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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투데이 “한우, 지구상 최고의 고기”
“‘한우산업발전법’ 제정 시급”한우 가격, 사룟값 등은 언제나 변하지 않나.그렇다. 하지만 만약 한우 가격이 내리고, 사룟값만 뛰는 상황이 지속되면 어떻게 하나. 한우산업 자체가 소멸될 수 있다. 협회장으로서 앞으로의 위기를 상정하고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농가에 연락을 돌려 한우 사육 두수를 조절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과거 시장 변화를 등한시하고 무턱대고 사육 두수만 늘렸다가 채산성 악화로 폐업한 한우농가가 많았다. 시대도 변했다. 길거리 집회에 나선다고 해결되는 세상도 아니다. 농가도 탄소중립, 축산환경 개선 등 사회적 책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생산자와 소비자가 인식하는 가격 차이가 커 보인다.알고 있다. 하지만 특정인이 개입해서 한우 가격을 결정하는 게 아니다. 엄연히 시장가다. 우리도 충실히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르고 있다. 이런 시장가도 가끔 모순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자연스레 나오는 얘기가 ‘자급률을 높여 시장가를 지키자’는 논리인데, 2013년 한우 도축 두수가 약 96만 두나 됐고 소고기 자급률은 50%를 넘어섰다. 하지만 도매시장에서 한우 가격은 ㎏당 1만2000원으로 급락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이라는 게 참 어려운 문제다. 한우가 가진 가치와 농가의 노력이 정당하게 보상받았으면 한다.여전히 한우 가격이 비싸다는 소비자가 많다.유통 탓이다. 분명 농가에서는 눈물을 머금고 싸게 넘겼는데 시장에서 한우는 여전히 비싸다. 억울할 법도 한 게 중간 유통상들이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균형적 가격에 맞춰주면 좋겠지만, 영리를 취하는 입장에서 그러겠나. 예를 들어 도축한 한 마리를 유통해 버는 이익과 두 마리를 유통해 버는 이익이 같다면 유통업자는 전자를 택할 것이다. 자연스레 최종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싼 한우를 보게 된다. 물론 협회가 직접 개입해 가격을 통제할 힘은 없다. 그래서 한우농가에 영농조합법인 직판장이나 직영 한우플라자에서 여는 직판 행사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 9월 한우자조금이 ‘명절한우장터’ 사이트에서 평균 소매가격 대비 최대 50% 할인해 한우를 팔았고, 우리 협회도 추석을 앞두고 대형마트 등에서 시중 가격보다 최대 25% 싸게 한우를 팔았다. 우리가 온오프라인에서 직접 운영하는 ‘대한민국이 한우 먹는 날’ 행사도 11월 1일부터 7일까지 열린다.추석을 앞두고 청탁금지법 상향 조치가 무산됐다. 협회 입장에서 실망스러웠겠다.그렇다. 농축산물을 뇌물과 청탁으로 인식하는 게 안타깝다. 대체 한우를 얼마나 받아야 청탁으로 보는 건지도 명확하지 않다. 추석은 농부들이 일 년 내내 구슬땀을 흘려 거둔 작품을 나눠 먹으며 조상에게 예를 갖추는 때 아닌가.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농촌이 어려운 상황에서 농축산물을 주고받으며 정을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앞으로도 협회 차원에서 청탁금지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생산도 늘리고, 고급 브랜드도 지켜내는 묘수가 없을까.장기적으로 수출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우가 수출되는 곳은 홍콩과 싱가포르가 전부다. 전 세계 축산시장에 명함을 내밀었다고 하려면 미국이나 중동 시장을 뚫어야 한다. 1990년대 수입산 소고기 때문에 걱정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수출전략을 꾀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사실 홍콩이 세계적으로 수입품 검사가 까다로운 곳이라 중국을 비롯한 대규모 프리미엄 소고기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동남아·중동 진출을 위해 할랄 인증(무슬림이 먹도록 허용한 제품)을 받는 것도 돕고 있다. 2026년이면 미국산 소고기 관세가 철폐된다. 한우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다.한우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크게 두 가지로 본다. 생산 고도화와 환경문제다. 생산 고도화는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자는 의미가 아니다. 고급화를 넘어 ‘명품’으로 도약하면서 생산·유통단계에서 많은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사육 방식 고도화, 고급사료 개발, 정육 부위별 다양한 메뉴 개발 등 생산, 유통, 소비 등 전방위에 걸쳐서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다. 동시에 냄새 없는 축산, 친(親)환경·청정 축산을 이룩해야 한다. 탄소배출에서는 축산업의 기여도가 아직 1%대에 머물고 있지만, 더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선입견도 줄여나가려고 한다. 한우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환경 폐기물과 농업 부산물을 사료로 재가공해 활용한다. 배설물도 쌀과 채소 등 다른 농산물의 생장을 돕는다. 한우산업은 결코 위해산업이 아니다.해외에서 한우를 인정한다지만, 아직 일본 와규에 밀린다는 평가가 있다.와규는 세계 각국에서 최고급 프리미엄 소고기로 인정받고, 가격도 한우보다 훨씬 비싸다. 브랜드 가치 차원에서 한우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정부가 나서서 와규 수출을 적극 지원하지만, 한우는 홍콩·싱가포르에만 수출할 수 있고 규제도 까다로워 농가들이 힘들어한다. 사육밀도 같은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우농가는 송아지를 생산해 판매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적정사육두수를 초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적정사육기준을 번식우 10㎡, 송아지 2.5㎡로 못 박아놨다.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다시 한번 ‘한우산업발전법’ 제정을 강조하고 싶다. 한우농가만 배를 채우겠다고 하는 말이 아니다. 한우농가는 안정적으로 한우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얘기다. 특히 중소 한우농가의 경우 한국 축산업을 압박하는 낡은 규제에 힘들어하고 있다. 한우산업이 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지 농가만 탓할 게 아니다. 정부, 농협, 시장, 농가 등 한우산업을 지탱하는 모두가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세 축산인들이 한우산업의 대를 이어가고, 경쟁력 있는 외부 전문가들이 산업에 유입되면 한우는 앞으로 우리가 세계 식량전쟁에 맞설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사진 신인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