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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대 파이오니어 | JDC의 거대한 도전 

국제자유도시 프로젝트로 홍콩, 싱가포르 능가하는 제주 만든다 

글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사진 전민규 기자
제주신화역사공원 등 6대 프로젝트 2기 시행계획 발진…항공우주박물관 개관, 최고 수준의 명문 국제학교 탄생으로 탄력받아

▎항공우주박물관에서는 각종 우주 탐사선과 장비의 작동원리를 학습할 수 있는 시설이 다수 설치돼 있다. 미 NASA가 화성에 착륙시킨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제주 남서부 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제주국제자유도시 제 2기 시행계획이 확정되면서 관광·휴양도시 등 복합 국제자유도시의 중심지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제주영어교육도시, 제주신화역사공원, 휴양형 주거단지, 혁신도시, 첨단과학기술단지, 헬스케어타운 등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추진하는 6대 핵심프로젝트는 남서부권의 스카이라인을 확 바꿔놓을 전망이다.

대표적인 수혜지역이 모슬포항 일대다. 영어교육도시 제주신화역사공원, 휴양형주거단지 개발 영향권에 속해 있는 모슬포항은 최근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는 것은 물론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상권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6대 핵심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서귀포는 생물권보존지역과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 타이틀을 보유한 도시”라며, “최근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는 것은 물론 상권이 활력을 넘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영어교육도시는 현재 NLCS 제주(사립, 영국)가 74학급 1508명, BHA(사립, 캐나다)가 60학급 1212명, KIS Jeju(공립)가 21학급 504명, KIS High School이 20학급 480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향후 추가로 SJA Jeju(St.Johnsbury Academy Jeju, 미국)이 초·중·고등학교 통합과정(1250명)을 운영할 예정이다. 개교 목표는 2016년 9월이다.

제주영어교육도시는 오는 2021년까지 사업이 시행되며 개발규모는 379만㎡에 달한다. 개발이 모두 끝나면 9천 명 정원의 7개 학교, 영어교육센터, 외국교육기관, 주거 및 상업시설 등이 갖춰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부터 NLCS 제주에서 배출한 졸업생들이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등의 세계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시작으로 영어교육도시 졸업생 상당수가 아이비리그에 진학하면서 영어교육도시는 아시아의 교육허브로 주목받고 있다.

신화역사공원 개발 카운트다운 돌입

399만3천㎡ 규모의 제주신화역사공원도 지난해 9월말 중국 란딩그룹과 1조 8천억 원 규모의 투자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한중일 등 동북아 문화와 제주신화역사를 소재로 한 쇼핑·휴양·식음·위락이 어우러진 4계절 복합 전천후 종합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제주신화역사공원 조성이 궤도에 오르면서 제주 서귀포의 부동산 값도 뛰고 있다. 특히 서귀포 모슬포항 일대 부동산은 투자 광풍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지가 변동률’에 따르면 2월 전국 땅값은 1월 대비 0.14% 상승했다. 반면 제주 서귀포시의 땅값은 전월보다 0.53%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모슬포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모슬포항 일대는 매물을 내놓는 사람이 없어 땅값도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크게 오르고 있다”며 “지난해 초만 해도 3.3㎡당 30만원 선이던 대정읍 구억리 중산간도로 인근 빈 땅 조차도 최근 90만원에 거래됐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JDC에 따르면 4월 26일 제주신화역사공원 복합리조트 조성을 위해 홍콩 ‘란딩국제발전유한회사’와 싱가포르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겐팅 싱가포르’가 각각 1억5천만 달러를 입금한 데 이어 토지대금 1360억 원도 완납했다.

JDC 관계자는 “제주 신화역사공원 A, R, H지구(251만9627㎡)에는 2018년까지 약 2조4천억 원을 투자해 페르시아·히말라야·아메리카(잉카), 이집트·브리티시 등 동서양의 신화·역사·문화를 핵심테마로 하는 테마파크가 들어설 예정”이라며 “또 오리엔탈 및 유러피안 테마스트리트, 세계식음테마관, 관광호텔, 컨벤션센터, 휴양리조트 등도 함께 갖춘 동북아 최고 가족형 복합리조트로 조성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테마파크는 겐팅 싱가포르가 직접 디자인해 건설하고 유니버설스튜디오 운영시스템도 도입된다.

