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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포커스 | 한국판 ‘코아비타시옹’(동거정부) 남경필 연정(聯政)의 여야 셈법 

경기도, 여당 출신 도지사와 야당이 추천한 부지사의 ‘협치’ 선언… 최대 수혜자는 남경필 지사, 실패하면 야당에 정치적 타격 전망 

경기도가 한국정치의 적폐로 지적됐던 승자독식을 깨보겠다며 권력분점 성격의 ‘연정’ 실험에 들어갔다. 여당 출신 도지사와 야당이 추천한 사회통합부지사가 손잡고 협치(協治)를 통해 도정을 운영해보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경기도식 연정’의 속사정과 셈법을 들여다봤다.

경기도의회 야당의 사회통합부지사 파견 결정으로 경기도의 연정이 본 궤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8월5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연정 실현을 위해 경기도의회 새정치민주연합 김현삼 대표의원, 새누리당 이승철 대표의원과 정책합의문을 발표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인구 1240만 명에 서울시 면적의 16.7배를 관할하는 국내 최대 지방정부인 경기도는 현재 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가 한창이다. 연간 17조원(2015년 예산안)을 주무르는 경기도는 매년 11월이면 지난 1년간 집행부에서 시행한 사업을 도마에 올려놓고 점검하는 도의회의 경기도에 대한 행정사무감사가 깐깐하기로 소문나 있다. 전임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행정사무 감사 때면 늘 홍역을 치렀다.

5선의 국회의원 출신으로 지난해까지도 국회에서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며 정부부처 인사들을 추궁하기에 바빴던 남경필(49) 도지사도 지금은 입장이 바뀌어 도의회에 불려 나와 신참 도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진땀을 흘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남 지사는 표정이 밝아지고 행보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예상치 못한 안전사고였던 지난 10월 17일 성남시 분당구 ‘판교 환풍구 참사’ 충격의 후유증에서도 완전히 벗어났다고 한다.

남 지사의 이런 자신감은 야당에 제안한 연정(聯政)이 최근 성사를 앞두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로서는 정치생활 20년의 경험을 토대로 연정의 파트너인 야당의 협조를 받아 소신껏 경기도를 운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지사가 지난 5월 지방선거 공약으로 제안한 야당과의 연정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경기도의원들이 지난 10월 27일 의원총회를 열고 연정의 핵심인 ‘사회통합부지사’ 파견을 결정하면서 5개월여 만에 본 궤도에 올랐다. 경기도의회 새정치연합 의원들을 대표하는 김현삼 의원은 이날 “사회통합부지사 파견 결정으로 경기도의 연정이 본격적으로 출발했다”고 선언했고, 남 지사도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 ‘넥스트(next) 정치’의 시작인 연합정치가 오늘 큰 진전을 이뤄냈다”고 화답했다.

4조원 예산권 쥐게 될 사회통합부지사


최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표정이 밝아지고 행보에 탄력이 붙었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연정이 성사된 데 따른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사진은 11월 11일 ‘사랑의 김장 담가주기’ 행사장의 남 지사.
경기도의회 새정치연합이 11월말까지 사회통합부지사 후보를 추천해 남 지사가 임명하면 경기도의 연정이 닻을 올리게 된다. 새정치연합은 현재 내부적으로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적합한 부지사 후보를 공모 중이다. 경기도의원 출신 명망가가 추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한다.

사회통합부지사가 임명돼 업무를 시작하면 소속 정당이 다른 도지사와 부지사가 함께 도정을 운영하는 초유의 실험이 된다. 정치적으로는 프랑스에서 좌·우파가 대통령과 총리를 나눠 맡아 국정을 함께 수행하는 ‘좌우 동거정부’를 뜻하는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의 한국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같은 연정은 또 고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제안했던 ‘대연정’ 모델과도 비슷하다. 독일식 연정 형태인 소연정은 다당제에서 2~3개 정당이 서로 연합하는 형태이지만 우리나라처럼 양당제 체제에서의 대연정은 협치(協治)의 의미가 크다. 요즘 정치권의 개헌론에서 회자되는 ‘분권형 대통령제’에 비유해 ‘분권형 도지사’라는 표현도 쓴다.

