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의 철학과 색다른 쇼핑 경험2020년 무신사의 대표적 광고 카피인 ‘다 무신사랑 해’로 존재감을 알렸던 서 본부장이 가상인간과 VR, 메타버스를 새로운 마케팅 도구로 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서 본부장은 “최근 국내 웹사이트에서 메타버스 해시태그를 사용한 횟수가 1년 전에 비해 무려 100배 가까이 늘었다”며 “비대면 환경에 익숙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가상인간과 VR, 메타버스가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마케팅은 연결성이 중요하다. 어제와 오늘의 마케팅이 단절되면 고객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광고 카피 ‘다 무신사랑 해’와 가상인간 ‘무아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서 본부장은 “‘자기다움’이라는 무신사의 철학이 마케팅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며 “광고 카피든 가상인간이든 메타버스든 모든 영역에 ‘무신사다움’이 녹아 있다”고 답했다. 무신사는 자기다움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멋을 중요시하는데, 이 같은 개념을 무신사다움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다 무신사랑 해’는 패션이라면 모두 무신사와 함께하라는 뜻으로, 패션만큼은 무신사와 함께하며 자기다움을 잃지 말라는 의미다.그렇다면 가상인간과 ‘자기다움’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다 무신사랑 해’가 히트한 이후 서 본부장은 인간의 다양한 페르소나에 주목했다.“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패션과 함께하죠. 생애 전반에 걸쳐, 변하는 관심사에 따라 여러 명의 페르소나를 가지게 됩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 손에 이끌려 패션에 입문했다면, 성장한 이후에는 자신의 기호에 맞는 스포츠를 즐기고 각자의 개성에 따라 뷰티 제품을 구매하고 고급 패션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무신사와 함께하라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어요.”지난 6월 서 본부장은 새로운 야심작으로 가상인간 무아인을 처음 선보였다. 무신사 모델인 유아인의 어린 시절과 현재, 중년의 모습을 나타내는 데 가상인간만 한 것이 없었다.무신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VR룸을 마련한 뒤 그곳에 배치된 전문관 5곳(키즈, 스포츠, 골프, 뷰티, 럭셔리)에서 무아인을 찾은 고객에게 랜덤쿠폰을 제공했다. 서 본부장은 “VR룸 오픈 일주일 후 페이지뷰를 확인해본 결과 전주 대비 트래픽이 27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무신사의 다양한 전문관을 홍보하려는 당초 목표를 달성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AR·VR·메타버스 총망라한 새로운 마케팅무신사는 메타코리아와 협업해 만든, VR룸의 업그레이드 버전 ‘무신사버스(MUSINSA-VERSE)’ 공개를 앞두고 있다. 서 본부장은 “VR기기를 이용하면 무신사의 철학이 담긴 메타버스를 체험할 수 있다”며 “VR기기가 없어도 메타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웹엑스알(WebXR) 기술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10월 말 론칭 예정인 무신사버스에서 고객들은 무아인의 안내에 따라 새로운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먼저 무신사버스에 입장한 고객은 자신만의 아바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무아인이 나타나 반갑게 맞이합니다. 이때부터 패션 여행이 시작됩니다. 무아인과 함께 자신에게 어울리는 패션을 찾아 나서는 거죠. 새로운 세계가 낯선 고객에게 무아인은 친절한 안내자예요. 발걸음이 느려지면 뒤돌아서 고객을 기다려주기도 해요. 여행의 종착지는 패션 전문관입니다. 고객은 각 전문관을 방문해 마음에 드는 옷을 선택하고 입어볼 수 있어요.”몰입감이 뛰어난 만큼 실재감도 상당하다. 무아인은 스포츠 전문관에서는 현재의 모습으로, 키즈 전문관에서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변한다. 패션 여행이 끝나면 중장년에 접어든 무아인을 만나게 된다. 서 본부장은 “하나의 공간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무아인을 만날 수 있어 신기하다는 반응이 나올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무신사는 AR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AR룸을 구현해 가상 착장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AR룸에 방문한 고객이 원하는 옷을 스캔하면 그 옷을 착용한 자신 또는 가상인간 모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특정 제품의 경우 로고나 그래픽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AR로 전달하는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서 본부장은 “VR은 아직은 낯선 경험인 반면, AR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연결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풍경”이라며 “무신사의 철학, 자신이 좋아하는 패션을 추구한다는 개념을 잃지 않고 다양한 AR 서비스를 마련해 고객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노유선 포브스코리아 기자 noh.yousun@joongang.co.kr·사진 최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