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스타트업 CEO의 정신 건강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표의 마음과 정신이 온전해야 회사 전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디캠프에서 스타트업 창업자의 정신 건강이 위험 수위에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스타트업 CEO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다른 직군에 비해 높다는 것은 이미 여러 조사와 연구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먼저 왜 스타트업 대표들이 정신적으로 힘든가를 짚고 넘어가기 위해 벤호로위츠(Ben Horowitz)가 쓴 책인 『하드씽』의 문장을 인용해본다.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회사 차원에서 아주 형편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당신이 그런 종류의 무능함과 연관됐다는 것이 상상조차 되지 않을 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진다는 뜻이다. 예컨대 돈을 낭비하고 서로의 시간을 허비하며 엉성하게 일을 처리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당신은 상심에 빠질 것이다. CEO라면 그런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도 당연하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말이겠지만, 이 모든 게 당신 책임이다. (중략) 만약 누군가가 잘못된 이유로 승진했다면 그건 내 잘못이었다.

만약 우리가 분기 실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그것도 내 잘못이었다. 훌륭한 엔지니어가 그만두었다면 그것도 내 잘못이었다. 세일즈팀이 제품 구성에 대해 불합리한 요구를 해도 내 잘못이었다. 제품에 버그가 너무 많아도 내 잘못이었다. CEO라는 자리는 그렇게 구렸다.”

모든 것을 대표가 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이 대표의 책임이라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는지가 정신 건강에 중요한 요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구에게도 잘못을 돌리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본질적인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대표는 결국 혼자다.

회사에서는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하거나 한숨을 한 번 푹 쉬어도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 그렇기에 회사에서는 감정을 감추고 유일한 안식처인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가족에게 온전히 다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설명해봤자 괜한 불안감만 나누게 될까 봐 또다시 혼자서 고민을 지고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분명 어제는 다 때려치울 것처럼 우울한 기분이었는데, 이튿날 아침 회의 때는 기운이 넘치는 사람으로 바뀌는 능력 말이다.

마음에도 감기가 걸린다. 감기에 걸리면 약을 먹고 푹 쉬어야 하듯이 마음에 감기가 걸렸을 때는 마음을 쉬게 하는 시간과 명상, 혼자만의 여행 등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처방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스타트업의 역량은 결국 대표의 역량에 달렸으며 대표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만 회사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너무나도 어려운 길을 걷고 있는 창업자들은 지난 한 해 나보다 남의 마음을 살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을 것이다. 잠시라도 내려놓고 내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 홍승표 빅인사이트 대표

202301호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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