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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전성시대의 투자 원칙 

 

벤처캐피털은 2014년까지 100여 개를 유지하다 지난 5년간 135개로 증가했다.

가히 벤처투자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유니콘 기업’의 산실로 불리는 액셀러레이터는 2017년 정부의 정식등록제 시행 2년 반 만에 200개를 넘었다. 벤처캐피털은 2014년까지 100여 개를 유지하다 지난 5년간 135개로 증가했다. 펀드 결성 금액도 2013년 1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모여들어, 20~30대 투자심사인력이 전체 인력 중 48.3%를 차지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벤처투자 시장에 몰려든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는 분야로 성장했다는 반증이다. 그렇지만 마냥 반가운 일은 아니다.

플라톤의 『파이드로스』에는 새로운 기술을 놓고 상반된 시각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신화가 나온다. 고대 이집트 왕 타무스가 발명의 신 테우스를 초대했다. 테우스는 자신이 발명한 문자에 대해 “왕이여, 문자는 이집트인들의 지혜와 기억을 늘려줄 것이오. 지혜와 기억을 위한 완벽한 보증수표를 발견한 것이지요”라고 자랑했다. 이를 듣고 있던 타무스 왕은 “테우스여, 기술 발명자는 그 기술이 장차 사회에 이익이 될지 해가 될지 판정할 수 없습니다”라고 응수했다. 타무스 왕의 말처럼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선한 영향만 주는 게 아니라는 사례를 역사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신화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 가지 입장이다. 발명의 신 테우스는 자신이 만든 문자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고 희망찬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반면 타무스 왕은 새로운 발명이 어떻게 될지 판정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투자자로서 귀를 기울여야 할 이야기는 타무스 왕이 주는 교훈이다. 타무스 왕의 이야기는 분명 문자가 준 사회적 혜택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발명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사용되고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옳다.

따라서 투자자는 근거 없는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 신기술이 사회에 끼칠 영향을 섣불리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기술이 가지고 올 혜택을 적절히 판단하려면 타무스 왕과 같은 보수적인 철학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이 갖는 강점은 인지하되 그 기술이 전적으로 사회에 이득이 되고 그 기술에 대한 투자가 무조건 성공하리라는 ‘확신’은 피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가지는 한계 혹은 그 기술이 가진 가치를 선입견 없이 보고 적절한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대할 때 흔들리지 않는 투자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공동대표

201908호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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