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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아티피셜 에코푸드 | 서울대 조철훈 교수 

세포 배양육으로 식량주권 확보 

노유선 기자
육류 수요 증가로 대체식품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2040년 대체육이 세계 육류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래 식량인 세포 배양육을 개발하면 식량주권을 확보하고 환경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 사진:KEIT
인류 역사에서 진화에 따른 인체생리를 분석한 결과, 육류가 없었다면 인류는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육류는 필수아미노산과 필수지방산, 철분, 아연 등 무기질을 골고루 함유한 데다 비타민 함량도 높아 영양학적으로 거의 완벽한 식품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육류 생산에 비상이 걸렸다. 학계에 따르면 인류의 육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선 2050년 전 세계 식육 생산량이 2011년과 비교해 거의 2배에 달해야만 한다. 육류 대체식품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식량주권 확보 및 환경문제 대응


▎조철훈 교수 연구팀은 세포 배양육 대량생산을 통해 육류 생산 시 발생하는 환경 파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육류 대체식품은 식량 부족 문제에 대응할 뿐 아니라 육류 생산 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푸드(Nature Food)’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식물이나 미생물 기반 대체식품, 곤충 단백질, 세포 배양육 등 대체식품은 온실가스 배출과 물·토지의 사용률을 80% 이상 줄일 수 있다. 관련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대체식품 시장 규모는 53억4899만 달러로 2016년과 비교해 40% 커졌다.

조철훈 서울대 동물생명공학 교수가 이끄는 ‘아티피셜 에코푸드’ 연구팀은 미래 식량인 세포 배양육의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뭉쳤다. 경제적이고 안전한 배양육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화해 세계 대체식품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다. 배양육 연구를 기반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인 ‘세포농업(Cellular Agriculture)’ 시대를 열어 식량주권을 확보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높이는 것도 연구팀의 목표다.

연구팀은 식육을 만드는 방법으로 세포배양을 택했다. 동물에서 채취한 근육 줄기세포를 증식해 생산해내는 세포 배양육은 육류와 유사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세포 배양육 생산 과정을 보면, 동물 근육에서 근육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성장촉진인자가 포함된 배양액으로 줄기세포 수를 증식한 후 일정한 조건에서 근육으로 분화시킨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이를 회수해 식품으로 가공한다.

세포 배양육 생산기술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네덜란드의 세포 배양육 개발 기업 모사미트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세포를 배양해 식육을 만들었다. 미국의 업사이드푸드는 2016년 세포배양으로 만든 미트볼을, 2017년 닭과 오리 배양육을 개발해냈다. 이스라엘의 슈퍼미트는 레스토랑 정식 메뉴로 배양육을 선보였다. 한국은 후발 주자이지만 셀미트, 씨위드, 다나그린, 스페이스에프 등 여러 회사가 배양육 시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대량생산이 가능한 산업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세포 배양육 산업화, 산 너머 산

연구팀은 2020년 1월 서울대에서 열린 배양육 관련 첫 국제심포지엄에서 근육 오가노이드 형태를 공개해 배양육 연구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난해 3월에는 서울대학교와 세종대학교, 배양육 전문기업인 ‘스페이스에프’가 함께 체외 배양한 돈육과 우육, 이 재료들로 만든 소시지와 패티 등을 선보였다. 올해 1월에는 세포 배양한 지방과 닭, 돼지, 소의 세포로부터 배양육을 제조하고 이를 이용한 육제품을 발표했다.

연구팀이 세포 배양육의 산업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기술적 문제는 적지 않다. 균일한 근육을 만들 수 있는 근육 줄기세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근육으로부터 분리하고 관리할지 면밀히 연구해야 한다. 배양액의 생산 단가를 낮추면서도 안전하게 근육 줄기세포를 키울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대량으로 배양할 때 효율적인 공정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 식육과 유사한 조직감과 풍미에 대한 연구도 진행돼야 한다.

기술적 문제 외에 제도적·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식품으로서 안전성이 확보돼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식품 허가 후에도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관리 방안 등도 마련해야 한다. 육류 대체식품 명칭을 결정할 때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관련 연구논문이나 공개 특허 등이 없는 상황에서도 끈기 있게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조 교수는 “배양육이라는 콘셉트는 이미 뉴스를 통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기술개발에 참고할 만한 자료는 거의 없었다”며 “발표된 연구논문 또한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배양육의 출현 배경이나 소비자 조사, 앞으로의 과제 등을 다루고 있었다”고 말했다.

선행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연구팀은 한 단계씩 실험·확인하며 연구를 진행해나갔다. 세포 배양육 생산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을 검토하면서 쌓인 연구 내용을 모아 리뷰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줄기세포를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품용으로 연구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며 “우수 연구기관과 협업해 세포, 배양액, 지지체, 대량배양, 상용화 등 전반적인 연구를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사진 정준희 기자

202206호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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