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가 매년 발표하는 대한민국 50대 부자는 그동안 재벌가의 상속 부자들이 주류를 이뤘다. 2021년부터 추세가 바뀌었다. 자수성가 부자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 회장에 이어 올해도 자수성가 부자가 1위를 거머줬을 뿐 아니라, 50대 부자의 50%(25명)를 차지했다.
▎2022년 ‘대한민국 50대 부자’에서 1위에 오른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 사진:카카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채널 카카오 나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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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한민국 50대 부자 1위는 대표적인 자수성가 기업인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다. 김 창업자의 재산 규모는 2022년 4월 20일 기준 96억 달러(12조1968억원)다. 그는 지난해 4위에서 올해 1위로 뛰어올랐다. 최근 카카오 ESG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자수성가 부자는 10위권에서도 절반을 차지했다. 김범수 창업자에 이어 3위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순재산 77억 달러, 11조6821억원), 4위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 회장(69억 달러, 8조7616억원), 5위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CVO(비전제시최고책임자)(68억5000만 달러, 8조6981억원), 9위 송치형 두나무 회장(37억 달러, 4조6982억원) 등 5명이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대한민국 50대 부자에 올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음에도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급성장세를 등에 업고 ‘톱 10’에 진입했다.지난해 1위였던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 회장은 자산 규모가 56억 달러(45%) 감소해 4위로 떨어졌다. 포브스는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가 미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는 실망감에 주가가 떨어진 탓으로 파악했다.올해 대한민국 50대 부자에 새로 진입한 이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을 포함해 7명이다.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부인 유정현 NXC(넥슨지주사) 총수, 두나무 공동창업자 김형년 부회장(22위), 중대형 리튬 2차전지의 차세대 전해질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천보의 이상율 대표(33위), 핀테크 유니콘 비바리퍼 블리카의 이승건 대표(36위)가 그들이다.효성그룹의 조현상(44위), 조현준(47위) 형제가 부호 리스트에 복귀했다. 포브스는 수소연료전지차에 사용되는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자회사 효성첨단소재의 주가가 친환경자동차에 대한 투자자들의 낙관론에 힘입어 급등한 영향으로 분석했다.50대 부자의 자산은 지난해 5월 기준 1560억 달러(197조7300억원)에서 올해 1300억 달러(164조7750억원)로 13% 감소했다. 포브스는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가 지난해 4% 성장했음에도 한국 주식시장은 지난해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이자율이 오르면서 투자자들이 발을 뺀 탓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대한민국 50대 부자의 컷 오프는 지난해 9억4000만 달러(1조1919억원)에서 소폭 증가한 9억5000만 달러(1조2046억원)로 50대 부자 모두 1조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브스, 한국의 자수성가 부자 집중 조명포브스는 김범수 창업자, 이승건 비바리퍼 블리카 대표, 송치형·김형년 두나무 대표에 대해 별도의 기사로 다루어 자수성가 부자들을 조명했다.포브스는 올해 대한민국 50대 부자 1위에 오른 김범수 창업자가 새롭게 써가는 대한민국 자수성가 부자의 스토리에 주목하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카카오의 소셜 및 핀테크 수요 증가를 성장의 배경으로 짚었다. 아울러 카카오는 한국에서 시가 총액이 6번째로 큰 상장기업으로 성장해 재벌들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자수성가 기업가인 김 창업자가 2010년 카카오 메신저를 출시한 후 결제, 은행, 게임, 차량호출 등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반독점 규제당국의 공정거래 위반 가능성에 대한 조사와 김 창업자의 탈루 의혹에 대해서도 다뤘다. 또 규제 압력이 높아지자 카카오가 핀테크 부문인 카카오페이의 상장을 늦췄던 점, 택시호출앱 카카오모빌리티의 IPO을 무기한 연기한 점, 김 창업자의 자산 절반을 사회에 기부한 점을 다뤘다. 그리고 “카카오는 글로벌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그의 말을 인용했다.포브스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지난 7년 동안 송금 앱 토스로 한국 모바일결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금융서비스 부문 슈퍼앱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치과의사 출신인 이 대표가 현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의 핀테크 시장을 겨냥해 야심 차게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도 전했다.또 한국에 불어닥친 암호화폐 투자 열풍에 힘입어 설립한 지 1년 만에 기업가치가 21배 상승한 두나무의 신흥 억만장자 송치형·김형년 공동 대표를 조명했다. 특히 BTS 글로벌 흥행으로 앞서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한 하이브의 방시혁 대표가 두나무 지분 2.5%를 인수한 후 두나무의 가치가 치솟은 사실, 올해 초 두나무와 하이브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NFT(대체불가토큰)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재벌가와 관련해 삼성가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위)을 필두로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6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8위),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11위)이 50대 부호 리스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해 삼성 일가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받은 유산의 상속세 납부를 목적으로 2조원이 넘는 대규모의 계열사 주식을 매각했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주식 1994만1860주를 시간 외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같은 시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주식을 매각했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SDS 주식 150만9430주(1.95%),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생명 주식 345만9940주(1.73%), 삼성SDS 주식 150만9430주(1.95%)에 대해 처분신탁 계약을 맺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삼성전자 주식 583만5463주를 법원에 공탁했다. 삼성가에서 지난해 보유 주식을 대량 처분하면서 자산 규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현대가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 회장(7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13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48위)이 포함됐다. 포브스는 정몽구 명예 회장의 자산은 44억 달러로 29% 감소했고,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이사장의 자산은 9억7500만 달러로 30% 감소했다. 정몽구 명예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정의선 회장이 최고 사령탑 지위에 올랐지만 보유 주식량은 정몽구 명예 회장이 정의선 회장보다 많다. 정몽구 명예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주식 251만7701주, 현대차 보통주 1139만5859주, 현대모비스 677만8966, 현대제철 1576만1674주 등을 보유하고 있다. 정 명예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현대차정몽구재단에 기부 등으로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6.71%로 낮아졌다. 정의선 회장의 보유 주식은 현대글로비스 비중이 가장 크며 873만2290주다. 이어 현대차 보통주 559만8478주, 현대차 우선주 238주, 기아 706만1331주, 현대모비스 30만3759주, 이노션 40만 주, 현대오토에버 201만 주, 현대위아 53만1095주 등이다.LG가에서는 구광모 LG 회장(26위), 구본식 LT그룹 회장(37위),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40위)이 리스트에 포함됐다. 포브스는 올해 50대 부자 리스트에서 탈락한 9명 중 주목할 인물로 LX그룹 구본준 회장을 언급했다. 구 회장이 LG 지분의 일부를 3개 자선재단에 기부하고 LX홀딩스의 지분 일부를 자녀에게 물려줬다는 사실을 다뤘다.
※ 방법론 - 포브스의 50대 부자 명단은 개인, 분석가, 정부 기관, 개인 데이터베이스, 증권거래소 및 기타 출처의 정보를 수집해 산정했다. 순재산은 4월 1일 장 마감 시점의 주가 및 환율을 기준으로 했으며 표시 원화는 5월 18일 기준 환율이다. 민간기업은 재무 비율 및 기타 사항이 유사한 상장기업과 비교해 평가됐다. 추정치에는 배우자의 재산과 그 사람이 회사 설립자인 경우 해당 회사에서 파생된 자녀의 재산이 포함될 수 있다.-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