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국내 5개사의 디지털 전환 성공 스토리] (1) 연세대학교 의료원 

“의료계 디지털 전환은 국가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업”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국내 대형 병원은 거대 조직인 동시에 각종 관련 규제가 많아 변화에 가장 보수적인 집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선두 병원을 중심으로 디지털 기술을 적극 수용하고 이에 걸맞은 조직 정비를 과감히 단행하고 있다. 효율성, 민첩성을 확보함으로써 의료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고 한정적 자원의 배분을 최적화하겠다는 목표다. 스마트 병원으로 변모하기 위해 연세대학교 의료원(이하 연세의료원)이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 스토리를 윤동섭 연세의료원 원장에게 들었다.

▎윤동섭 연세의료원 원장은 클라우드 기반 통합 의료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연구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5월 17일 신촌 연세의료원 종합관 6층 회의실 화면에는 의료자원 종합상황 대시보드가 띄워졌다. 세브란스병원 지표 분석 포털(SHIAP, Severance Hospital Indicator Analytics Portal)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간단한 그래픽으로 수술실 현황을 볼 수 있으며, 어떤 환자가 의료진 누구에게 어떤 수술을 받고 있는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환자 특성에 따라 분류돼 있고 수술시간이 연장되거나 지연되는 경우 그 이유도 파악할 수 있다.

윤동섭 연세의료원 원장은 “병원의 한정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현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시각화함으로써 민첩성과 용이성을 확보했다”며 “우선 응급 상황이 많은 분야에 특화한 시스템으로 향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연세의료원은 병원에서 매일매일 생성되는 다양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심혈관계 수술실 대시보드와 마찬가지로 외래진료 요일별 분포, 의사별·진료별 검사 분포뿐만 아니라 간호사 이직률까지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며 병원 자원을 효율화하고 있다. 동시에 디지털 전환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행정적, 공간적으로 분리돼 있던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기존 의료정보실 산하에 있던 빅데이터실이 지난 3월 독립했어요. 기존 의료정보실이 병원행정, 전자의료기록, 환자 및 의료진에 대한 모든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역할이라면, 빅데이터실은 실시간으로 누적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연구하는 조직이라 할 수 있죠.”

새로운 개념의 의료데이터 플랫폼 구축


연세의료원 내 여러 연구팀은 지난해 새롭게 도입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클라우드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한다. 지난해 정부의 데이터 중심 스마트병원 사업에 참여하면서 빠르게 클라우드를 도입했고 연구용 클라우드를 구축했을 때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파악하며 시범 운영하고 있다. 연세의료원에 따르면 현재 20여 개 내부 연구팀이 각각의 연구 목적에 따라 클라우드에서 관련 데이터에 접속하고 분석을 진행한다. 의료 데이터의 민감성 및 보안 때문에 클라우드 및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료 연구진의 요청에 한계가 있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연구 환경을 구축했다. 특화DB 및 예상활용 시나리오 연구에는 애저 AI 플랫폼 서비스를 연구에 맞게 선택적으로 활용한다. 반면 민감한 의료 데이터에 대한 연구는 우선 자체 클라우드 자원을 이용하며,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연구는 퍼블릭 클라우드를 활용한다.

“병원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은 처음 시도하는 것이고 벤치마킹할 곳이 많지 않아 쉽지 않아요. 해외 사례는 각국의 의료 시스템이 너무 달라서 참고하기 어렵죠. 또 의료 관련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요. 최근 개정을 통해 완화되기는 했지만 우리가 시행하려는 사업이 세부적으로 법적·사회적 문제가 없는지 의료계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불어 기업과 달리 병원은 톱다운 의사결정 체계가 아니고 독립적인 연구자의 수요를 모두 포용해야 한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습니다.”

