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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올뉴 랭글러 & 기아차 스팅어 

도로 위 두 야성을 만나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밋밋한 주행은 가라! 최근 도심에서도 정통 SUV와 스포츠 세단의 주행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오프로드 대명사인 지프 랭글러는 온로드를 넘보고, 작지만 강한 스포츠 세단 스팅어는 최근 첨단 사양을 강화했다.

지난 4월 지프의 랭글러가 2도어(스포츠·루비콘), 4도어(스포츠·루비콘·오버랜드·루비콘 파워탑)로 총 6개 풀 라인업을 갖춰 완전체로 돌아왔다. 새 트림인 랭글러 2도어는 익스트림 경험을 강화했고, 랭글러 오버랜드는 도심 속 데일리 카 콘셉트를 지향했다. 원터치 전동식 소프트탑으로 간편하게 선루프를 오픈할 수 있는 랭글러 파워탑도 눈에 띈다. 지프 측은 “랭글러 개성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여 오프로드 마니아뿐 아니라 직장인, 워킹맘, 은퇴한 시니어까지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지프는 올해 수입차 고전 속에서 홀로 폭풍질주 중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프의 올해 1~4월 누적 판매량은 305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3% 증가했다. 4월에만 915대가 팔려 지난해 4월보다 88.3% 늘었다. 전체 수입차 시장은 1~4월 누적 판매량이 7만38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6% 줄었다.

지프의 성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 적중한 덕분이다. FCA코리아는 판매가 저조한 크라이슬러와 피아트의 국내 판매를 중단하고 지난 2월부터 지프 브랜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5위권 밖에 있던 지프는 최근 시장점유율을 5위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1만 대 판매 클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 뉴 랭글러의 판매 가격은 스포츠 2도어 4640만원, 루비콘 2도어 5540만원, 스포츠 4도어 4940만원, 루비콘 4도어 5840만원, 오버랜드 4도어 6140만원, 루비콘 파워탑 4도어 6190만원이다.

랭글러만큼이나 도심 주행에서 시선을 끄는 차량이 기아차의 스팅어다. 스팅어는 한 번 타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엄지를 치켜든다. 하지만 평가가 곧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기아차에 따르면 스팅어는 올해 월 300~400대 판매에 그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스팅어와 이미지·포지션이 겹치는 제네시스 G70이 출시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G70은 올 들어 월 1600대 수준의 판매를 보이고 있다.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두 차량은 크기, 연비, 가격까지 모든 면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지향점은 다르다. 스팅어가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고성능 자동차를 일컫는 ‘GT 콘셉트’에 주안점을 뒀다면, G70은 ‘럭셔리 스포츠 세단’으로 방향을 잡았다. 풍부한 편의장비 등을 갖춘 G70이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라인업에 포함돼 있어 브랜드나 이미지에서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기아차는 지난 5월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을 기본 적용하고 편의사양을 보강한 2020년형 스팅어를 출시하며 다시 출발선에 섰다. 전방충돌방지 시스템과 고속도로 주행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등 첨단 지능형 안전 기술인 ‘드라이브 와이즈’를 기본 탑재했다. 전 모델에 ‘윈드 쉴드 차음 글라스’를 탑재해 풍절음을 완전히 차단했고, 공기청정모드도 새롭게 적용했다. 가격은 3524만~4982만원이다. 기아차 측은 “프리미엄 퍼포먼스 세단에 걸맞은 주행감성과 강화된 안전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뉴 랭글러 루비콘 4도어 | 상남자가 장소(온·오프로드)를 따지랴


▎올뉴 랭글러 루비콘은 오프라인은 물론이고 온라인에도 최적화되도록 진화하고 있다.
5월 초 강원도 평창에 가기 위해 영동고속도로에 올린 시승 모델은 지프 올뉴 랭글러 루비콘 4도어다. 올뉴 랭글러 루비콘 4도어는 전장 4885㎜, 전폭 1895㎜, 전고 1850㎜, 축거 3010㎜에 공차중량이 2톤(2120㎏)을 넘는다. 랭글러 라인업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 모델이다.

첫인상은 강한 남성미가 물씬 느껴졌다. 7개 슬럿 그릴을 비롯해 원형 헤드램프, 돌출형 펜더와 힌지가 밖으로 드러난 도어, 랭글러 고유의 윈도 디자인 등이 개성을 충분히 드러냈다. 17인치 블랙 포켓 알로이 휠과 32인치 오프로드 타이어도 랭글러만의 압도적인 개성이다. 실내는 가죽 버켓시트와 가죽 노브, 가죽 파킹 브레이크, 가죽 I/P 베젤로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했다.

