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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슐럽 티토니 CEO 

“시계는 문화와 세대를 이어주는 매개체”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스위스 워치메이커를 만났다. 지난 1981년부터 티토니를 이끌고 있는 다니엘 슐럽 CEO다. 100년 전통의 스위스 독립 시계 브랜드를 전 세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주인공과 함께 시계 산업의 미래를 전망해봤다.

▎100년 전통의 스위스 독립 시계 브랜드 티토니를 이끌고 있는 다니엘 슐럽 CEO. 지난 1981년부터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티토니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독립 시계 제조사다. 1919년 창업주 프리츠 슐럽(Fritz Schluep)이 시계 장인 3명과 함께 공방을 연 것이 시초다. 스위스 쥐라산맥의 작은 마을 그렌첸(Grenchen)에서 펠코(Felco)라는 이름의 첫 시계를 선보인 이래, 글로벌 시계 시장에 스위스 시계 제조 기술의 우수성을 전파해왔다.

3대째 슐럽 가문의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다니엘 슐럽 티토니 CEO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5월 2일,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롯데호텔 서울 이그제큐티브 타워에서 만난 슐럽 CEO는 “티토니의 100주년은 스위스 시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며 “내 역할은 선대들에게 물려받은 소중한 유산을 후대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티토니가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소감이 어떤가?

1981년에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가업을 잇게 됐다. 처음 회사를 물려받았을 때 매우 관리가 잘된 선물함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소중한 선물함을 잘 지켜서 다음 세대에도 오롯이 물려주고 싶다. 지금까지 티토니의 명맥을 이어온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도 티토니가 시계 역사에 길이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간 우여곡절도 많았을 것 같다.

하나의 브랜드가 100년의 역사를 갖는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스위스 시계 산업은 업&다운이 매우 심한 분야인지라 어려운 일도 많았다. 1960년대 말에 쿼츠 손목시계가 나오면서 우리 같은 기계식 시계 제조사들은 큰 위기를 맞았다. 건전지로 작동되는 쿼츠 시계는 기계식 시계보다 조작이 훨씬 간편하면서도 매우 정확했다. 무엇보다 생산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수많은 업체가 너도나도 쿼츠 시계 제작에 뛰어들었다. 시계 산업 전체를 흔들어 놓았던 소용돌이 속에서 티토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힘든 길을 선택했다. 선대부터 내려온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기계식 시계 제조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가족 경영 회사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신뢰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영 철학이기도 한 신뢰를 바탕으로 다양한 파트너와 대화를 한다. 거짓말로 난처한 순간을 넘긴다거나 어떤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덩치가 큰 기업들은 담당자들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약속 이행에 대한 책임감이나 의무감이 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티토니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건강한 브랜드가 되기 위한 원칙들을 준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무작정 유행만 좇는 현상이다. 스마트 워치가 트렌드라고 해서 브랜드 정체성과 맞지 않는데도 무작정 만든다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합리적인 가격대의 클래식 시계를 원하는 고객들은 항상 존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10년간 스위스 시계 업계에서는 많은 인수합병이 있었다. 큰 회사는 더욱 커졌고, 독립 브랜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티토니도 인수합병 제안을 여러 번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다음 세대들이 놀고먹을 수 있는 풍족한 재산을 남기는 것보다 지켜갈 의미가 있는 역사를 물려주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를 이어 간직하는 시계 만들 터

오랜 세월 숙련된 시계 장인들이 최첨단 기계와 도구들을 사용해 시계를 만들 때 비로소 ‘메이드 인 스위스’라는 까다로운 요구사항이 충족된다. 티토니는 엄격한 공정으로 이러한 품질 기준에 부합하고 있으며, 이 독립적인 제작 과정은 브랜드 품질에 기준을 제시한다. 특히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인증기관(COSC)에서 인증을 받은 시계 생산 톱10 리스트에 롤렉스와 오메가, 브라이틀링 같은 대기업 브랜드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며 퀄리티를 인정받고 있다.

티토니는 어떤 브랜드인가?

우리의 철학은 높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스위스 시계의 가치를 아는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반드시 엄청난 부자여야만 우리 시계를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대를 이어 간직할 수 있는 시계를 만드는 것이 티토니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눈여겨볼 시계는 무엇인가?

티토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선보인 라인 1919 컬렉션이다. 브랜드에서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T10 무브먼트를 탑재해 68시간 파워리저브를 제공한다. 실버, 다크그레이, 블루의 3가지 버전으로 출시된다.

글로벌 시계 산업을 어떻게 전망하나?

매달 스위스 시계 수출 자료를 살펴보면 시장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수출 금액은 커졌는데 수량은 줄고 있다. 1만 달러가 넘는 고가 시계들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스위스 시계 수출의 70%를 고가 시계가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고급 시계 시장은 당분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중저가 시계 시장이다. 최근 브랜드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새로운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스마트 워치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중간 가격대 시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906호 (20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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