사회통합부지사를 추천하는 것이 왜 경기도 연정의 핵심일까? 경기도는 남경필 지사 취임 이후 과거 정무부지사의 이름을 사회통합부지사로 바꾸고 경기도의 보건복지국·환경국·여성가족국 등 3개 국과 경기복지재단 등 산하 공공기관을 관장하도록 했다. 여기에 기존 정무 역할을 수행하는 대외협력담당관도 배치된다. 사회통합부지사는 정무 기능 뿐만아니라 관련업무를 담당할 인사 추천권과 예산 편성권도 갖는다. 관련 부서의 공무원 1700여 명에 대한 인사권과 4조4천여 억원의 예산을 다루는 막강한 자리다.

경기도 예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돈을 주무르게 된다. 물론 부지사 단독으로 결정하지 않고 도지사와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역대 경기도 부지사 가운데 가장 ‘힘센’ 부지사가 된다. 남경필 지사가 말끝마다 사회통합부지사를 권력분점의 상징으로 들먹이는 것도 과장은 아니다. 이처럼 경기도 조직의 일부를 야당에 내어주는 셈이니 ‘공동 지방정부’ 형태를 갖춘 셈이다.

‘남경필식 연정’이 성사되기까지는 우여곡절과 진통이 컸다. 핑퐁게임을 방불케 하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남 지사가 취임 이후 사회통합부지사 추천권을 야당에 넘기겠다고 제안하자 연정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쥔 새정치연합은 독일정치의 사례를 거론하며 정책 협의부터 하자고 역제안했다.

이에 남 지사는 경기도의회의 여야 의원들과 ‘경기도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정책협의회’를 결성해 전권을 주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후 정책협의회는 지난 8월 5일, 내년부터 생활임금(주거비와 식비 등 최소 생계비용 외에 의료비와 문화비도 포함한 임금으로 최저임금보다 30% 가까이 높다)을 지급하고,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등 20개 항의 정책 합의문을 발표했다. 남 지사는 지난 9월, 정책 합의를 실천하기 위해 자신이 지명한 경기도시공사 사장, 경기문화재단 대표, 경기개발연구원장,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대표 등 4명에 대해 야당이 장악한 도의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야당을 배려했다. 그 과정에서 1명의 후보가 낙마하는 아픔도 겪었다. 이 같은 정책 합의문 작성이나 인사청문회 역시 우리나라 지방자치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야당의 연정수용 명분은 상생과 협력


경기도의 연정 협상은 지난 5월 첫 제안 이후 반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남경필 지사가 진정성을 담아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고 소통을 시도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남 지사의 연정 추진 의지는 강했지만 새정치연합은 사회통합 부지사 추천과 관련해 통일된 당론을 내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도의회 의원들마다 의견이 달랐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의원이 남 지사가 연정을 제안한 진의(眞意)를 의심했다. 남지사가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높이고 연정을 리더십의 성공사례로 삼기 위해 제안했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연정이 남 지사의 정략이라는 시각은 새정치연합 도의원들 사이에 지금도 적지 않게 퍼져 있다. 의원총회 때 사회통합부지사 파견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도의원 A씨는 “연정은 야당 입장에서는 남 지사 좋은 일만 시켜주는 꼴이다. 연정의 과실은 남 지사가 다 챙겨가고 야당은 책임만 같이 뒤집어쓰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 지사가 처한 정치적 상황도 불신을 증폭시켰다. 남 지사는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에 겨우 0.8%포인트 차로 신승했다. 도의회의 현재 의석구조는 재적의원 128명 중 새정치연합이 78명, 새누리당이 50명인 양당제 구조다. 과반을 장악하고 있는 야당의 협조 없이는 도지사가 의욕을 갖고 있어도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연정은 남 지사가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자 생존책이기도 했다. 도의원들이 남 지사의 연정 제안을 정략이라고 보는 이유다.

하지만 남 지사의 진정성을 믿어보자는 기류도 강했다고 한다. 우선 지역 민심이 남 지사의 제안에 긍정적이었다. 극한대결을 일삼기 일쑤인 정치권에 실망한 지역 유권자들에게 지방정부에서부터 먼저 권력을 나눠가지고 협력하겠다는 연정 선언이 신선하게 비쳐졌던 것이다. 경기도는 김문수 도지사 재임 시절에도 도의회와 갈등이 깊어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도의회의 여당 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야당 의원들과 몸싸움하는 일이 잦았다.