겐팅 싱가포르는 최근 복합리조트 조성계획을 제주도에 제출하고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는 6월부터 2018년 리조트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제주시 관계자도 “신화역사공원에 우리가 늘 꿈꾸어오던 도쿄 디즈니랜드, LA유니버설스튜디오에 버금가는 제주 신화와 문화콘텐트를 함축하는 새로운 테마를 소재로 하는 창조적인 대형 테마파크가 들어서게 된다”고 밝혔다.

JDC 측은 “개발사업자가 인허가도 받기 전에 3억 달러를 제주에 예치한 것은 확고한 사업추진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며 “복합리조트가 완공되면 고용인원만 7천 명에 이르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싱가포르 센토사 복합리조트 내의 테마파크인 유니버설스튜디오에는 4D 슈렉, 트랜스포머, 쥬라기공원, 워터월드, 세사미 스트리트 등 모두 7개 구역에 할리우드 영화를 핵심테마로 한 23개 놀이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곳은 약 380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갈 정도로 동남아 최고의 테마파크로 떠오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신화역사공원 조성 사업은 중국자본 투자에도 불을 지피고 있다. 중국 관광객이 2012년 108만 명, 지난해에는 181만 명으로 67%나 증가하면서 현재 중국계 기업들도 제주 리조트 사업에 속속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과 싱가포르를 능가하는 국제도시 제주 프로젝트가 본 궤도에 오르고 있는 느낌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일대 약 33만㎡ 부지에 들어서 4월 24일에 개관한 제주항공우주박물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시설과 규모를 자랑한다.




▎항공우주박물관에는 각종 비행물체를 실제와 흡사하게 작동해볼 수 있는 첨단 시뮬레이션 장비가 설치돼 있다.
미국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과 제휴

JDC의 프로젝트 중 최근 개관해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 제주항공우주박물관(Jeju Aerospace Museum, 이하 JAM)이다. 제주공항에서 평화로를 따라 대략 40분을 달리면 멀리 우주선 모양의 거대한 물체가 나타난다.

이 비행체는 금방이라도 우주를 향해 힘차게 솟아오를 것 같은 역동적인 모습이다. 4월24일 개관한 JAM은 JDC가 항공과 우주를 테마로 해 교육과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한 체험형 항공우주 전문박물관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일대 32만9838㎡(약 10만 평) 부지에 지상 3층(전망대 제외), 지하 1층 등 건축 연면적 3만167㎡(약 9100평)에 총 사업비만 1150여 억원이 투입됐다. 개관 직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해 아직은 한산한 편이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1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려 우주항공의 지적 엔터테인트먼트를 만끽했다.

JAM은 크게 1층 항공역사관, 2층 천문우주관과 테마체험관, 3층 식음 및 상업시설 그리고 전망대와 야외전시장 및 캠핑장으로 구성된다. 3층 규모라 하지만 전망대를 포함하면 무려 40m에 달하는 높이다. 공군이 기증해 야외에 전시된 수송기 등 대형 항공기들을 지나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면 30m에 달하는 천장고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그 높은 공간에 항공기 수십 대가 다양한 높이와 각도로 공중에 매달려 있다. 6·25 당시의 전투기와 함께 얼마 전까지 실전에 배치됐던 공군 전투기도 눈에 띈다. 시동을 켜면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다.

에어홀은 흥행에 성공한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JAM을 계획할 때부터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제작 배경이 된 미국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 재단과 협약을 맺고 다양한 기술지원을 받았다. 그래서 1층 에어홀을 지나면 40여 가지 작동모형을 통해 비행원리를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HOW THINGS FLY’를 그대로 도입할 수 있었다. 우선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첫 비행에 성공했던 ‘플라이어호’가 실물크기와 형태로 복원돼 있다.

또 공군이 기증한 실제 비행기 35대를 공중에 매달아놓거나 지상 전시해 항공기마다 얽힌 사연을 엿볼 수 있다. 전투기 측면을 절개해 비행기 구조를 볼 수 있도록 했는가 하면, 항공시뮬레이터를 통해 잠시 조종사가 되어 하늘을 나는 가상체험도 가능하다.

