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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20년 新목민관 열전④ ‘New 밀양’ 그랜드디자인 추진 박일호 밀양시장 - “‘지속발전 가능한 밀양’ 만들겠다” 

나노국가산단 확정 등 성장동력 확보, 소통·화합행정 정립으로 여건 조성… 젊음과 활력 넘쳐나는 영남의 중심도시로 거듭날 것 


▎중학 시절부터 꿈꾼 밀양시장으로 당선돼 민선 6기 시정을 이끌고 있는 박일호 시장은 “밀양시를 지속발전 가능한 도시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사진·밀양시청
경남 밀양시는 경남도내 20개 시·군 중에서 살림살이가 팍팍한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밀양시의 재정자립도는 13.5%(2014년 기준)로 광역단체를 제외한 전국 기초단체(시·군·구) 평균(23.4%)은 물론, 도내 시·군 평균(22.8%)에도 못 미친다. 경제적 궁핍은 인구 감소로 이어졌다. 이 도시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인근의 양산·김해·사천·창원·울산 같은 공단도시로 지속적으로 빠져나갔다. 15년 전 20만 명에 이르던 인구가 10만7천여 명 수준으로 절반가량 떨어진 이유다. 자연히 노인인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도시는 활력을 잃어갔다.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는 밀양시의 미래를 바꿀 초대형 역사다. 나노국가산단의 조감도. / 사진·밀양시청
그런 밀양이 지난해부터 활기를 띤다. 숙원사업 중에 하나 였던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나노국가산단) 조성이 확정되고, 우수기업 유치 등 성과가 맞물리면서 지역경제가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혁신의 항해를 시작한 ‘밀양호 선장’ 박일호(52) 시장을 12월 19일 시청의 시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박 시장은 초·중학교를 밀양에서 마치고 마산고를 거쳐 중앙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에서 환경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1990년 제3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에 첫발을 내디딘 뒤로 환경부에서 예산계장·인사계장·자원순환국자원재활용과장 등을 거친 전문 행정관료다. 청와대 부이사관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친 그는 한때 민간기업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몸담기도 했다. 그가 공직생활을 접고 지방행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린 시절의 꿈인 ‘밀양군수’를 하기 위해서”란 소신 때문이었다. 비록 기초단체장이지만 법· 경영·인사 등 복합성이 강조되는 현대의 행정을 이끌기 위해서는 정부조직 내의 행정 경험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시스템을 경험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인사시스템 등 조직내부 혁신 선도


▎지난해 11월 13~14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경남도와 밀양시가 공동으로 개최한 제1회 나노피아 국제 컨퍼런스 및 전시회에서 박일호 시장이 전시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 사진·밀양시청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행정철학이 있다면?

“행정은 최종 소비자인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 행정은 수백 개의 법에 의해 만들어지는 복합 행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무원의 능력 제고가 필수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박 시장은 자신의 행정철학을 지역행정에 접목시키기 위한 혁신적 시정을 펼쳐왔다. 시스템에 의한 밀양시의 인사제도가 두드러진다. 노무현 정부 시절 환경부 인사계장과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 일한 경험과 대형 로펌에서 체득한 노하우가 자양분이 됐다.

그가 꼽은 인사의 3대 원칙은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예측 가능한 ‘공정인사’ ▷경력과 업무 성과를 반영하는 ‘균형인사’ ▷직원 상하간·상호간 자유로운 소통의 ‘참여인사’ 등이다. 특히 그는 인사권자도 시스템화된 인사의 틀 안에서 권한을 축소하고 정해진 인사원칙을 준수하는 인사를 시행토록 했다. 이는 지난해 말 취임 후 단행한 첫 인사에서 구체화됐다. 박 시장의 인사시스템에 대해 직원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승복할 수 있는’ 인사시스템이라는 것이었다.

인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철학을 가졌나?

“공정성이다. 시민을 위한 시정은 공무원의 능력에서 출발한다. 모든 공무원이 행정전문가가 돼야 한다. 단순히 문제를 인지하는 공무원은 필요 없다. 해법을 제시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전문성과 문제 해결 능력, 업무 능력이 높은 공무원이 승진하는 방향으로 인사시스템을 정착시키려고 한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공무원들에게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해 직무역량 강화와 전문능력 배양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승진과 교육의 기회를 줄 것”이라며 “시스템에 의한 공정한 탕평인사가 정착되면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의 발전에도 긍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사시스템의 변화가 내부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은가?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공기업은 사기업과 달리 영업실적과 수치화된 통계로 업무를 평가할 수 없다. 주관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결국 평가의 공정성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인사가 될 것이다.”

