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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AI를 입다] 오종욱 웨이브릿지 대표 

데이터가 찾은 최적의 퀀트 투자 솔루션 

국내 최연소 채권펀드매니저로 이름을 알렸던 퀀트 전문가가 금융공학 AI 엔진 개발에 나섰다. 은행 등 기관을 대상으로 최적의 투자 솔루션을 찾아주는 서비스다.

▎오종욱 대표는 “글로벌 금융사의 투자 분석이 클라우드 기반의 솔루션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금융투자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변동성이다. 코로나19 팬데믹처럼 기존의 예상·예측 수준을 벗어난 이벤트야 어쩔 수 없다 해도, 관리 가능한 차원의 변동성을 어떻게 찾아내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투자 성과가 달라진다. 금리, 물가, 국제유가, 고용률, 환율 같은 전통적 매크로 지표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양적완화나 테이퍼링 같은 유례없는 요인까지 시장을 흔드는 변수가 차고 넘친다. 결국 손에 잡히지 않는 변동성을 얼마나 잘 컨트롤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최근 글로벌 금융사들의 리스크 관리와 투자 방식은 혁신에 가까운 변화를 맞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분석해 만들어낸 알고리즘이 인간의 능력으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고도화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면서다. 10년 전만 해도 매일 아침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펴낸 매크로 리포트가 투자 판단의 주요 근거였지만,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들은 애널리스트는 물론 펀드매니저나 채권 트레이더의 역할을 이제 전적으로 기계에 맡기고 있다.

이미 지난 2015년, 로이드 블랭크파인 전 골드만삭스 회장은 “우리는 IT 기업”이라고 선언했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도 2016년에 IT 분야에만 9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P글로벌은 2018년 AI 금융정보 분석업체 켄쇼(Kensho)를 6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내 전체 주식 거래의 80%, 외환거래의 70%가 알고리즘 매매로 이뤄지는 상황이다.

AI 등 기술 기반 투자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테크에 강점을 지닌 소규모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도 기회를 맞았다. 특히 은행과 증권사 등 기존 금융업 공룡들이 금융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둘 사이의 협업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에는 이미 유니콘으로 성장한 핀테크 기업이 수두룩하다. 국내 은행들도 경쟁적으로 금융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액셀러레이터)을 운영하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나서고 있다.

오종욱 대표가 이끄는 웨이브릿지는 2018년 1월 1일 창업한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금융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퀀트 투자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 리서치 및 시뮬레이션, 가격 결정과 리스크 관리, 시장 모니터링과 거래 수행, 주문 관리와 리포트 등 금융투자에 관한 대부분의 서비스를 자체 개발한 AI 엔진인 ‘알프레드 프로’로 수행한다. 이제 창업 4년 차지만 주요 시중은행으로부터 바젤Ⅲ 시장리스크(FRTB)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탄탄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창업 CEO인 오 대표는 국내 증권사에서 퀀트 운용 전문가로 활약한 금융공학 전문가다.


핀테크 창업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콰라소프트를 창업해 펀드레이징과 엑시트까지 경험했다. 굳이 말하자면 우리나라 핀테크 스타트업 1세대다. 핀테크라는 말조차 생소한 시절이었다. 금융을 IT로 풀어낸다는 의미일 텐데, 지금 생각하면 로보어드바이저가 맞다. 2015년에 핀테크라는 말이 회자됐고, 2016년 구글 알파고가 등장하면서 로보어드바이저도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뱅크샐러드는 가계부, 토스는 송금이라는 영역을 선점했는데, 자산운용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자본시장법 테두리가 너무 견고했고, 규제산업이라는 금융업의 특성에 공인인증서까지 넘어야 할 허들이 많았다.

창업 전엔 퀀트와 금융공학 전문가로 일했다.

카이스트 산업공학과 02학번으로, 2006년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일했다. 당시는 금융위기 전으로, 채권운용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사실 그전까지는 금융공학은 물론이고 채권도 잘 몰랐다. 미국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금융공학 붐이 일었고, 한국도 2000년대 초중반 무렵부터 운용사와 증권사에서 수학과 출신을 많이 뽑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상품들이 ELS, DLS 같은 것들이다. 내 임무도 연기금 등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채권과 금융공학펀드를 개발·운용하는 일이었다. 2009년엔 ‘국내 최연소 채권펀드매니저’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삼성증권에선 퀀트로 보직이 바뀌었다. 금융공학과 전공인 산업공학은 전혀 다른 분야인데.

2012년에 삼성증권으로 이직해 퀀트운용팀에서 일했다. 수학적 방법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계량적으로 투자하는 게 퀀트의 핵심이다. 당시 배당주 펀드가 유행했는데, 금융시장의 지표들을 모아서 배당수익률이 높거나 변동성이 낮고 시총이 높은 요인 등을 분석하고 이에 맞춘 펀드를 운용하는 식이다. 산업공학은 공대와 경영대를 합쳐놓은 개념이다. 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가 핵심이라 졸업할 무렵엔 SI(시스템 통합) 기업에 취업한 친구가 많았다. 당시 카이스트에는 금융공학 전공도 없었다. 나처럼 오지랖 넓고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친구들이 컨설팅 업체나 금융사로 빠지곤 했다. 개인적으론 거대 자본이 돌고 도는 금융시장이 재미있어 보였다.