2층은 천문관이다. 고대 문화에 내재된 조상들의 천문학적 지혜와, 관측기술의 발전으로 우주탐험시대를 열어가기까지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화성 탐사로봇인 ‘큐리어시티’의 1:1 모형과 우주정거장 모듈이 재현되고 지난해 1월 30일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역사적인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가 실제크기 모형으로 제작돼 추진체 로켓 등 내부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JAM은 교육적인 재미와 체험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의 효용과 가치를 강조한다. 2층 테마관이 그런 곳이다. ‘오감으로 체험하는 우주여행’을 모티브로 모두 5개의 존으로 이뤄졌다. 한번에 15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폴라리스(5D 써클비전)는 살아있는 입체영상이 360도 전체 면(높이 5m, 전체길이 50m의 대형스크린)에 펼쳐진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최첨단 신개념 영상관이다.

우주캡슐을 테마로 한 ‘오리온’도 꼭 들러야 할 박물관 내 명소다. 인터랙티브 기반의 3축 방식 모션베이스의 시뮬레이터로 관람객은 가상현실 환경을 통해 우주비행사가 되어 우주 탐험 체험을 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시뮬레이터 제작사인 러시아 트랜사스 그룹의 작품이다.


▎박물관 에어홀은 영화 <박물관이 살아 있다>의 무대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영화의 제작 배경이 된 미국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 측과 협약을 맺고 다양한 기술지원을 받았다.
그 밖에 우주를 테마로 한 인터랙티브 기반의 가상현실 극장인 아리어스(영상교육관)는 전면에 설치된 30m의 초대형 파노라마 스크린과 27개 개별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콘텐트를 학습하고 직접 우주선을 타고 실제 우주여행을 하는 듯한 몰입감과 현실감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각종 항공우주관련 세미나와 전시 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는 회의장이 마련되고 박물관 부지 내에 110실 규모(500인 수용 가능)의 항공우주호텔이 개관 일에 맞춰 문을 열었다.

해외 명문대 가려면 제주국제학교로 가라

아시아 지역 최대 규모의 항공우주박물관이라는 점에서 JAM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항공우주산업 발전에도 적지 않은 효과가 기대된다.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측면에서도 탁월한 콘텐트를 자랑한다. JDC 분석결과 개관시점부터 향후 20년간의 운영을 놓고 봤을 때 생산유발효과는 9083억 원, 고용유발효과는 5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다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의 운영이 문제다. JAM 관계자는 “박물관의 특성상 운영 적자가 우려되는 가운데 적극적인 수익사업 모델을 수립해 관람객 유치를 극대화해야 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항공우주박물관 개관과 함께 최근 JDC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는 존재가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 ‘NLCS 제주’다. ‘NLCS 제주’는 영국의 명문 기숙학교 ‘North London Collegiate School’의 제주 분교다. 영국 최상위 사립학교 수업을 제주에서도 배울 수 있는 학교 시스템으로, 국제자유도시 제주를 상징하는 교육기관이라 할 수 있다. 학습관을 비롯해 음악·미술실, 스튜디오, 수영장, 농구·배구장, 기숙사, 의료센터 등 학업과 생활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다. ‘NLCS 제주’는 유치원부터 13학년까지 운영되며, 현재 유치원부터 11학년까지 총 434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올해 6월 이 학교 첫 졸업생들이 거둔 성취는 탁월하다. 졸업생 56명 가운데 국내 대학 진학을 앞둔 4명을 제외한 52명 전원이 해외 명문대학 입학 허가를 받았다. 이 중 46명이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등 세계 100위 내 대학에 입학을 허가받은 성과를 거뒀다. 세계 100위권 대학은 지난해 QS 세계대학평가(QS World University Rankings 2013) 기준으로, 케임브리지(3위)·옥스퍼드(6위)·UCL(4위) 등 최상위권 대학이 다수 포함돼 있다. QS 세계대학평가에는 국내 대학 중 서울대(35위)와 KAIST(60위)만 100위 안에 들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케임브리지 2명, 옥스퍼드 1명, UCL(University College London) 2명, 킹스 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 4명, 맨체스터대 11명이 이들 대학의 조기입학 허가를 받았다. 최종 합격은 이들이 IB(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과정을 이수한 후 결정된다.