지프가 최근 출시하는 모델들은 오프로드에서 점점 온로드로 들어오는 추세다. 올뉴 랭글러 루비콘 역시 아스팔트 위에서도 막강한 힘을 자랑했다. 돌아오는 길에 국도를 택해 급경사와 급커브를 시험해보았는데 30도가 넘는 언덕길에서도 크게 요동치지 않고 힘 있게 주행했다. 옆 차선 차량들이 에어컨을 끈 채 창문을 열고 달리는 모습과 상반된다. 올뉴 루비콘은 4:1 록-트랙(Rock-Trac) HD, 풀타임 4×4 시스템과 트루-락(Tru-Lok) 전자식 프런트 리어 디퍼렌셜 잠금장치, 전자식 프런트 스웨이바 분리장치로 더욱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제공한다. 최대 출력은 272마력, 최대 토크가 40.8kg·m로 묵직함을 느낄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160㎞까지 밟아보았다. 110㎞가 넘어갈 때쯤 조금 저항이 있었지만 이내 탄력을 받고 내달리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코뿔소 등에 탄 느낌이다. 고속도로와 국도에서 250㎞ 남짓 달린 결과 연비는 7.1㎞/L. 공식연비인 8.2㎞/L에는 못 미쳤다.

랭글러 루비콘은 보닛(후드)이 보일 정도로 지상고가 높고 시야가 넓다. 도심의 교통체증 속에서도 답답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여성과 아이들은 탑승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올뉴 루비콘은 안전·편의사양도 대폭 강화했다. 제동보조시스템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풀-스피드 전방 추돌 경고 플러스 시스템, 서브우퍼를 포함한 9개의 알파인 프리미엄 스피커를 갖추었다. 주행 시 주변 소음을 줄여주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시스템을 탑재한 덕분인지 도심에서 한층 정숙해진 느낌이었다.

시승한 모델엔 전동식 소프트탑이 탑재되지 않았다. 올뉴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 4도어는 원터치 방식의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최고 시속 97㎞에서도 2열까지 완전 개폐가 가능하며, 손쉽게 탈부착 가능한 리어 윈도를 탑재했다. 일반 자동차의 선루프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완벽한 개방감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스팅어 3.3 터보 가솔린 2WD | 스포츠카인가, 고급 세단인가


▎스팅어는 퍼포먼스와 각종 첨단 편의사양 측면에서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한다.
강화도 내륙에 들어서자 마치 똬리를 틀고 앉은 뱀처럼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졌다. 이곳에서의 코너링은 스팅어 주행의 백미였다. 급격한 코너에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들어섰지만 차체 흔들림 없이 회전 구간을 탈출했다. 몸이 어느 정도 쏠렸지만 차체는 바닥에 착 달라붙어 있는 느낌을 준다.

다음 날 코스는 서울에서 수원으로 이어지는 서해안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속도를 높이자 밟는 대로 망설임 없이 쭉쭉 뻗어 나간다. 특히 직선도로에서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자 노면을 치고 나가는 성능이 인상적이다. 힘 좋은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있어 변속과정에서의 ‘꿀렁’거리는 느낌 없이 가속이 부드러웠다. 스팅어는 에코·컴포트·스포츠·스마트·커스텀 등 5개 주행모드로 이뤄져 있다.

4월 말 1박 2일간 강화도와 수원 일대를 돌며 시승한 스팅어 모델은 3.3 터보 가솔린 2WD 풀 옵션으로 최고출력 370마력에 최대토크 52kgf·m의 힘을 발휘하는 강력한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제로백은 4.9초로 현대차 G70이 나오기 전엔 국내 차 중 가장 빨랐다. 풀 옵션 차량의 가격은 5110만원이다.

장거리 고속운전에 최적화한 그란투리스모(GT) 차량인 스팅어는 넘치는 파워와 안정된 주행성능 덕분에 운전의 피로감이 훨씬 덜어지는 느낌이다. 특히 오르막길에서의 가속성은 감탄할 정도다. 스티어링휠은 묵직한 느낌을 주면서 고속 주행 시 조향 안정감을 더해줬다. 다만 시내나 국도에서 운전할 때는 과속방지턱을 주의해야 한다. 차체가 워낙 낮게 설계됐기 때문에 바닥을 긁힐 우려가 있다.

스팅어의 뜻은 ‘찌르는 것, 쏘는 것’으로, 한눈에도 스포츠카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갖추었다. 한마디로 ‘잘 달리게’ 생겼다. 전체적으로 낮고 넓은 차체에 볼륨감을 주었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은 낮고 좌우로 길게 뻗어 있어 안정적인 느낌이다. 측면은 스팅어의 우아한 곡선이 잘 드러나고 후면은 패스트백 루프라인으로 날렵함을 강조했다. 특히 후면부의 타원형 듀얼 트윈 머플러가 고성능 프리미엄 모델임을 알려준다. 차를 멈추는 곳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팅어의 안전·편의 장치는 수준급이다. 기아차 최초로 적용한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의 정차·재출발·자동감속 기능이 우수했다. 450㎞를 달린 결과 실제 연비는 8.9㎞/L로 나타났다. 공인복합연비는 8.4~8.8㎞/L다. 5월 초 출시된 2020년형 스팅어에는 ‘운전석 볼스터’가 장착됐다. 급회전 또는 곡선 구간 등에서 운전자의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도록 운전자의 몸을 지지하는 시트 쿠션이다. 다음 시승에 기대감이 높아진 이유다.

201906호 (20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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