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가 다시 일어서고 있다. 리스트에 오른 2000대 기업의 시가총액은 약간 줄었지만, 매출·이익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외풍을 견디지 못한 듯 보인다.
올해 포브스 글로벌 20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총 65개다. 지난해보다 3개가 늘었고 7개 기업이 리스트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미국, 중국, 일본 기업들보다기를 펴지 못한 모양새다. 팬데믹을 이겨내려 푼 돈은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왔고, 미국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인플레이션 때려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터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잡히기는커녕 전 세계 공급망 위기는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당연히 전 세계 주가는 폭락하며 2년 전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 한국 재계도 이 여파를 피하지 못했는지 순위에 이름을 올린 65개 기업 중 60% 수준인 39개 기업의 순위가 지난해보다 하락했다.반면, 신규 진입한 기업은 7곳이나 됐다. 유가 상승과 글로벌 물류난으로 6개 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한 HMM(906위)이 글로벌 2000대 기업에 새로 들어왔고, 카카오뱅크(1504위), 금호석유화학(1555위), LG이노텍(1613위), 고려아연(1799위), 대한항공(1850위), 에프앤에프(1893위) 등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지난해 순위에 처음 진입했던 셀트리온, 엔씨소프트, 다우데이타는 올해 탈락했다. 1700위권을 유지하던 KT&G도 2000위 밖으로 밀려났다. 이번에 탈락한 삼총사와 함께 지난해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쿠팡(1168위)은 올해 순위가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1100위권을 사수했다.한국 기업 순위만 떼어내 살펴보면 이렇다. 역시 한국 기업 중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는 2000대 기업 중 14위를 차지했으나 지난해 11위에서 세 계단이나 주저앉았다. 그래도 전 세계 테크 분야에서 1위인 애플 다음 순위는 지켜냈다. 뒤이어 현대차(146위), SK하이닉스(169위), KB금융그룹(256위), 신한금융그룹(278위), 기아차(282위), 포스코(284위), LG화학(331위), SK홀딩스(397위), 하나금융그룹(482위), 현대모비스(483위), 삼성생명(533위), 삼성물산(538위) 등 지난해 상위권에 들었던 기업 순위가 대거 하락했다. 특히 6조원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은 지난해 292위에서 올해 719위를 기록하며 급락했다.올해는 금융업종과 중화학·제조업·에너지 기업들이 상위권에 랭크되거나 순위가 올랐다.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594위) 등 주요 금융그룹이 1000위권에 들었다. 또 LG화학, 현대제철(877위), S-OIL(955위), 롯데케미칼(1148위), 현대중공업지주(1246위) 등이 대체로 순위가 상승했다. 지난해 순위권에서 제외됐던 대한항공이 1850위로 복귀한 것이 눈에 띈다.-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