박 시장은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대표적인 게 ‘뉴밀양 창조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경제활성화 ▷농업경쟁력 강화 ▷문화관광 도시 조성 ▷차별화된 선진교육사업 ▷‘나눔 복지 밀양’ 추진 등 5가지 역점 과제로 구성된다. 그는 “밀양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다. 앞으로 100년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며 “‘뉴밀양 창조 프로젝트’가 도약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밀양 창조 프로젝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선거에서 시민들에게 내건 공약사업이다. 5가지 역점 과제를 6개 분야 42개의 사업으로 구체화했다. 분야별로 ▷경제 활성화로 잘사는 밀양 7건 ▷농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활기찬 농촌 12건 ▷육감 만족 찾아오는 문화관광 8건 ▷다양성을 존중하는 차별화된 교육 6건 ▷구구팔팔 장수복지 밀양 6건 ▷시민과 소통하는 열린 시정 3건이다. 주요 개별 사업으로는 300인 이상 선도 기업 유치,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 영남알프스 하늘마루 조성, 밀양아리랑 동산 조성, 장애인 복지관 건립 등이며 장기 체류형 복합리조트 건설, 미리벌 학습관 운영개선, 밀양 농축임산물 종합판매센터 설치 등이 추진된다. 지난해 8월 미래전략과 전략사업 테스크포스팀(T/F)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박 시장은 밀양시의 최대 현안으로 지난 12월 17일 확정된 나노국가산단 조성 사업을 꼽았다. 이 사업이 ‘새로운 밀양 건설’에서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사업은 2016~2020년까지 밀양시 부북면 오례리 일원 165만여㎡(50만 평)의 부지에 약 33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나노융합센터 등 나노융합 관련 연구기관 및 제조기업을 유치하는 사업이다. 당초 산단 조성 규모는 343만8016㎡(104만 평)였으나 협의 과정에서 한 번에 개발하는 일괄개발이 아니라, 두 단계로 나눠 개발하는 단계별 개발로 추진 방식이 결정됐다.

‘뉴밀양 창조 프로젝트’로 새 성장동력 만들 것


▎박일호 시장이 지난 11월 7일 무안면민체육대회에 참석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 사진·밀양시청
최대 현안 사업인 나노국가산단이 확정됐다. 현황을 설명해달라.

“나노국가산단은 밀양의 미래를 바꿀 초대형 역사가 될 것이다. 2007년부터 밀양시가 지역의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기존산업과 차별화된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해온 사업으로, 지난해 말에 확정됐다. 밀양시는 나노국가산단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유치를 통한 사전 수요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10월 16일에는 경상남도 투자유치설명회에서 ㈜피엔씨·㈜코싸인 같은 나노 관련기업과 총 620억원의 투자협약 체결하는 등 현재까지 35개 기업체와 164만4781㎡ 규모의 MOU 및 입주 의향서를 체결한 상태다. 또한 국가산단 인근에 12만4천㎡ 규모의 연구 부지를 조성해 나노관련 국책기업·민간기업·대학의 연구소를 유치하고, 나노융합연구센터를 구축해 공동연구와 지원사업 등을 통한 연계 강화로 나노융합산업의 거점시설로 자리매김하도록 매진하고 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나노산업을 통해 투자와 기업 유치가 활발해지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져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활력 있는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며, 이는 곧 지역 경제활성화를 가져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가 없는 도시에 젊은이들이 찾아오겠느냐”며 “일자리가 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 젊은이들이 자연히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호 시장은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펼치는 ‘소통 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지난 9월 1일 박 시장이 지역 내 재래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 사진·밀양시청
경제활성화를 위한 또 다른 대책으로는 무엇이 있나?

“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민선 6기 출발 단계에서 성과부터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지난 9월 11일에는 부산시에 있던 종업원 380여 명의 중견기업체인 ㈜티와이밸브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2017년까지 1천억원을 들여 밀양시 삼랑진읍 용전 일반산업단지에 공장과 연구시설이 설치된다.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시 차원에서 조성하는 산업·농공단지를 조기에 완공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입지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박 시장의 강점 중 하나가 이런 사업을 추진할 예산확보에 탁월한 업무 능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그가 취임 6개월 만에 확보한 예산만도 수백억 원에 이른다. 안전행정부의 안전한 보행환경개선지구사업 전국 공모에서 ‘밀양시의 역사·문화의 거리 조성’이 선정돼 국비 30억을 확보했고 2015년도 농업분야 신규 사업에 19개가 선정돼 국·도비 16억원을 확보했다. 농림식품부의 일반농산어촌개발 공모사업(국비 35억원), 환경부의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 지정신청사업(국비 141억원), 산림소득 공모사업(국·도비 10억원), 농촌진흥 분야 공모사업(8억원), 삼랑진읍 송지지구 재해저감형 다목적 저류시설 설치사업(국비 75억원), 삼랑진 검세지역 침수예방 및 노후 배수장 정비 사업 등 3개 사업(특별교부세 21억) 등도 박 시장이 일궈낸 결과물이다. 중앙정부에서 쌓은 인적 인프라뿐만 아니라 예산확보를 위한 전반적 행정절차를 파악하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주변에서는 입을 모은다.

