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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AI를 입다] 김영빈 파운트 대표 

누구나 누려야만 할 경제적 자유 

인류적 빈곤에 고민하던 청년이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 서비스를 내놓았다. 세계 최악의 노후빈곤율이라는 현실적 숙제를 풀기 위해서다.

▎김영빈 대표는 “적립식 장기투자의 경우, 마이너스 수익을 볼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자신한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이제 막 시장에 떠오른 화두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10여 년 전부터 금융투자사들을 중심으로 붐이 일기 시작했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로 운용된 펀드의 투자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아직은 숙련된 펀드매니저, 즉 사람의 경험이나 직관에 의한 투자 방식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 들어 빅데이터와 AI 같은 기술 발전은 투자자 보호라는 금융업의 숙명까지 바꿔놓았다. 국내에서도 2019년 이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자산운용사 등의 펀드와 일임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것을 금융당국이 허용하면서다.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머신러닝으로 무장한 테크 기반 금융투자 기업들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게 된 배경이다.

지난 2015년 설립된 파운트(fount)는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은행,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AI 알고리즘 솔루션을 제공해오다가 2018년 6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며 개미들의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창립자이자 CEO인 김영빈 대표는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프라이빗캥킹(PB) 서비스를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전문적인 자산관리를 수수료가 낮은 AI가 함으로써 누구나 평생소득이 평생소비를 앞서는 ‘경제적 자유’를 누리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파병부터 바이크 세계일주, 짐 로저스와의 만남, 창업에 이르기까지 특이한 이력이 눈에 띈다.

서울대 경제학부 재학 중 2003년에 입대했다. 어릴 때부터 빈곤, 특히 상대적 빈곤에 관심이 많았다. 아프가니스탄 근무를 자원한 것도 이런 관심의 연장이었다. 공병단 소속 통역병이었는데, 완전히 폐허가 된 부대 밖으로 나가면 아이들이 물을 달라고 쫓아다녔다. 지뢰와 폭탄으로 팔다리가 없거나 한쪽 눈을 잃은 아이들은 전쟁의 처참함과 굶주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제대 직후엔 친구 몇 명과 바이크로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짐 로저스의 『인베스트먼트 바이커』와 『체 게바라 평전』을 좋아했고 영향도 많이 받았다. 뉴욕에서 독도 알리기 활동으로 사물놀이 공연을 하던 중 로저스의 친구를 우연히, 정말 우연히 만났다. “내 친구도 바이크를 타고 세계를 돌았다”며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 연결을 해주더라. 그게 로저스였다. 통화 후 즉석에서 저녁 약속을 해 밥까지 사주셨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고문 요청을 했지만 처음엔 거절하셨다. 자신은 알고리즘 투자를 믿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결코 척척박사는 아니다. 개인의 리스크 테이킹을 위한 자산관리 서비스가 목표”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화답해주셨고, 소규모지만 에인절 투자자도 돼줬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빈곤을 해결할 수도 있다는 건가.

로스쿨을 졸업한 뒤에는 보스턴컨설팅컴퍼니(BCG)에 입사해 컨설턴트 생활을 했다. 2014년 무렵 로보어드바이저 사업을 처음 접했는데, 비로소 인생을 걸 만큼 의미 있는 비즈니스를 찾았다는 판단이 섰다. 한국의 현실을 보며 관련 시장과 비즈니스를 꼭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요즘 우리나라는 정말 극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고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반면 한국의 노후 대비는 2가지 길뿐이다. 연금과 자식(의 봉양)이다. 그러니 교육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한다. 실제로 자식이 있으면 국가의 지원도 줄어든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마저 갑자기 붕괴되고 있다. 봉양할 자식이 줄거나 아예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투자 패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제로금리 시대에 은행 저축을 하고, 연금자산도 안정적인 채권에만 묶어둔다.

