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일을 왜 하는가 

 

즐거움과 몰입을 거쳐 타인을 돕는 사명감이라는 단계에 이르면, 일을 하는 이유를 좀 더 명확히 알게 된다.
연말이면 TV에선 어김없이 각종 시상식이 열린다. 직장인으로 살아가던 과거의 어느 날, 필자는 습관적으로 연말 시상식을 보고 있었다. 그때 한 배우가 “연기자라는 직업을 갖게 되어서 매 순간 감사하고,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다소 식상한 수상 소감을 말했는데, 그 이후 ‘나는 지금 하는 일을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당시 쉽게 답을 내지 못했고, 이 의문은 ‘나는 일을 왜 하는가’라는 고민으로 이어졌다.

오랜 고민 끝에 ‘일을 하는 이유’를 정의했다. 단계별로 살펴보면, 첫 번째는 ‘즐거움’이다. 즐겁게 일하고 돈까지 번다면 마다할 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하는 이유가 단순히 즐거움에 그친다면 오래가지 않는다. 일을 하다 보면 즐겁지 않은 경우가 분명 생기고, 일을 하는 이유가 즐거움뿐일 때는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

두 번째 단계는 ‘몰입’이다. 즐거움을 넘어서 일에 몰입하게 되면, 시간의 흐름을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집중하는 경지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일로 인한 스트레스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고, 꾸준히 노력하게 되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즐거움보다 상위 레벨인 ‘행복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몰입하는 시간은 유한하다. 그리고 매우 빠르게 지나간다.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외면하고 시간을 흘려보낸다면, 주어진 시간을 대부분 소비하고 나서야 몰입의 결과가 부질없음을 자각하고 커다란 실망감을 느낄 수 있다.

세 번째 단계는 ‘타인을 돕는 사명감’이다. 현재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이전 단계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최상위 레벨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을 도울수록 행복감은 더 커지고, 더 큰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어 더욱 큰 성과를 이루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 이 단계는 단순히 선함을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뛰어난 결과를 가져온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크기만큼의 ‘가치’가 생기고, 그 가치를 숫자로 환산한 것이 ‘돈’이다. 결국 많은 사람에게 큰 도움을 주는 비즈니스를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


필자는 몰입 단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상위 단계를 갈망하다가 창업을 결정했다. 창업한 지 만 10년이 된 지금까지도 많은 이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은 기업경영과 의사결정에 기본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회사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원칙은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 것이 분명하다.

- 천진혁 SSEM 대표

202301호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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