정치는 명분 싸움이다. 새정치연합이 남 지사의 연정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야당이 상생과 협력을 거부하고 정쟁만을 일삼으려는 세력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 도의회 새정치연합 김현삼 대표의원이 10월 27일 “우리 정치가 대결과 갈등이 아니라 상생과 협력을 통해 민생을 보살펴야 한다는 바람이 연정의 근거”라고 누차 강조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사회통합 부지사 파견 문제가 지지부진했던 데는 ‘자리’가 주는 유인(誘引) 효과도 무시할 수 없었다. 도의회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지난 지방선거 때 새정치연합 경기도당(위원장 김태년 국회의원)이 남 지사의 연정 제안을 덜컥 수용하면서 부지사 추천권은 경기도지역 국회의원들이 장악하고 있는 경기도당이 쥐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지방선거로 당선된 도의원들 내부에서 “도의회 몫인 부지사 자리를 왜 국회의원들이 가져가느냐?”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중앙당과 도의원들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여기에 연정 참여로 도의회 고유의 집행부 견제기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 소장파 의원 상당수가 공개적으로 연정 참여를 반대했다. 이처럼 경기도의회 새정치연합 내부의 계파간의견이 일치되지 못한 가운데 지난 8월 경기도의회 새정치연합의 첫 의원총회가 열렸다. 결국 재적의원 78명의 52.6%인 41명이 반대해 사회통합 부지사 파견안이 부결됐다. 새정치연합 국회의원들이 받아들인 연정을 당사자인 도의원들이 투표로 무산시킨 셈이 됐다.

남 지사의 물밑 설득과 통 큰 제안


김현삼 경기도의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원(사진 가운데)은 10월 27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제안한 연정의 핵심 과제인 사회통합부지사를 파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남경필 지사가 다시 의원들을 만나 물밑작업에 나섰다. 남 지사는 자신이 국회의원 시절에 경험한 여야 대결구도와 승자독식의 폐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는 “2008년 말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한·미 FTA 비준 건으로 해머까지 등장하는 폭력사태를 겪었다. 그때 정말 우리 정치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걸 절감했다”며 “연정이 정착되면 진영논리에 근거한 대결은 사라진다. 연정을 성공시켜 권력을 나누면 여야가 싸우지 않고도 성숙하게 문제를 풀어나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설득했다.

남 지사는 각개격파 전술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자 회심의 한 방을 내놓았다. 사회통합부지사에게 실질적인 예산 편성권과 인사 추천권도 보장하겠다는 통 큰 제안이었다. 경기도의 2016년 예산편성이 시작되는 내년 4월부터 부지사와 예산협의를 시작하겠다며 구체적인 타임스케줄까지 밝혔다. ‘자리’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도 주겠다는 적극적인 프러포즈에 새정치연합 인사들의 기류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후 새정치연합 경기도당과의 물밑 협상을 통해 사회통합부지사 자리를 도의회 몫으로 확실하게 보장받게 되면서 부지사 추천 문제는 급물살을 탔다. 부지사 파견에 묵시적으로 동의한 새정치연합 몇몇 간부는 의원총회 때 부지사 파견에 반대표를 던진 도의원들을 은밀히 탐문해 설득작업에 나섰다. 남 지사도 상생과 협력으로 민생을 돌보겠다는 연정의 명분을 연일 언론을 통해 강조하며 장밋빛 애드벌룬을 띄웠다. 이런 과정을 거쳐 첫 표결로부터 2달 뒤인 10월 27일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 78명 가운데 55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36명, 반대 18명, 기권 1명으로 부지사 추천이 결정됐다.

사회통합부지사 파견이 결정됐지만 현재 새정치연합 내부의 각 분파가 생각하는 추천 인사가 달라 합의추대가 쉽지 않다고 한다. 경기도의회 새정치연합 분파는 중앙당의 계파정치 못지 않게 복잡하다. 김현삼 대표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주류계, 강득구 도의회 의장 중심의 비주류계, 486 강경파,손학규 전 의원의 계파 등이 있다. 의견이 통일돼 부지사 후보가 추천되더라도 마지막 관문인 사회통합부지사의 인사청문회 개최 문제가 남아 있다.

