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미 하이랜드푸드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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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드푸드를 세우고 일궈온 지 어느덧 25년이 흘렀다. 개인기업에서 출발해 중소기업을 거쳐 연 매출 1조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하이랜드와 함께해온 모든 분의 간절한 ‘꿈’ 덕분이 아닐까 싶다. 먹거리가 요즘처럼 풍족하지 않았던 시기를 겪은 분들에게는 맛있는 고기를 배불리 먹는 것만큼 행복한 상상이 어디 있겠는가. 상상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하이랜드의 꿈은 해외 육류 공급에서 시작됐다.1800년대 영국 경제학자 리카르도가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국제무역의 효용성을 주장한 지 200년이 넘었지만, ‘신토불이’ 정서가 강했던 대한민국에서 농축산물 수입은 ‘매국(賣國)’에 가까웠다. 다행히 WTO 체제 아래 자유무역협정(FTA)이 활발하게 추진되면서 식량 수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차츰 줄었다. 수출만이 능사가 아니라 수입, 특히 육류 수입이야말로 국민행복 증진의 주요 조건임을 공감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양질의 축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해 국민 밥상을 풍요롭게 만들겠다는 우리의 꿈은 연평균 25%의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나는 지금도 매년 30만㎞ 이상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 해외 공급자를 엄선해 안정적인 공급망과 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수입육 원료 유통뿐 아니라 밥상물가와 직결되는 식품가공 작업의 국내 제조를 확대해가는 중이다. 이를 위해 2023년 3월 부산신항 배후 부지에 연면적 5만㎡ 규모의 복합 식품제조물류센터도 준공했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고, 믿고 맡겼던 업체와의 갈등도 있었지만 뜻이 있는 자에게 길이 있었다. 우리는 수입육 유통가공 분야에서 ‘꿈’으로만 생각됐던 완벽한 콜드체인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물류센터, 스마트 팩토리를 국내 최초로 완성했다. 향후 부산신항을 통해 수입한 양질의 육류로 K-푸드를 만들어 다시 전 세계로 수출한다면 ‘K-푸드 세계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25년 전 국민 누구나 부담 없이 좋은 고기를 즐길 수 있게 하자는 나의 초심을 이제는 세계인 누구나 부담 없이 K-푸드를 즐길 수 있게 하자는 두 번째 초심으로 업그레이드하고자 한다. 앞으로 25년 후 또 다른 세 번째 초심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다.코로나 팬데믹, 인플레이션과 고환율, 경기침체 등 숱한 변수 탓에 기업인들은 일상화된 위기에 놓여 있다. 한계기업으로 내몰려 폐업이 속출하기도 하고, 때론 매각이라는 비운을 맞기도 한다. 오죽하면 기업의 목표는 생존에 있다고 하겠는가. 나는 수많은 기업의 명멸 속에서도 굳건히 버텨낼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기업가의 꿈이 담긴 초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스물다섯 살 청년으로 성장해온 하이랜드의 초심을 새롭게 다지는 ‘입지(立志)’가 중요한 이유다. 온 국민의 풍성한 식탁을 넘어 K-푸드 세계화로 전 지구인의 식탁을 풍요롭게 만들겠다는 새로운 ‘입지’를 품고 2024년 벽두를 힘차게 시작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