금융투자는 수익률이 최고의 가치 아닌가. 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우리에겐 시간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파운트는 고객에게 평균 7.2% 수익률을 제안한다. 단기간엔 마이너스 수익이 날 수도 있겠지만, 복리투자를 감안한 장기투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30세에 1억원을 맡겨 90세에 찾으면 32억원이 될 수 있다. 복리를 활용한 장기투자의 무서운 수익률이다. 요즘 부동산 이슈가 뜨거운데,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6.8% 정도다. 20억원대 강남 아파트를 사서 30년 뒤에 160억원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2~3배 되면 잘 산 거다. 반면 펀드 투자 수익률이 7.2%이라고 하면 외면하는 이가 많다. 금융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투자 습관을 만드는 데 로보어드바이저만큼 좋은 건 없다. 주식과 펀드는 장기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무조건 수익을 낼 수 있다. 사람들에게 장기 투자하라고 말로만 할 게 아니라, 그들에게 가능한 포트폴리오를 짜줘야 한다.

수학과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 퀀트, 즉 알고리즘 투자는 과거에도 있지 않았나.


컴퓨팅, 즉 기계를 이용한 투자는 과거에도 있었다. 시스템 트레이딩이 대표적이다. 수학과 통계 기반의 퀀트 투자를 잘하는 곳도 많다. 퀀트의 대명사 격인 미국 르네상스테크놀로지는 CEO 연봉이 조 단위다. 하지만 이런 투자와 서비스는 주로 초고액 자산가나 기관의 전유물이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기술혁신으로 개미들에게도 PB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투자 호흡이 길고 수익률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 연기금 운용방식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수백조를 맡긴 덩치 큰 클라이언트의 자산 한두 개 운용은 가능하지만, 수만 명에 달하는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운용은 불가능했다. 이걸 AI가 풀어낸 거다. AI가 투자 기간과 목적에 따라 개인별로 최적화하고 이에 맞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대량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진 덕이다.

전통적 금융사들보다 핀테크 기업들이 로보어드바이저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금융사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파운트도 알고리즘 고도화에만 5년 넘게 쏟아부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거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짧으면 반 년, 길어야 1년 안에 성과를 내 평가하려 한다. 초기에 로보어드바이저와 핀테크를 담당했던 임원들이 지금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이유다. AI는 변동성과 투자 리스크를 제어하기 위한 고도의 툴이지, 이를 이용해 단기간에 특출 난 성과를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카니발리제이션 같은 이슈도 무시할 수 없다. AI가 내 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염려다. 미국도 초기엔 전통 금융사들이 AI를 외면했고,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에 기회가 주어졌다. 지금 이들이 수십조원을 운용하는 기업들로 성장했다.

출발은 기관투자자 대상 비즈니스였다.

우리는 기술 기반이기 때문에 B2B에 집중했다. 스타트업은 자본이 한정돼 있어 대중을 상대로 한 마케팅과 브랜딩보다는 기술 중심으로 성장해야 훨씬 단단한 뿌리를 내릴 거라 생각했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극단적 충격이 오면 투자 패턴이 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기술은 그렇지 않다. 성장 속도는 시장보다 느리더라도 더 단단하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은행은 파운트의 로고 디자인이 예쁜지에는 관심이 없다. 기술력 테스트는 잠깐이면 충분하다. B2B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면 고객 데이터도 그만큼 대량으로 얻을 수 있다. 마케팅적인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더라도 데이터를 통해 기술과 회사의 성장이 가능한 구조라 생각했다.

2018년, 앱을 출시하며 B2C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기관을 대상으로 쌓은 기술력으로 이제는 B2C에 힘을 싣고 있다. 고객이 전통적인 금융기관의 문턱을 넘지 않더라도, 마치 농산물 직배송처럼 수수료를 줄이는 식이다. 파운트의 지향점은 단기 수익률이 아니다. 장기투자와 위험관리에 집중한다. 국내 로버어드바이저 기업이 20곳이 넘지만, 소위 주식 찍기 수준에 그치는 곳이 많다. 우리는 이미 창업 이후 기관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에서 기술력을 검증받았다. 전 세계 실업률, 금리, 물동량 같은 각종 매크로 지표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경기 분석이 우리의 강점이다. 자체 개발한 AI 분석 엔진 ‘블루웨일’을 활용해 데이터분석, 이를 통한 투명한 운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급격한 변동 이후 시장이 어떻게 반응했고 조정됐는지 이해하는 시나리오 분석 모델에 강하다. 현재 파운트는 로보어드바이저 전문기업 중 금융기관 운용 실적과 솔루션 납품 실적이 압도적인 1위다. 그만큼 충분히 검증받았고, 실제 데이터도 많이 확보했다는 뜻이다.

