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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과 정반대의 길을 간 엣시의 성공 

 

히피들의 벼룩시장이었던 엣시는 조시 실버맨이 CEO로 취임하면서 500만 명에 이르는 수공예 장인과 첨단기술을 적극 활용해 특유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 미국 증권가의 영웅으로 부상하는 데 성공했다.
2020년 4월 2일, 팬데믹 초기에 시장이 혼란에 빠졌을 때 엣시(Etsy) CEO인 조시 실버맨(Josh Silverman, 52)은 잠에서 깨자마자 놀라운 매출을 확인했다. 데이터에 집착하는 걸로 유명한 실버맨은 맞춤형 디자인 베개, 수제 인형, 빅토리아 시대 빈티지 목걸이 로켓 등 세상에 단 하나뿐인 수공예 제품 수백만 개가 온라인 쇼핑몰 엣시에서 얼마나 판매되고 있는지 매출 데이터를 4시간마다 보고 받는다. 코로나 사태가 닥친 후 그는 판매 부진에 대비하기 위해 서둘러 마케팅 예산 감축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방금 들어온 보고서를 보니 엣시의 매출은 오히려 급증해 있었다.

원인은 바로 마스크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전 국민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응급 의료요원들을 위한 마스크도 찾기 힘들 정도로 재고가 바닥난 상황에서 민간인들은 팬데믹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아마추어 판매자들이 취미로 제작한 물건을 판매하는 엣시로 몰려들었다. “그때만 해도 엣시에서 ‘마스크’를 검색하면 할로윈 의상이나 마스크팩이 나왔습니다.” 모던한 디자인의 수제 윙백 체어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실버맨이 말했다. 인터뷰는 브루클린에 있는 엣시 본사에서 진행됐다. 여전히 재택근무가 시행되고 있어서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우리는 마스크 생산을 얼마나 늘릴지 결정하기 위해 긴급 회의에 돌입했습니다.”

경영팀의 의견은 둘로 갈렸다. 지금 같은 수요 급증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있는가 하면, 가내 수공업 제작자 300만 명으로 구성된 엣시 판매자 군단의 유연한 힘을 보여줄 기회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다. “‘됭케르크 작전’이나 다름없었죠. 가내 수공업을 동원해 구조에 나서자고 결정했습니다.” 실버맨이 말했다. “전 세계 공급망 가동이 중단되어 마스크 재고가 여기저기서 동이 났지만, 엣시의 공급망은 판매자들의 두 손으로 조절할 수 있었으니까요.”

코로나19가 안겨다 준 기회

엣시는 판매자들에게 마스크 재료와 디자인 정보를 이메일로 보내 마스크 제작을 독려했다. 회사 프로그래머들은 PPE(마스크 등 개인보호용품) 판매가 용이하도록 웹사이트 구조를 바꾸었다. 마케팅팀에서는 인터넷과 SNS에 광고를 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1만 명에 달하는 독립 수공예품 판매자가 엣시에서 마스크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마스크 판매자 수는 2주 만에 10만 명으로 늘어났다. 2020년 말까지 엣시는 7억4000만 달러어치의 마스크를 판매했다. 이는 엣시 총매출(엣시 웹사이트에서 판매되는 물건의 총판매액; 엣시는 판매가 이루어질 때마다 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가져감) 103억 달러 중 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엣시의 사업구조는 팬데믹으로 달라진 환경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판매자들은 가구와 예술품, 장난감을 제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 고객들은 수공예 제품을 구매하려는 욕구가 높아진 것이다. 엣시의 연 매출은 111% 증가해 17억 달러를 기록했고, 순수익은 264% 증가했다.

“집이 느닷없이 사무실, 놀이터, 어린이집의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고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 존 콜란투오니가 말했다. “그러다 보니 개성 넘치는 수공예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겁니다.”

2020년 3월 코로나 위기로 주가가 폭락한 이후 형성된 바닥권에서 엣시 주가는 600% 반등했다. 나스닥 평균 상승폭(115%)이나 이베이(175%), 월마트(35%), 아마존(100%)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이다. 창업 후 16년이 지난 엣시의 기업가치는 300억 달러에 근접하는 중이다. 엣시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구매자와 판매자 수는 각각 9000만 명과 500만 명으로 2배씩 증가했다. 2021년 2분기 들어 오프라인 경제가 재개되면서 엣시의 성장세는 다른 온라인쇼핑몰과 마찬가지로 둔화됐지만, 애널리스트들은 2021년 엣시 매출이 30%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한다.

대량생산 제품을 최대한 저렴하고 빠르게 공급하는 싸움을 아마존과 월마트, 타깃에 넘긴 엣시는 다채로운 스타일의 수공예 장인(대부분 여성) 커뮤니티를 무기로 내세운다. 생산 방식은 다르지만, 마케팅과 판매를 위해서는 다른 거대 쇼핑몰과 똑같은 첨단 AI와 데이터 분석, 마케팅 툴을 활용한다. 유례없는 정리해고와 봉쇄, 혼란이 발생했던 코로나 시대에 부수입 벌이에 나선 ‘N잡러’ 수백만 명에게 소중한 수입을 안겨준 엣시는 포브스 100대 사회적책임 기업(Just 100) 순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엣시의 미션은 ’사람 냄새 나는 상거래’입니다.” 실버맨이 말했다.

