 노익상 한국리서치 회장·(사)대한산악구조협회 회장

201811호 (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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