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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삼 제노코 대표|위성통신 산업의 파이어니어 

[THE BEGINNING OF A NEW SPACE ERA] 인터뷰(2) 

노유선 기자
위성통신 부품 제조업체 제노코를 이끄는 유태삼 대표는 한국이 항공우주산업에 갓 걸음마를 뗀 2004년 창업에 도전했다. 시대가 바뀌면 위성통신 기술이 각광받으리란 그의 확신은 20년이 지난 오늘날 확답으로 돌아왔다. 유 대표의 뚝심이 마침내 빛을 보고 있다.

▎한국 위성통신 산업을 선도하는 제노코의 유태삼 대표.
통신 장비는 지상에서나 우주에서나 중요하다. 아무리 위성 발사에 성공한다 해도 지구와 위성 간 통신이 불가능하면 어렵사리 쏘아 올린 위성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국내 위성통신 기업 제노코(GENOHCO)는 외산에 의존하던 위성통신 핵심 부품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21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정부 주도하에 발사된 차세대 중형위성 1호에는 제노코의 통신 부품이 사용됐다. 발사를 앞둔 2호와 현재 개발 중인 3호에도 제노코 제품이 탑재될 예정이다.

제노코의 기술력은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의 에어버스와 미국 록히드마틴 등 글로벌 항공우주 기업의 파트너사이며, 영국 로이드인증원에서 항공우주 품질경영 시스템 인증(AS9100)을 획득했다. AS9100은 국제항공품질협회(IAQG)가 제정한 항공우주산업 국제표준 규격이다. 이를 토대로 제노코의 수주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제노코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시스템, 국방과학연구소 등과 위성 탑재체 부품과 장비 등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제노코가 설립된 건 2004년 11월. 한국에서 항공우주산업이 그다지 조명받지 못했던 때, 유태삼(73) 제노코 대표는 창업에 도전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현재, 제노코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국내 대표적 위성통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마침내 시대적 호재를 만났다. 이르면 오는 5월 우주항공청이 개청하는 등 정부의 항공우주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정부 주도 전부터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을 이끌어온 제노코의 유 대표를 만나기 위해 지난 2월 14일 경기도 군포에 있는 제노코 본사를 찾았다. 그에게 제노코의 발자취와 미래 성장 전략,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발전 방안 등을 물었다.

글로벌 강국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

위성산업은 위성 본체와 위성 탑재체, 위성 발사체, 지상 장비, 위성활용서비스 등으로 구분된다. 위성 본체에 어떤 탑재체가 설치되느냐에 따라 위성은 정찰위성과 해양관측위성, 기상관측위성, 신호정보수집위성 등으로 분류되며, 위성 발사체는 위성 본체를 궤도까지 올려주는 임무를 수행한다. 제노코는 위성 본체와 위성 탑재체에 들어가는 통신용 핵심 부품을 비롯해 위성운용국과 위성지상국에 설치되는 지상 장비를 개발·생산한다. 유 대표는 “암묵적 지식이 중요한 산업 특성상 일찍이 위성통신 산업에 진입한 제노코는 다른 업체와 비교해 기술적 경쟁우위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뉴욕 폴리텍에서 통신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유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와 미국 최대 통신기업 AT&T의 Bell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후 2004년 만 53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제노코를 설립했다. 그는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위성통신 산업은 섣불리 도전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며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도 제품이 높은 성능을 안정적으로 나타내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았다”고 회고했다.

“당시 국내 위성통신 산업은 수요가 크지 않았습니다. 군 통신위성 수요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창업 초반에는 군 통신위성의 지상용 검증 장비에 집중했죠. 하지만 언젠가 위성통신 산업에 좋은 기회가 오리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기술 중 세상을 주도하는 기술은 많지 않은데, 향후 위성통신 기술이 주류(mainstream)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거죠. 위성통신 부품·장비에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이 접목되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세상이 오리라 생각했습니다.”

유 대표의 예측은 적확했다. 그의 집무실 책장에는 굵직한 서류 파일 수십 개가 꽂혀 있었다. 각각의 파일에는 ‘항공기’, ‘4차산업’, ‘메타버스’, ‘인공지능’ 등 타이틀이 적혀 있었다. 약 2시간 30분 분량의 강연집이었다. 유 대표는 “신기술이 등장하면 먼저 공부해 직원들을 위한 강연집을 만들었다”며 “위성통신 사업을 끈기 있게 밀어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도 했다. 유 대표의 뚝심과 리더십으로 제노코는 국내 대표적 위성통신 기업으로 한 단계씩 발전했다.

2013년 제노코는 720Mbps급 X-밴드 트랜스미터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X-밴드 트랜스미터는 주파수 X대역(8.025~8.4GHz) 데이터 송신기를 가리킨다. 이후 2016년 기술을 고도화해 고해상도 대용량 데이터를 320Mbps로 전송하는 송신기도 개발했다. 2010년 후반에는 글로벌기업과 본격적으로 협업을 시작했다. 2017년 제노코는 에어버스 디펜스앤드스페이스(Airbus D&S)와 위성운용국 계약을 체결해 사업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최근에는 위성 발사체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에도 착수했다. 정부 주도로 개발 중인 차세대 경량화 위성 발사체 프로젝트 ‘에비오닉스(Avionics)’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덕분이다.

유 대표는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의 세계 최고 수준 전기전자·통신 기술은 항공우주산업에 견고한 토대가 될 것”이라며 “기술에는 생명력이 있어 기술이 새로운 기술을 낳기 마련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주도 아래 핵심 기술이 융합하면 글로벌 강국을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우주항공청 개청이 다소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실기(失期)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미래가 탄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노코의 올해 목표는 국내 항공우주 기업으로서 브랜드 가치 1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유 대표는 “제노코는 성실과 정직으로 일궈낸 회사”라며 “제노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제노코의 가장 큰 경쟁력은 위성통신 산업과 관련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이라며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 우뚝 서겠다”고 강조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202403호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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