웨이브릿지가 창업 동기가 궁금하다.

2017년 중반 즈음부터 더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이 강해졌다. 당시 블록체인 관련 리서치나 해외 핀테크 기업들의 제안서를 많이 봤는데, 머리가 띵해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서로 칼만 안 들었을 뿐이지, 전통 금융시장과의 패권전쟁이 시작됐다는 느낌이었다. 알고리즘과 프로토콜로 중앙집권적인 기존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는 새로운 금융 철학이 등장한 것이다. 2018년 두 번째 창업에 나선 배경이다.

웨이브릿지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금융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퀀트 투자 솔루션이다. 금융업계에서 B2B 비즈니스로 잘 알려진 블룸버그 단말기나 코스콤 체크단말기 등은 모두 일방적인 정보 전달 솔루션 서비스다. 웨이브릿지 역시 일종의 구독 서비스인데, 외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분석해서 파생상품 가격 등을 측정하는 터미널로 보면 된다. 궁극적으로는 최상의 방법론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투자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제공하는 게 우리 서비스의 본질이다. 결국 거래와 투자의 완전한 자동화다.

비슷한 서비스가 이미 국내외에 있지 않나.

기관투자자에게 우리와 비슷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는 이미 많다. 하지만 대부분 미국과 유럽 회사들이다. 전문 기관이 인정할 정도로 분석 솔루션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제공하는 전 세계 100위권 기업 중 한국 회사는 한 곳도 없다. 원천기술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포지티브 방식인 국내 규제의 영향도 크다. 특히 금융은 기본적으로 투자자 보호 개념이 강하고, 레버리지 남용도 지양해야 한다. 금융사가 국제결제은행(BIS)의 바젤Ⅲ를 도입하고, 국제회계기준(IFRS)을 준수해야 하는 이유다. 이에 대응하는 솔루션을 기관에 납품하는 게 우리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다. 지금은 대부분 외국계 솔루션을 써야 해서 비용도 많이 들고 고객 맞춤 분석, 즉 커스터마이징도 어렵다. 웨이브릿지는 국내 최고의 금융공학, IT,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모인 그룹이라고 자부한다. 자체 솔루션으로 라이선스를 만들고 해외 수출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퀀트나 자동투자가 어제오늘 나온 개념은 아니다. 지금까지 왜 안 됐나.

다들 한다지만 실제로는 ‘다들 안 하거나 못 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많은 증권사와 운용사가 데이터분석에 여전히 엑셀 프로그램을 돌린다. 일단 클라우드 서비스가 접근하기 너무 어려운 비즈니스다. 정보보호를 감안하면 이해된다. 금융사가 고도화된 솔루션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구축하기도 어렵고, 외국산 솔루션은 너무 비싸다. 그러는 사이 IT 기술이 금융사 비즈니스의 근간이 돼버리는 상황이 찾아왔다. 금융사 내부에도 잘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굳이 나서서 모험을 하지는 않는다. 반면 우리 같은 스타트업은 기술 경쟁력은 강하지만 영업력이 약하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열린 셈이다.

웨이브릿지의 솔루션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나.

특정 변수를 기술적 방법으로 분석해 최적의 투자 솔루션을 찾는 게 핵심이다. 자체 개발한 분석 엔진인 알프레드 프로의 역할이다. 비슷한 예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만든 ‘알라딘’이라는 솔루션이 있는데, 전 세계 수많은 금융사와 기관투자자가 채권 운용에 활용한다. 특히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러한 투자 분석 솔루션을 클라우드 기반의 관리형 소프트웨어(SaaS)로 대체하고 있다. 현재 웨이브릿지도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에 바젤Ⅲ 이슈 같은 시장리스크 분석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금융사는 보유한 자산을 어떻게든 굴려서 수익을 내야 한다. 가령 수백조원을 들고 채권과 주식, 파생상품(구조화상품)에 투자할 때 시장의 현재 공정가치가 얼마인지를 금융공학적 알고리즘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금융데이터를 분석하고 금융공학적으로 풀어내는 일을 잘하는 인재들이 모인 곳이 바로 웨이브릿지라고 자부한다. 시장의 니즈를 반영하고 트렌드를 이끌어갈 기술 고도화도 꾸준히 풀어가야 할 과제다.

이태용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을 영입한 것도 기술 고도화의 일환인가.

이 전 사장은 전 세계 최초로 레버리지 ETF를 설계한 이 분야 최고의 권위자다. 요즘 자산운용사의 투자 화두가 ETF다. 이 전 사장을 고문으로 모셔 가상자산 기반 투자상품의 글로벌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투자 열기가 대단한 디지털 자산도 결국 금융시장으로 넘어올 거라 생각한다. 캐나다에선 이미 디지털 자산 ETF가 상장됐다. 웨이브릿지의 비즈니스를 해외로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을 주실 거라 기대한다. 이 밖에 공동창업자인 이지훈 CPO와 조태흠 CIO, 김재홍 퀀트헤드 등이 모두 수학·통계학 전공자이자 퀀트 전문가들이다. 송상민 CTO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스타트업과 블록체인 업계에서 실력자로 통한다. 강력한 맨파워가 우리가 가진 최고의 힘이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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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호 (202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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