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진한 휴식 계획해 체화하는 게 중요쉼에 대한 5가지 오해 중 첫째는 쉼이 성공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에겐 ‘4당5락’이 명문대 합격을 위한 금과옥조였다. 4시간만 자면서 공부하면 명문대생이 될 수 있고 한 시간을 더 자면 낙방한다는 믿음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이 제시하는 바는 정반대다. 낮에 배운 내용을 뇌에 새기려면 숙면을 취해야 하고 낮에도 틈틈이 쉬어야 한다. 고강도의 인지적 활동에서 얻은 지식이 정리되고 기억으로 내재화되는 것은 휴식 과정에서 일어난다.둘째, 쉼은 수동적 상태가 아닌 능동적인 선택이다. 휴식은 일이 끝나야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빈 시간이 아니라 내가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자원이다. 바쁜 현대 조직에서 휴식은 찬밥 신세였지만 이젠 기업들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메트로냅스가 개발한 수면 의자 ‘에너지팟’은 1000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인기가 높다. 구글, 우버, 시스코 등 글로벌 기업이 고객사다.셋째, 휴식에는 계획이 필요 없다는 오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쉴 것인지 계획해야 쉴 수 있다. ‘일도 모자라 쉬는 것까지 계획대로? 인생 너무 피곤한걸.’ 이런 생각이 들어도 일단 잘 쉬고 보자. 휴식 루틴에 익숙해지면 숨쉬기 운동처럼 자연스러워진다.넷째, 휴식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휴식은 제대로 일했을 때 주어지는 선물이다. ‘의도적 휴식’의 전제는 ‘의도적 연습’이다. 베를린 음악학교의 최상급 학생들은 세 차례의 연습 시간을 알차게 보냈고 중간에 작정하고 푹 쉬었다. 일반적인 믿음과 달리 이들은 연습 벌레가 아니었다. 기껏해야 하루에 4~5시간 연습했을 뿐이다. 이와 달리 평범한 학생들은 연습 시간 중간에 딴짓을 했고, 정작 쉬는 시간에 느닷없이 연습을 하기도 했다.찰스 다윈, 찰스 디킨스와 같이 역사에 남은 창의적 성과를 낸 사람들의 숨은 공통점은 생각보다 훨씬 더 적은 시간을 일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일에 헌신한 야망가들의 업적을 보면 잠도 안 자고 죽도록 일한 것 같지만, 실은 상당한 시간을 휴식하며 보냈다. “바빠서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바쁜지 따져볼 일이다.다섯째, 쉼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오해다. 휴가 내고 멀리 떠나야 휴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행히도 여행은 큰 도움이 안 된다. 일상적 쉼이 승부처다.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짧지만 진하게 휴식할 수 있는 휴식 루틴을 만들고 이것을 체화하는 것이 의도적 휴식이다.
당신에게도 찰스 다윈의 ‘사색의 길’ 필요가장 효과적인 휴식 방법 중 하나는 걷기다. 산책을 하면 에너지가 충전되는 동시에 창의성도 높아지니 일거양득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자들은 ‘당신의 아이디어에 다리를 달아라(Give your ideas some legs)’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참가한 첫 집단은 6분 동안 외부에서 걸었고, 두 번째 집단은 6분 동안 실내에서 걸었으며, 세 번째 집단은 통제 속에 책상에 앉아 있었다. 이후 창의성 과제가 주어졌는데 결과는 달리 나타났다. 책상에 앉아 있던 집단에 비해 외부 산책 집단은 60%, 실내 걷기 집단은 40%나 더 높은 창의성을 발휘했다.이유는 우리 뇌의 기본 상태 신경망(default mode network) 때문이다. 과제에 집중할 땐 잠잠하다가 과제가 끝나고 속된 말로 ‘멍때릴 때’ 불을 켜는 네트워크다. 걸을 때도 이 신경망이 활성화되는데, 이때 우리의 무의식과 의식 세계가 만나 ‘협업’을 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무의식에 존재하던 창의적인 생각들이 의식 세계로 넘어오는 것이다. 조직 피라미드 정점에 있는 리더라면 찰스 다윈을 따라 할 필요가 있다. 의도적 휴식의 달인이었던 그는 시간이 되면 문장을 쓰다 말고 산책을 나가버렸다. 집 근처에 있었던 유명한 ‘사색의 길(thinking path)’을 걸으면서 매일 기본 상태 신경망을 환하게 밝혔을 것이다.
[박스기사] 최고 성과가 목표인 당신에게 제안하는 ‘의도적 휴식’ 방법
- 조지선 연세대 인간행동연구소 전문연구원(심리학 박사)※ 조지선 전문연구원은…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석사), 연세대에서 심리학(박사)을 전공했다. SK텔레콤 매니저,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타임워너 수석 QA 엔지니어,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 QA 엔지니어를 역임했다. 연세대에서 사회심리학, 인간행동과 사회적 뇌, 사회와 인간행동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