경기도와 도의회 여야가 합의한 20개항의 정책합의문에는 도지사가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명기돼있다. 사회통합부지사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새정치연합은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에 대한 청문회에 난색을 표명하는 반면 도의회 새누리당은 규정대로 청문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돼야 경기도 연정이 시작되는 셈이다. 남경필 지사는 부지사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최 논란과 관련해 큰 무리 없이 여야 합의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경기도의 연정 추진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양대 진영으로 나뉘어 적대적이던 정치가 협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실험이다.”(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반응이 대표적이다. 여의도 정치권도 경기도의 연정 실험이 구체화되자 경기도를 주시한다. 최근 정치권의 화두인 개헌론의 핵심 주제가 권력분점인 만큼 경기도의 연정은 이 같은 권력분점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반면, 차기를 노리는 여야의 잠룡들은 남경필 지사가 연정의 성공으로 젊은 대권주자로 발돋움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눈치가 엿보인다.

‘선거로 나타난 민의 왜곡’ 비판도 남아


경기도는 연정 합의에 따라 지방정부에서는 처음으로 도지사가 지명한 공공기관장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아직 사회통합 부지사가 공식 추천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도의 연정 성공 여부는 속단하기 힘들다. 외국으로 눈을 돌려보면 연정은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좌우 대연정처럼 이념이 다른 정당이 정권을 구성하는 형태가 많다. 남경필 도지사가 새정치연합에 제안한 연정 모델은 ‘독일식 연정’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독일의 연정은 독특한 독일 정치문화의 산물이다. 양당제인 우리나라와 달리 다당제인 독일에서는 다수당이라고 해도 여간해서는 과반수를 넘기기가 어려워 연정이 필수다.

독일정치에서 연정은 의원내각제 형태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한 주(州)의 주지사를 따로 선출하지 않고 연합정부를 구성한 다수당의 의원이 맡는다. 주정부의 장관(도청의 실·국장)도 연정에 참여한 지방의원들이 맡는다. 주지사가 집행 불신임을 받게 되면 의회가 해산하고 다시 선거를 치러 주정부를 구성한다. 하지만 경기도가 추진하는 연정은 이 같은 독일의 연정과 차이가 있다. 경기도는 집행부 불신임이나 의회해산 같은 제도가 없다. 도지사의 파트너인 사회통합부지사와 협치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남경필 지사는 독일식 ‘연합정부’가 아닌 ‘연합정치’라는 말을 쓴다.

독일의 정치에 밝은 전문가들은 ‘남경필식 연정’의 한계로 상호 ‘신뢰’가 깨졌을 때 어떠한 안전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경기도의 부지사는 모두 3명이다. 새누리당 소속인 남 지사 곁에는 행정1부지사, 행정2부지사가 있다. 새정치연합은 사회통합부지사 1명뿐이다. 협치라고 하지만 만약 도지사와 부지사 간에 의견이 갈리게 될 경우 세 대결에서 한참 밀린다. 이럴 경우 남 지사가 연정의 기치로 내건 권력 분점은 정치적 수사에 그칠 수 있다. 경기도가 3개 실국을 사회통합부지사가 관할하도록 하고 인사추천권과 예산편성권까지 준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법적 근거가 없어 남 지사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한계도 있다. 만약 남 지사와 갈등을 빚어 사회통합부지사가 사퇴라도 하게 된다면 또 다른 인물을 추천받아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재추천을 거부한다면 그날로 연정은 파기되고 만다.

연정 추진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의회의 기능 강화다. 그런 점에서 몇몇 경기도의회 의원은 연정의 문제점으로 견제 세력으로서의 도의회의 기능 약화를 지적하기도 한다. 6·4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유권자들의 민의(民意)는 집행부는 새누리당을, 도의회는 새정치연합을 선택한 것인데, 연정은 대의정치에서 선거로 나타난 민의를 왜곡한다는 것이다.

“집행부와 의회의 긴장은 필수요소다. 하지만 연정을 한다면 집행부와 의회가 일종의 공동정부가 되기 때문에 의회의 견제기능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도의회가 사라지는 꼴이다.” 경기도의원 B씨의 말이다. B씨는 도의회 새정치연합이 4년 뒤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의회의 견제기능이 약화되면서 정책집행의 잘못으로 집행부와 한묶음으로 도민의 지탄을 받게 될 경우 다음 지방선거에서 야당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호된 심판을 받게 되리라는 것이다. 사회통합 부지사 자리에 소탐(小貪)하다 다음 선거에서 새정치연합 도의원들이 대거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아 낙선하는 대실(大失)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회를 대표하는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략적 제안보다 법제화가 더 중요

