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조지선의 ‘리더 습관’(2) 

“운동하세요. 더 똑똑해집니다” 

운동의 ‘넘침 효과(Spillover Effect)’ 배후에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 상승이 있다. 자신에 대한 평가, 도전적인 과제를 대하는 자세,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건강을 얻으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에이, 그럴 리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몸 하나 건강하다고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다.

그런데 이 말을 조금만 바꾸면 진실에 꽤 가까운 말이 된다. 건강을 얻기 위해 당신이 시도할 첫 번째 일은 아마도 규칙적인 운동일 테니, 이렇게 바꿔보자.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다.” 일단 돈을 더 많이 번다. 경제학자 바실리오스 코스테아스의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 운동을 게을리하는 사람보다 9% 정도 연봉을 더 받는다.

몸을 움직이는 작은 습관으로 당신의 삶에 다음과 같은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잠시 상상해보자. 더 적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일을 해내고 아파서 결근하는 일도 줄었다. 술, 담배, 카페인 섭취는 줄어들고 과일이나 채소를 더 챙겨 먹는다. 머무는 공간도 한결 단정해졌다. 물건을 제자리에 놓고 제때 치운다. 신용카드 청구서를 볼 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했는데, 돈을 허투루 쓰는 버릇도 나아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할 때 집중이 더 잘되고 아이디어 고갈에 시달리는 고통도 줄었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는 전달해야 할 핵심 내용이 꽤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감정 조절에 실패해서 낭패를 보는 일이 줄었는데, 덕분에 가족이나 동료들과 사이가 좋아졌다. 아,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대체적으로 기분이 좋다는 점이다. 불안하거나 우울한 느낌이 사라졌다.

운동이 주는 무한한 연쇄효과(Cascade Effect)


이 모든 것을 운동으로 얻을 수 있다. 운동이 다양한 긍정적 변화를 유발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효과의 규모와 범위는 내가 상상하는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성공하기 위해, 행복하게 살기 위해 단 하나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규칙적 운동을 골라도 된다.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연구가 이 선택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뉴욕대학의 뇌과학자 웬디 스즈키 교수는 기억 분야에서 잘 나가는 학자였다. 어느 날 그는 연구자들이 좀처럼 하지 않는 별스러운 결심을 한다. 학자 경력의 정점에서 연구 분야를 바꾼 것이다. 그가 테드(TED) 강연에서 밝혔듯이, 연구실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뇌세포가 내는 소리를 듣다 보니 어느새 몸무게는 11㎏ 이상 불어 있었고 체력은 바닥 수준이었다.

체육관을 찾아 운동을 시작했는데, 에너지가 샘솟았고 더 행복해졌다. 그런데 1년 반이 지난 어느 날 그는 기대하지 못한 변화를 느꼈다. 평소와 달리 연구 제안서를 술술 잘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대부분 학자가 그렇듯, 늘 머리를 쥐어뜯는 고통 속에 제안서를 쓰곤 했는데, 그날은 달랐다. ‘혹시 내가 더 똑똑해졌나? 운동이 내 뇌를 바꿔놓은 것은 아닐까?’ 라는 호기심은 결국 연구 주제의 전환으로 이어졌다.

단일 습관으로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대전환을 꾀하고 싶다면 운동이 답이다. 운동 효과의 골자는 깊고 넓은 파장이다.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다른 삶의 영역으로 그 영향이 흘러넘쳐서 연쇄효과(Cascade Effect)를 일으킨다. 우리의 행동과 생각, 감정은 피할 수 없는 연결, 예측할 수 없는 연결로 서로 이어져 있다. 촘촘하게 혹은 느슨하게, 어떤 때는 의식수준 위에서 혹은 그 아래에서 서로 닿아 있다. 생각과 감정, 행동의 세계에는 외톨이가 없다.

심리학자 메건 오튼과 켄 쳉은 2개월 동안 일주일에 3회 규칙적으로 운동한 학생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켜보았다. 운동과 담쌓은 학생들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운동했을 뿐인데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이상적인 모습으로 변해갔다. 설거지를 쌓아 놓는 일이 줄었고 과다지출과 충동구매도 멀리했다. 일을 미루거나 약속을 깨는 빈도가 줄었고 학습 습관도 좋아졌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더 챙겨 먹었고 욱하고 성질을 내는 일도 줄어들었다. 한마디로 나쁜 행동은 줄고 좋은 행동은 늘었다. 자기조절 능력(Self-regulation capacity)이 향상된 것이다.