앱 출시 후 4년째다. 사업 성과는 어떤가.

올 3월 말 기준 누적회원 수 22만 명, 누적자문 및 일임 계약 건수 13만7000건을 기록했다. 관리자산 규모는 8600억원 이상으로 업계 1위다. 여기에는 물론 기관 자산도 포함돼 있다. 사실 개인 대상 자산관리 서비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시장의 반응이 거의 없었다. 좋은 기술을 시장이 알아볼 거라 생각했지만 완전한 오판이었다. 공대생 마인드였던 거다. 마케팅과 광고·홍보를 시작한 후에야 비로소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1월 한 달 동안에만 그전 1년보다 10배나 많은 고객을 맞으며 급성장 중이다.

파운트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인가.

편리함과 신뢰가 키워드인 것 같다. 초기 투자 금액이 크지 않다 보니 믿을 수 없으면 자금이 금방 이탈하기 쉽다. 브랜드에 공감하고 이해하지 못한 고객도 쉽게 이탈한다. 그래서 서비스 개편에 공을 많이 들였다. 앱 진입부터 이해하기 쉽게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다행히 성과가 나오는 중이다.

고객에게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장기투자를 이해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맞다.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장기투자, 즉 적립식으로 적금 붓듯이 하면 확실히 성공한다는 인식을 주는 게 중요하다. ‘몇 개월 동안 마이너스였다’, ‘수익률이 고작 3%다’라고 말하는 고객은 사실 우리 입장에선 난처하다. 파운트의 고객은 수십% 고수익보다는 은행 예적금 금리를 아쉬워하는 분이 적합하다. 한마디로 노후를 대비하고,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우리의 타깃이다. 은행에 돈을 묶어둔 고객에겐 정말 추천하고 싶다. 최소 3년 이상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면 파운트가 최고의 대안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1년 이상 투자한 고객 중 단 한 명도 손실을 본 경우가 없다. 3년 이상이면 손실 가능성이 거의 제로(0)에 수렴할 거라 본다.

고객의 일임자산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3억원대가 가장 크다. 주요 고객층은 30대인데, 우리 타깃과 일치한다. 직장생활 4~5년 차에 제대로 된 금융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분들이다. 나 역시 비슷한 연령에 억대 연봉을 받았지만, 금융사에선 상대도 해주지 않더라. 30대에 제대로 된 PB 서비스를 받으려면 웬만한 금수저 아니고선 어렵다. 평범한 근로소득자가 우리의 절실한 목표다. 커피값만 꾸준히 모아도 노후를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여윳돈이 생기면 소액이라도 무심코 투자하는 패턴이 돼야 한다. 코로나19도 장기적으로 보면 단기 이벤트일 뿐이다. 마음 편한 투자, ‘인베스트 앤드 릴렉스(Invest & Relax)’가 파운트의 핵심 모토다. 늘 투자만 하려면 불안한 사람이라면 은행 예적금처럼 파운트 서비스에 투자를 맡기고 그 시간 동안 본업에 집중하길 권한다. 흥국생명과는 아예 납입원금의 110%를 보장하는 연금저축 상품을 내놨다. 원금보장 투자는 불법이기 때문에 보험 영역에서 풀어낸 경우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보험사가 나설 만큼 업계에서 파운트의 기술력이 입증된 예라 할 수 있다. 결국 위험분산을 통한 꾸준한 투자가 정답이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이원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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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호 (202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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