엣시는 시작부터 특이했다.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채널이라니, 부자들을 위한 컨트리클럽에 들어온 시골 아이처럼 어색해 보이는 조합이었다.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던 수공예 장인 롭 칼린(Rob Kalin)이 창업한 엣시는 수많은 CEO를 거친 끝에 2015년 엄격한 환경 기준과 사회적책임에 부응하는 ‘B기업 인증(Certified B corporation)’을 받았다. 증권가는 이들의 ‘선한 기업’ 임무와 적자 경영을 좋게 보지 않았다. 2016년에 엣시의 순손실액은 45%나 증가해 5400만 달러를 기록 중이었다. 2017년에는 블랙-앤드-화이트 캐피털과 TPG, 드래고니어(Dragoneer)가 엣시를 강제로 인수하고자 주식 대량 매집에 나설 정도였다. 그러나 엣시는 끝까지 저항했고, 이사회는 기업 미션에 충실하고자 하는 직원들과 수익에 집착하는 투자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줄 CEO를 찾아 헤맸고, 2016년 이사회에 합류했던 실버맨이 적임자로 낙점됐다.

미시간주 앤아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실버맨은 1991년 브라운대학에서 공공정책학으로 학사학위를 받고 진보 계열의 뉴저지 상원의원 빌 브래들리 밑에서 일하다가 스탠퍼드대학에서 MBA를 취득했다. 1998년 온라인 초대장과 전자카드를 보내주는 이바이트(Evite)를 공동 창업한 실버맨은 이후 이베이로 자리를 옮겨 5년간 해외 웹사이트를 총괄했다. 2008년에는 경영 위기에 처한 스카이프로 건너가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신용카드 사업을 총괄했다.

엣시의 과제

엣시의 총매출 신장을 목표로 삼은 실버맨은 미친 듯이 목표에 집중하며 직원들을 빠르게 해고하고 대부분의 해외시장에서 철수하는 한편, 총매출이 1000만 달러를 넘지 못하는 프로젝트들을 정리했다. 엣시 전체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150명이 18개월을 꼬박 투자해 구축했던 수공예품 판매 웹사이트 엣시 스튜디오(Etsy Studios)도 그의 단호한 결정에서 예외가 되지 못했다. “힘든 결정이었습니다. 명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고통을 느꼈어요.” 실버맨이 말했다. “우리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믿어줄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하고, 회의와 의심이 든다면 떠나는 게 좋겠다고 직원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는 엣시의 검색 툴을 개선하는 한편, 클라우드 서버를 외주로 돌리고 고객 서비스에 투자했다. 2019년이 되자 엣시의 시가총액은 300% 증가하여 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실버맨이 CEO로 취임한 이후 수요가 엣시 주식은 총 180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팬데믹이 오기 전에 조시는 총매출을 실질적으로 증대할 수 있는 결정에 집중했고, 훌륭한 성과를 냈습니다.” 씨티의 애널리스트 니콜라스 존스의 말이다. “덕분에 엣시는 이후 수요가 급증해 혜택을 톡톡히 누릴 수 있었죠.”

아직 과제가 하나 남아 있다. 아마존에서 원하는 대량생산 제품을 찾는 만큼 쉽고 편하게 엣시에서 하나뿐인 수제품을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검색 및 추천 기능을 향상하기 위해 엣시는 AI 구동 컴퓨터 비전 툴을 사용해서 수백만 개에 달하는 유일무이한 제품들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태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민원이 잦은 느린 배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매자들에게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중이다. 이제 엣시 수공예품 판매자들은 제작 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해야만 한다. 엣시가 내세우는 기준을 충족하는 판매자들은 사이트나 검색 결과에서 눈에 띄는 자리를 얻을 수 있다. “판매자들에게는 이들이 원하는 것보다 필요한 것을 해줘야 합니다.” 실버맨이 설명했다. “판매자들에게 필요한 걸 해주려면 철저히 구매자 경험에 입각해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법이죠.”

[박스기사] 오프라인 시대의 종말

2016년 오프라인 수공예품 판매점 마이클스(Michaels)는 엣시나 아마존 등 온라인 판매 채널을 무찌르겠다는 과감한 전략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중이었다.

“마이클스는 인터넷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수공예품이 전자상거래와 맞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클스 고객의 대다수는 물건을 사기 전에 섬유의 촉감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 하고, 판매 대부분이 그 자리에서 물건들을 살펴보다가 즉석에서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사고 싶은 물건을 매장에서 ‘발견’하는 경험은 반스앤노블에서 구매가 이루어지는 방식과 비슷하다. 마이클스가 아마존과 경쟁하고 싶다 하더라도 아마존보다 더 크고 좋은 웹사이트를 구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피해 갈 수 있는 엄청난 상대와 굳이 정면 대결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마이클스가 영원히 숨을 수는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 포브스 2016년 7월 26일 자 기사

얼마 지나지 않아 제프 베이조스가 마이클스의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수공예 판매자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마이클스 주가는 수년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마이클스는 지난 4월 사모투자사 아폴로에 인수됐다. 인수 당시 기업가치는 33억 달러로, 2014년 IPO 당시 시가총액보다 1억5000만 달러가량 낮았다.

※ 핸드메이드 사무실 엣시의 브루클린 본사에서 만난 조시 실버맨 CEO. 본사 사무실은 유일무이한 예술작품과 함께 엣시 판매자들이 만든 가구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 STEVEN BERTONI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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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호 (202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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