웬디 스즈키는 저서 『건강한 뇌, 행복한 삶』에서 거듭 강조했다. “운동하세요. 더 똑똑해집니다.” 운동은 뇌의 해부학적 구조를 바꾸고 생리학적 기능을 향상시키며 신경 생성(Neurogenesis)에도 관여한다. 나이 든 사람의 뇌에서도 해마(Hippocampus)와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커지고 새 세포가 자라난다.

기억력, 사고력, 창의력이 좋아진다. 아, 이 세 가지 능력이 좋아진다면 더 뭘 바라겠는가? 해마는 장기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전전두엽은 집중력, 작업기억, 의사결정, 문제해결, 인지적 유연성, 언어적 유창성을 포함한 뇌의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을 관장한다. 모두 운동과 관련이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장기적 효과와 더불어 단 한 차례 운동만으로 인지적 수행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효과는 몇 시간에서 하루까지 지속된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전에 가볍게 운동하는 것은 어떨까?

운동이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선물은 즉각적인 기분 상승이다. 지금 기분이 나쁘다면 조용한 곳에서 쉬는 것보다 몸을 움직여야 한다. 심리학자 마이클 오토에 따르면 중간 난이도의 운동을 5분 지속했을 때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하는데 거의 모든 상황에서 예외 없이 그렇다. 위스콘신대학 연구팀의 보고에 따르면 쉬엄쉬엄하는 약한 강도의 운동만으로도 우울 증상이 완화됐다. 운동은 우울감을 낮추는 엔도르핀,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과 활력을 제공하는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다가 멈추면 기분이 나빠질까? 심리생물학자 리디아 풀의 연구에서 2주 동안 운동을 멈춘 사람들은 부정적인 정서를 이전보다 더 자주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30초 운동이면 시작으로 족하다

“너무 피곤해서 운동할 힘이 없어.” 피곤에 찌든 당신이 에너지를 올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1. 휴식 2. 스트레칭 3. 긴장완화요법 4. 운동 중 1번을 고르고 싶겠지만 4번을 선택해야 한다. 노르웨이 공공보건연구소 연구팀에 따르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이 고질적인 피로감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수동적인 요법이 아닌 능동적인 운동이었다.

운동은 다른 긍정적인 사건들을 연쇄적으로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힘을 지녔다. 심리학자 케빈 영 연구팀에 따르면 운동을 한 날은 사람들과 더 잘 지내고 일도 잘 끝낸다. 운동의 ‘넘침 효과(Spillover Effect)’ 배후에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 상승이 있다. 운동을 하면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에 대한 평가, 도전적인 과제를 대하는 자세,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이렇게 고백했다. “22살 어느 날, 달리기를 시작한 후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전의 나는 가끔 약물에도 손을 대는 저성과자였다.” 열심히 일하느라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전략을 수정할 시점이다. 고성과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운동량은 얼마나 될까? 오바마처럼 하루에 45분, 일주일에 6일 동안 운동해야 이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만약 당신이 운동과 절교한 채 살고 있다면 이 걱정은 접어두자. 하루에 30초 운동이면 시작으로 족하다. 이 짧은 시간은 나중에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물론 전제 조건은 ‘습관화’다.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30초 동작은 머지않아 1분 운동, 5분 운동으로 진화한다. 내 의지가 아닌, 운동의 ‘넘침 효과’가 자연스럽게 자기조절 능력을 높여주는 덕분이다. 내가 할 일은 잔잔한 강물에 최초의 조약돌을 던지는 일이다. 30초 운동 습관이 만들어내는 파장을 타고 성장하는 나를 뿌듯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30초 운동이다. 하나만 골라서 오늘부터 실행에 옮기자.

① 벽 푸시업 15회: 양손을 벽에 대고 푸시업을 한다.

② 의자 스쿼트 15회: 의자에 앉았다 일어서는 스쿼트를 반복한다.

③ 까치발 10회 2세트 반복: 발뒤꿈치를 올렸다가 내릴 때 바닥에 닿지 않아야 한다.

④ 30초 플랭크 1회: 동료들이 쳐다봐도 괜찮다면 시도해볼 만하다. 코어 근육을 만들 수 있다.

※ 조지선 전문연구원은…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석사), 연세대에서 심리학(박사)을 전공했다. SK텔레콤 매니저,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타임워너 수석 QA 엔지니어,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 QA 엔지니어를 역임했다. 연세대에서 사회심리학, 인간행동과 사회적 뇌, 사회와 인간행동을 강의하고 있다.

201905호 (2019.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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