경기도의회의 연정참여로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약화되면 도의원들의 ‘도덕성’이나 윤리 문제도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의원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들려줬다. 새정치연합 당원으로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인 W의원이 지난 2011년 9월 모친을 피감기관인 경기도의료원에 입원시켜 놓고 병원비 일부를 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한다. 경기도의료원이 W의원의 어머니를 노숙자 명단에 끼워 넣어 특혜를 준 것이다. 나중에 사건의 진상이 알려지면서 W의원은 문제가 된 병실료 370여 만원을 완납했지만 사과 성명 하나 없이 현재까지도 도의회 상임위원직을 사퇴하지 않은 채 경기도에 대한 행정 사무감사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도의회의 견제 기능과 자체 감시 기능이 약화될 경우 비슷한 사례가 빈발할 수 있다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

연정이라는 정치형태는 독일처럼 내각책임제 정부 형태에서 자연스러운 제도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연정을 시행하려면 제도적인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원 C씨는 “실질적인 의미의 ‘연정’이 성공하려면 자리의 분점만이 아니라 정책의 분점과 도의원의 집행부 참여가 가능해야 한다”며 “독일처럼 현역 도의원이 장관(도청의 실·국장)으로 참여하는 방법을 제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당 의원 중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임하거나 지방의회 의원이 집행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현행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의원내각제 형태로 운영해보자는 주장이다. 현행 법률은 국회의원은 정부 부처가 장관을 겸직하지만 지방의원은 불가능하게 돼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 지방자치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남경필 지사도 연정이 성공하려면 법과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그는 전국의 시도지사들과 회동을 갖고 지방장관이나 정무부지사(부시장)를 확대하고 지방의원이 이를 겸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 추진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중앙정부의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현재로서는 남경필 지사가 추진하는 연정 실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협치의 모범 사례를 보여 준다면 남경필 지사로서는 화합하고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어 차기 대권주자로 단번에 도약할 수도 있다. 물론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독일처럼 연정이 법제화되어 있거나 정치문화로 정착돼 있지 않고 남 지사의 의지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연정의 토대가 부실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정치 수준이 아직 연정을 추진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진단도 여전하다. 과거 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연합정부라고 할 수 있는 DJP 공동정권도 좋은 결말을 맺지는 못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도 당시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 현재는 경기도의회에서 손을 떼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이 만약 ‘무상복지’ 등의 문제로 경기도와 각을 세우고 경기도의회 의원들에게 간섭하기 시작하면 연정이 허무하게 파기될 수도 있다.

만약 연정이 실패로 돌아가면 어느 쪽에 더 타격을 입히게 될까? 그 책임은 남경필 지사나 새누리당보다는 야당에게 더 크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 정치평론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야당이 사회통합 부지사 파견을 결정한 그 순간 이미 야당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셈이라는 것이다. 그 전망이 맞아 떨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남경필 경기지사 인터뷰 - “연정 하면 무상급식 갈등도 해결할 수 있다”


남경필 지사는 권력분산의 모델이 될 사회통합부지사 후보를 새정치연합이 하루빨리 추천해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남경필 지사는 “지금의 시대정신은 권력 분산”이라는 소신이 확고하다. 그래서 권력분산의 모델이 될 사회통합부지사 후보를 새정치연합이 하루빨리 추천해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6개월간 야당 의원들에게 연정의 진정성을 전하기 위해 많이 애썼다고 들었다.

“정략이나 즉흥적 제안이 아니라 정치를 하면서 권력분산은 제 오래된 철학이라고 진심을 다해 설득했다. 정말 고마운 것은 김태년 새정치연합 경기도당위원장이 연정의 주체는 경기도당이 아니라 도의회라면서 다른 정치인들을 설득해준 것이다. 결정적인 것은 사회통합부지사에게 예산편성권을 주겠다는 제안이 통 했던 것 같다.”

도의회 예결특위를 상설화하자고 했다는데, 어떻게 받아들였나?

“도지사로 와서 보니 경기도가 내년 예산을 9월에 편성하더라.구조적으로 편성도 심의도 벼락치기로 하게 돼 있다. 그래서 내년 4월부터 편성하고 예산을 짤 때부터 도의회와 상의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2016년에 도의회 하반기 원구성 때부터 예결특위를 상임위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집행부 입장에서야 정말 머리아픈 일이지만 도의회야 뭐 ‘탱큐 소우 머치’ 아니겠나.”(웃음)

사회통합부지사에게 실제로 인사추천과 예산 편성권이 주어질지 확신하지 못하는 이도 많더라.