IB는 북미·아시아·유럽 지역의 국제 표준 교과과정 프로그램으로 세계 유명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을 위한 과정이다. IB 디플로마는 2년에 걸쳐 수료하게 되는데, ‘NLCS 제주’에서는 12, 13학년 학생들이 이 과정을 거친다. 총 6개의 과목(영어·외국어·사회·과학·수학·예체능)을 공부하는 방식이다.

김한욱 JDC 이사장은 “NLCS 제주가 영국계 사립학교여서 북미 대학 입학성과는 미비할 것이라는 일부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는 성과가 나왔다”면서 “국내 명문대 진학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제주의 국제학교는 타 지역 외국인학교와 달리 국내 유학수요의 외국 유출을 막고 글로벌 인재를 국내에서 양성하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우리나라 학생들이 외국학생들과 함께 어우러져 공부할 수 있도록 외국인 학생 유입노력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뒤 쪽 인터뷰 기사 참조)

크리스토퍼 브롬험 NLCS 제주 커리큘럼 교장도 “최고의 학생들을 최고의 학과 수업으로 가르치고 있는 만큼 이런 훌륭한 결과가 놀랍지만은 않다”며 “내년에도 우수한 성과가 이어질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NLCS 제주’에 입학한 학생들은 예능과 체육 활동을 영국 본교에서 직접 뽑은 전문교사들에게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자율학습, 보충수업, 문제풀이가 없는 학교

‘NLCS 제주’ 학생들은 해외 명문 학교와의 비교에서도 우수한 학업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2013년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학생들이 실력을 겨루는 ‘Intermediate Maths Challenge’에 참가하여 총 60여 만 명의 참가 학생 중 5명이 전체 상위 0.008%에 해당하는 상위 50명에 드는 성적을 거둬 최종 결선 대회라 할 수 있는 ‘Intermediate Mathematical Olympiad and Kangaroo’ 출전 자격을 얻었다. ‘NLCS 제주’ 학생들은 이미 2012년에도 종합점수에서 영국 이튼 칼리지(Eton College), 윈체스터 칼리지(Winchester College)에 이어 세인트 폴스 스쿨(St. Paul’s School)과 함께 공동 3위를 기록했다.

6월 졸업 후 런던정치경제대학 입학 예정인 박지영 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국의 국제학교에 다닌 경험이 있다. 2011년 ‘NLCS 제주’에 입학하고 나서야 완벽한 국제학교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입학 직후부터 시사동아리 활동을 했던 것이 계기가 돼 국제정치와 경제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런던정경대학에 입학해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것이 박양의 포부다.

“매주 이슈가 되는 주제를 가지고 멤버들과 토론을 했는데, 주로 미국 대선 문제, 중국과 티베트 분쟁, 시리아 내전, 한일 간의 독도문제 등이 이슈였어요. 멤버들이 미리 자료를 조사하고 이슈에 대한 원인과 과정, 그 결과가 국제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저희가 1년 동안 토론한 내용을 정리한 전시회를 가졌을 때가 가장 자랑스럽고 뿌듯했습니다. 선생님이 내주는 과제가 곧 공부였어요. 한 주 배운 것을 조사해 에세이를 쓰고, 이론을 먼저 이해해야 하지만 그 이론을 자기 방식으로 분석·평가하는 과정이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 공학과에 입학예정인 박지용 군은 어릴때부터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제주과학고 입학시험에서 떨어지고 제주도 내 일반고교를 다녔는데, 보충수업에 야간 자율학습까지 해야 하는 학교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했다. ‘NLCS 제주’에 입학한 후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박군은 케임브리지 대학 공학과에서 ‘재활의학’을 공부해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NLCS 제주 수업은 외부인의 시각으로 보면 설렁설렁 공부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학교는 문제풀이식 공부를 하지 않아요. 이론과 원리의 근본적인 이해를 강조하고, 무엇을 하든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답을 탐구하기 위한 자기주도적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박군은 방과 후 오케스트라반에서 작곡도 하고 주말에는 야외활동으로 암벽등반도 했다. 11, 12학년 때는 오케스트라 친구들과 ‘길거리 콘서트’를 기획하고 연주를 해 그 수익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전동 휠체어·인공망막·의수 의족 등의 개발과 같은 재활의학을 가장 잘 연구할 수 있는 곳으로 공학 계통이 강한 케임브리지 대학을 선택했다.

