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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커머스(4)] 디지털 시대, 개인정보의 보호 VS 활용 

 


▎사진:getty images bank
‘개인정보 활용’이라는 단어는 일반인에게 어떤 식으로 인식될까? 최근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많은 인터넷 유저가 개인정보를 통해 자신의 온라인 행적이 추적되고 그렇게 저장된 정보는 마케팅에 활용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심지어 미성년자인 어린 유저들도 이런 개인정보 활용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또 모든 유저가 개인정보 활용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효용성 높은 정보나 의사결정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맞춤형 광고가 보장된다면, 의외로 소비자들은 조금 더 편리한 디지털 세상을 위해 개인정보와 맞교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원활한 마케팅 활동을 막는 과도한 개인정보보호 정책이 반드시 소비자들을 위한 접근 방법은 아닐 수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생태계에서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 사이에 접점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디지털 정체성(identity)의 파편들


▎안선주 조지아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일단, 개인정보를 막연히 보호해야 할 추상적인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세상에서 ‘나’는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지 생각해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현실 세상에서 ‘나’는 이분법적으로 존재한다. 존재 혹은 부재. 반면, 디지털 세상의 ‘나’는 내가 그 공간에 존재하고 있지 않는 순간에도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잔재하고 있다. 페이스북 프로필, 카카오스토리의 사진,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등에서 내 계정들은 물론, 나와 연결된 여러 사람의 계정에서 내 사진, 나와 관련된 정보들이 부유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만들어놓고 비밀번호를 잊었거나 더는 사용하지 않아 유령처럼 남아 있는 휴면 계정들 안에서도 내 디지털 정체성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최근 SNS 플랫폼들 사이에서는 유저의 개인정보를 직접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유저와 가장 가까운 유저들의 성향을 파악해서 목표로 삼은 유저의 성향을 파악하는 밀접 프로파일링(affinity profiling)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많은 유저가 익히 알고 있듯, 디지털 세상 안의 알고리듬들은 이런 디지털 파편들을 모아 유저의 디지털 정체성을 부지런히 파악하고 있고, 이렇게 파악된 프로필에 따라 유저에게 맞춤형 콘텐트를 제공하고 추천한다. 일각에서는 유저에게 권장되는 광고, 아마존 알고리듬의 추천 상품, 검색 결과, 혹은 SNS상의 친구 추천만 참고해도 그 유저에 대한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통해 오히려 유저가 자신의 디지털 정체성을 파악해나가는 부분에 주목하여 이런 현상을 ‘알고리듬 거울(algorithmic mirror)’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디지털 정체성의 파편들이 유저의 실제 모습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느냐이다. 계산에는 능통하나 미묘한 맥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알고리듬들이 이런 조각들을 제대로 이어 붙일 수 있을까? 또 법적으로 골치 아픈 정보들은 아예 배제해버리기도 하기 때문에(전략적 무지, strategic ignorance), 알고리듬이 이런 방식으로 추론해내는 유저의 모습은 한쪽으로 치우쳐 과장되거나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정형화된 고정관념에 기반한 경우가 많다는 비판이 학자들 사이에서 자주 대두되고 있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개인정보 보호정책


▎사진:getty images bank
개인정보의 마케팅 활용 이슈에서 가장 핵심은 사실 개인의 정보가 마케팅에 활용된다는 부분이 아니라, 유저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투명하게 활용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해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유저에게 자신의 정보가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마케팅 활동에 활용되는지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 된다. 개인정보의 추적, 저장, 활용을 통제하는 주체를 알고리듬과 그 알고리듬을 운영하는 회사로부터 유저가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넘기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저가 개인정보의 실시간 흐름을 눈으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보안 대시보드(privacy dashboard) 형태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대시보드가 마련된다면 알고리듬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유저가 직접 자신의 디지털 프로필을 관리할 수 있고, 개인정보의 흐름 역시 능동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마케팅과 개인정보의 관계가 반드시 대립 구조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와 홍보는 자유경제 시스템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이행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에게는 주체적인 소비활동을 위해 광고와 마케팅으로 전달되는 정보가 필요하다. 연구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은 광고가 귀찮기만 한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디지털 생태계에서 개인정보 활용이 이슈가 되는 부분은 복잡한 알고리듬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눈을 가리고 개인정보 통제권을 앗아가 손을 묶어버린다는 점이다. 대립적인 접근 방식보다 쉽고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들이 능동적으로 개인정보의 흐름을 파악하고 소비를 위한 의사결정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접근을 바꾼다면 공생하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지 모른다. 기만당한 채 이루어진 소비보다 정확한 정보를 파악한 후 소비자 스스로 내린 소비 결정은 높은 브랜드 충성도와 기업에 대한 장기적 신뢰를 쌓는 지름길일 것이다.

- 안선주 조지아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2211호 (202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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