연세의료원의 디지털 전환 목표는 2022년까지 의료 데이터 중심 병원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및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3개 년 로드맵’을 설계했다. 지난해 1차 연도 로드맵에 따라 데이터 통합과 안전한 활용을 위한 필수 인프라를 확보했다. 올해 2차 연도에는 데이터 공유와 분석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내년 3차 연도부터는 데이터 플랫폼의 외부 서비스 체계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연세-아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1000만 명의 의료 데이터를 통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개방형 스마트 오피스 형태의 ‘디지털헬스센터’를 서울 신촌 부지에 건축하고 있다. 올해 연말 준공 예정인 이곳에서 헬스케어 관련 아이디어를 가진 연구자들이 연세의료원의 의료 데이터를 가상 클라우드형으로 자유롭게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윤 원장은 “원내 주요 과제가 클라우드 활용 사업이며, 이는 정부의 데이터 중심 병원 시나리오와 부합한다”며 “디지털 헬스센터에서는 내부 연구뿐 아니라 외부 기관과의 공동연구를 위원회의 승인하에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진행하는 디지털 전환은 우리나라 의료계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장으로서 어느 수준까지 사업을 진행할지를 요약하면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환자의 편의성, 진료의 수월성을 제고할 것입니다. 환자가 병원에 오기 전에 앱에서 문진표를 작성하는 등 수많은 검사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통합할수록 의료진, 환자 모두에게 체계적이고 정밀한 의료서비스가 가능해집니다. 둘째, 전자의료기록, 연구자료 등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통합해 클라우드 기반 분석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1단계 구축이 현재 잘 이행됐고 다양한 분석을 통해 솔루션을 개발하는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들이 궁극적으로 산업화로 이어지는 큰 흐름입니다.”

디지털 솔루션의 가시적 성과 속속

연세의료원은 지난 수년간 디지털 경험을 축적해왔다. 특히 지난 2020년 3월 개원한 용인세브란스병원은 SK텔레콤과 협업해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5G 통신망을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통합반응상황실(IRS: Integration Response Space), 실시간 위치추적 시스템(RTLS: Real-Time Location System) 등 디지털 솔루션을 운용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접촉자의 동선 추적 솔루션과 5G 방역로봇을 통해 코로나19 시대에 빛을 발하고 있다.

한편 연세의료원은 암환자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진단부터 치료, 생존까지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환자의 정보를 연대기에 따라 시계열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며 암 영상 자료의 3D 시각화, AI 기반 생존 분석, 텍스트 마이닝 기술을 이용한 개별 맞춤형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더불어 유전체 정보 분석 전문 기업 지니너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차세대 유전체 분석 기술을 고도화하고 자체 개발하고 있는 신약 임상연구의 매칭 플랫폼과 연계한다. 정밀의료 플랫폼이 암환자 진료에 활용되면 진료 및 치료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치료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암 기초연구와 신약 개발, 글로벌 임상 연구에 활용될 예정이다.

“디지털 기술이 확보돼 있고 마음은 앞서지만 대정부 관계, 관련 제도, 대외 협업, 실용화, 산업화 등 스마트병원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는 갈 길은 아직 멉니다. 또 막대한 예산도 투입해야 하고요. 국내 의료기관은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공성이 강하므로 큰 범위에서 고려돼야 합니다.”

윤 원장은 최근 원격진료 허용 여부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의료정책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도 겸하고 있는 그는 다시 한번 “큰 틀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 처방의 경험으로 원격진료 도입이 거론되는 것은 다소 성급한 판단일 수 있습니다. 만성질환자, 지방 거주 환자, 거동이 불편한 환자, 해외 환자 등에 대해 어떻게 해법을 찾을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원격진료가 잘 접목되면 환자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병원도 공간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국가적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어요. 즉, 좁은 범위의 원격진료 구상이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료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돼야 합니다.”

윤 원장은 의과대학에서 수련하던 때부터 ‘공공이익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를 반복적으로 교육받아왔다고 말한다. 그는 공익을 위해 환자의 불편을 더욱 줄이고 선진 의료를 실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한다. 병원이라는 거대한 코끼리를 민첩하게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를 바로 여기서 찾는다.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국내에서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게 원장으로서 제 생각입니다. 우리 병원의 이익보다는 세계적으로 앞선 치료를 우리 병원에서 받을 수 있도록 구현하려는 것이 우리가 디지털 전환에 나선 이유입니다. 즉, 의료계의 ‘더 퍼스트, 더 베스트(The First, The Best)’를 실현하려는 노력입니다.”

※ 윤동섭 원장은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동 대학 의학 석사. 고려대 의학 박사. 강남세브란스병원 병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교수(현),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현), 대한암학회 이사(현), 대한병원협회 부회장(현), 대한외과학회 부회장(현)

/images/sph164x220.jpg
202106호 (2021.05.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