예산 확보에 특별한 노하우라도 있는 건가?

“그동안 쌓은 인적네트워크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 듯하다.(웃음) 사실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 지방을 설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중앙의 긴밀한 협조를 받기 위해 노력했다. 나노국가산단 확정을 위해 취임 직후부터 LH공사·산업부·국토부·총리실 40회 정도를 다닌 것 같다. 밀양처럼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에는 중앙정부의 도움을 어떻게 받아낼 것인가가 큰 숙제다. 이것에 대해 노력하고 있다.”

체류형 문화관광도시 위한 킬러콘텐츠 개발


▎박일호 시장은 ‘가장 밀양적 문화’가 문화관광도시의 킬러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사진·밀양시청
박 시장은 밀양만이 갖고 있는 독창적 문화자산을 활용해 관광산업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유네스코(UNESCO)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밀양아리랑’과 진주 촉석루·평양 부벽루와 함께 한국의 3대 누각으로 꼽히는 영남루가 그가 꼽는 콘텐츠다.

문화관광산업은 대부분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인데 밀양만의 킬러콘텐츠를 꼽으라면?

“문화관광산업은 흥미와 재미가 있어야 한다. 밀양시는 ‘밀양아리랑’과 ‘영남루’라는 대표 콘텐츠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콘텐츠를 고리타분한 ‘과거 이야기’에 가둬두지 말고 그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정신적 위안이나 교육적 자산으로 다가서게 함으로써 감동을 줄 수 있어야 비로소 밀양아리랑이 하나의 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현대인에게 친숙한 새로운 가사를 만든다든지, TV 프로그램이나 오페라, 또는 대중에게 흥미를 줄 수 있고 교육적 가치가 있는 웰메이드 축제나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 그 출발이 될 수 있다. 밀양아리랑같이 ‘가장 밀양적 문화’, ‘가장 한국적 문화’를 발굴해서 밀양을 ‘영남의 중심문화 도시’ 나아가 ‘아시아의 중심문화 도시’로 만드는 것이 궁극의 목표다.”

그는 영남알프스 등 수려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밀양이 체류형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힘쓴다. 그는 “해발 고도 1천m 이상의 산 7개로 구성된 영남알프스 중 다섯 개가 밀양을 둘러싸고 있다. 하지만 밀양에는 최근 관광 트렌드인 가족 단위의 휴양관광에 맞는 인프라가 부족하다. 다양한 관광수요에 대처하기 위해선 리조트 등의 대형 숙박시설, 놀이공원 등이 필요하다. 이런 계획이 실현된다면 밀양은 1300만 영남 주민뿐만 아니라 2시간 거리의 수도권 주민까지 유인할 수 있는 안락한 쉼터가 되리라 생각한다.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중국·일본 등 외국 관광객까지도 ‘밀양’을 즐길 수 있도록 문화를 산업화해 나가겠다.”

박 시장은 자신의 임기 동안 ‘소통 정치’를 시민과 약속했다. 그는 “당선 후 6개월 동안 대화·협력·소통하는 ‘열린 시장’이 되겠다는 각오로 시장실에 앉아 있을 틈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곳을 누비고 다녔다”며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행정에 반영하는 것은 민선 자치단체장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민들과의 소통과 화합을 기반으로 한 시정을 펼쳐나가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그는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밀양 발전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며 “4년 동안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신뢰를 받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중학교 시절에 자신의 인생 목표를 ‘밀양군수’로 정했다고 한다. 이후 그의 인생에서 이뤄온 절차탁마는 모두 고향인 밀양을 위한 것이었다고 자부한다. 그는 “밀양은 대한민국의 또 다른 미래가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체된 국가발전을 지방의 다양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밀양의 다양성을 개발해 도시 경쟁력을 높여 지속발전 가능한 강소 지자체의 롤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달라.

“밀양의 발전을 위해 공약은 임기 중 반드시 지키겠다는 것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열린 시장으로 일하겠다고 약속드리고 싶다. 풍요로운 밀양시를 만드는 여정에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를 당부드린다.”

- 최재필 월간중앙 기자

201502호 (201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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