“이번에도 도청 직원들 인사를 하거나 예산을 편성할 때 실·국장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토론해서 합당하게 결정했다. 사회통합부지사가 추천되면 부지사도 당연히 토론에 참여시킬 것이다. 제가 실·국장과도 토론해서 다 합의하는데, 부지사와 왜 못하겠나?”

지방정부 최초로 도지사가 지명한 산하 기관장 후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인사청문회가 좋은 점이 많다. (결격 사유가 있어) 자신 없는 사람은 미리 알아서 빠지더라. (웃음) 통과한 분들은 정당성이 확보됐으니 자신감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게 되는 효과도 있고.”

야당의 사회통합부지사와 도정을 함께 이끌게 되는데 벌써부터 어떤 도정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이번에 연정 합의문 쓰면서 여야가 서로 양보하면서 타협을 봤다. 새정치연합이 요구하는 생활임금 조례를 경기도가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전격 도입했고, ‘무상급식’ 대신 새누리당이 주장한 ‘친환경급식’으로 합의를 봤다. 그래서 경기도는 지금 다른 자치단체와 달리 무상급식 중단 문제로 시끄럽지 않다. 이렇게 협치를 하게 되면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려서 서로 손을 대기 어려운 문제도 타협해서 만들어갈 수 있다. 연정의 장점은 또 있다. 우리나라 경제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좌파 정책이 아니다. 좌파 우파를 오락가락하는 불확실성이다. 그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바로 연정정치다. “독일 총리는 의회에 들어서는 순간 네발로 걷는다”는 말이 있다. 연정파트너가 등을 돌리면 언제든지 목이 날아가니까 늘 의회에 대한 존중이 몸에 배어 있다. 그게 독일연정의 핵심이다. 경기도도, 대한민국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 인터뷰 - “연정이라도 집행부 감시·비판은 송곳처럼 할 것”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은 남경필 지사의 연정 제안이 진정성이 있다고 보고 처음부터 긍정적인 기대를 갖고 있었다고 했다.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은 새정치연합 내 비주류 중진이지만 온화한 성품으로 의원들에게 신망이 높아 의장으로 추천됐다. 그는 남경필 지사의 연정 제안이 진정성이 있다고 보고 처음부터 긍정적인 기대를 갖고 있었다고 했다.

경기도는 김문수 지사 재임 때도 집행부와 의회 간 갈등이 많았다. 연정이 여소야대의 갈등을 해소할 대안이라고 보나?

“전임 지사 때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게 부족해 집행부와 도의회간 갈등 관계로 비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 남경필 지사는 도의회와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고 진성성을 갖고 의회를 존중하려는 뜻이 엿보이더라. 우리는 민생이 먼저다. 연정을 정치공학적으로만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집행부와 연정을 추진하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민생이라는 가치에 중심을 두고 소통을 통해 풀어나가겠다.”

집행부를 감시할 의회가 연정에 참여하면 제대로 견제가 가능할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더라.

“그런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책합의문 20개 과제를 제대로 하려면 조례도 제정하고 예산도 세워야 한다. 연정 과제를 진행할수록 오히려 의회 구실은 커질 수 있다. 그래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집행부와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되 집행부 감시와 비판 등 도의회 기능은 철저히 하겠다. 그래야 도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않겠나.”(웃음)

사회통합부지사 제안에 대해 새정치연합 도의원들 내부에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연정이 최초로 시도되다 보니 그에 따른 법적 근거나 제도도 없었고, 의원들도 연정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도 고민이 많긴 했다. 사회통합부지사는 중산층과 서민이익을 대변하는 새정치연합의 가치를 경기도정에 반영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그에 따른 무거운 책임도 따르기 때문에 추천 여부 결정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했다.”

사회통합부지사는 도의원 출신 인사가 추천되는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집행부와 사회통합부지사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협의가 먼저다. 사회통합부지사가 갖는 인사추천권과 예산편성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그에 적합한 인물을 찾아야 한다. 특정인을 먼저 정해놓고 추진해선 안 된다. 적재적소가 아니라 적소적재(適所適材)가 먼저다.”

201412호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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