이한슬 양은 옥스퍼드 대학 물리학과 입학 예정이다. 어려운 물리를 이해하기 위해 관련서적을 많이 탐독했다고 한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입자물리학 공부해 ‘세른(CERN)’의 연구자가 되는 꿈을 꾼다. ‘세른’은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의 약칭이다. 1953년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13개국이 원자핵 공동연구를 위해 만든 기관이다. 제네바의 중앙연구소에 세계 최대 원자핵가속기(3천억 eV)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뮤지컬 음악을 좋아해서 방과후 기숙사에서 뮤지컬 OST를 들으며 공부 스트레스를 해소했죠. 공부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어요. ‘NLCS 제주’의 공부 방식은 암기식이 아니란 걸 미리 알아야 해요. 물리과목도 토론수업으로 진행하죠. 선생님이 문제를 제시하면 학생들은 수업 전에 예습해 간 것을 토대로 그 내용을 토론하고 선생님은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요. 이곳 선생님은 학생이 아무리 엉뚱한 질문을 해도 친절하고 성의 있게 답을 해주니까,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져요. 앎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라면, 모른다는 것이 창피한 일이 아니라는 거죠.”


▎‘NLCS 제주’의 학생과 교사의 비율은 약 7대 1을 유지한다. 수업은 교실뿐만 아니라 캠퍼스 전체 곳곳에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이뤄지기도 한다.
‘NLCS 제주’는 2011년 9월 개교했다.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처음 문을 연 명문 사립학교로, 163년 전통을 지닌 NLCS의 첫 해외 캠퍼스다. 뛰어난 학업적 성공 비결은 교육 이념과 교육 과정의 특성에 있다. 먼저 영국 본교와 동일한 교육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대원칙이다. 본교와 커리큘럼도 같고, 교사진도 본교에서 직접 선발한다.

학부모의 역할 지원하는 ‘튜터 시스템’

‘NLCS 제주’의 수업은 탐구 중심의 학습 토론 및 활동에 중점을 둔다. 물론 전문교사들의 충분한 가이드라인과 백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서다.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과 분석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수업을 진행한다. 영국식 교육과정 특유의 ‘책임감과 강한 자부심’ 배양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학생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위험을 감수하며, 도전의 열정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례로 ‘NLCS 제주’는 학생들의 ‘발표 활동’에 큰 의미를 둔다. 매 학기 초 모든 학생이 각자 자신 있는 주제로 학급 내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발표 활동이 익숙해진 후에는 강당에서 발표하게 된다. 끊임없는 참여수업과 다양한 발표활동은 영국식 명문 교육의 특징 중 하나로, 학생들은 발표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배움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학생을 중심으로 놓고 학부모와 교사 간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이 학교 시스템의 특징이다. 학부모의 역할을 지원하는 이른바 ‘튜터 시스템’이다. 예컨대 학생이 친구들과의 문제로 어려워하는 경우 교사와 학부모, 친구가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모든 학생에게는 문제가 있을 때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지도교사가 배정되며, 특정 교과목에 자질이 뛰어난 학생에게는 해당 교사가 학부모와의 상의를 통해 일대일 개인지도를 제공하기도 한다. 다양한 과외활동의 적극적인 지원은 이 학교의 가장 큰 특장 중 하나다. 100가지 이상의 ‘클럽 동아리 활동’을 제공한다. 월요일 방과 후 모든 학생은 노래, 축구, 창의적인 글쓰기, 연설과 같은 하우스 대항전에 참여한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제공되는 다양한 교과 외 활동은 전문적인 클럽으로 체스, 도자기 공예 활동과 함께 스포츠 팀, 오케스트라 리허설 등을 포함한다. 토요일 아침에는 모든 학생이 다양한 교과외 활동 중 한 가지를 선택해 한 학기 동안 활동하게 되며, 태권도·스쿠버다이빙·승마·산악자전거 등과 같이 학생들에게 도전의식을 장려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협동심과 모험심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1406호 (201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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